‘통합’ 왜 이리 어려워…

공천 딜레마에 빠진 민주통합당…이해찬 전 총리 탈당설로 갈등 최고조

이준혁

immasat@naver.com | 2012-03-12 10:59:06

[토요경제 = 이준혁 기자] 민주통합당이 4·11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다. 이해찬 전 총리의 탈당설과 ‘묻지마 선거인단 모집’에 자살소동, 그리고 통합진보당과 총선 야권연대 협상 시한으로 설정한 8일 최종 협상을 벌였지만 경선지역구를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렬이 되는 등 진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총선 야권연대 협상은 양당 대표 회동에서 최종 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난국에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한명숙 지도부의 총체적 전략부재와 무능력한 집행라인, 공천실패 등 비난이 쇄도 하고 있다. 이런 총체적 위기를 반영하듯 문재인 상임고문은 급히 상경해 한명숙 대표와 급회동을 가졌으며 ‘혁신과 통합’ 측의 입장을 전달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민주통합당이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진화할 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야권연대’ 경선지역 놓고 막판 진통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총선 야권연대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양당은 무공천 지역(후보 단일화 지역)에 대해 이견이 거의 없는 상태지만 지난 8일 최종 협상에서 경선 지역구 수에 합의하지 못했다.


현재 민주통합당은 무공천 지역에서 상당 부분 양보한 만큼 경선 지역구 수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선 지역구를 최대한 많이 배정하길 바라고 있다.


양측은 9일 경선지역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지만 실무선에서 의견 조율이 되지 않을 경우 양당 대표 회동에서 야권연대 방안이 최종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혁신과 통합’, 민주 공천에 문제 제기
야권 통합의 한 축인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단은 지난 8일 최근 민주통합당의 공천 결과 등에 대한 입장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이용선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재단법인 광장 사무실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다.


상임대표단은 민주통합당 공천 결과, 야권 통합 문제, 임종석 사무총장의 거취 문제 등 4월 총선과 관련한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공천 결과에 대해서는 다수의 시민통합당 측 인사들이 경선에서 배제된 점에 문제의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지역 총선 일정을 중단하고 상경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회동 후 “당이 워낙 어려우니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해 논의했다”며 “당 지도부에 이런 걱정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서는 임종석 사무총장 등 비리 의혹에 연루자들의 공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혁신과 통합’ 관계자는 “공천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비리 전력 문제 등에 대해 (당 지도부와) 논의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천 문제 뿐 아니라 전반적인 민주통합당의 총선 국면 관리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혁신과 통합’ 관계자는 “비판의 핵심은 사람이 아니다. 체제의 문제가 심각했다”며 “역량 총 집중 체제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이사장은 이날 회동 직후 한명숙 대표를 만나 이 같은 ‘혁신과 통합’ 측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더는 못참아" 부산에서 긴급히 상경한 문재인(왼쪽부터)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문성근 최고위원, 이해찬 전 총리가 지난 8일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을 마친 후 건물을 나서고 있다.

◇민주-통합진보, 총선 야권연대 선언문 채택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양당 대표회담을 갖고 4·11 총선 야권 연대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양측 대표는 전국적이고 포괄적인 야권연대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


선언문에서 양측은 야권연대 방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합의하기 위해 2차 대표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키로 했다. 또 '공동정책 합의문'을 만드는 정책협의도 실시키로 했다.


한 대표는 모두발언에서“오늘 이 자리는 결단과 책임의 자리”라며 “이대로는 갈 수 없다, 바꿔야 한다는 국민의 절규와 요구를 받들어서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협상은 나와 이 대표가 당의 전권을 부여받고 나왔다”며 “엄청난 책임감과 함께 한치의 기대에도 어긋나지 않게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각오를 갖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어떠한 작은 이익을 추구하지 않겠다”며 “손발이 잘려나가는 아픔도 견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저하지 않고 먼저 결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적이고 포괄적인 야권연대가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미세한 유불리를 셈하기 전에 전국 곳곳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형형색색 물결치는 것이 국민들께 큰 희망을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동에는 양당 협상대표인 민주통합당 박선숙 의원과 통합진보당 이의엽 상임선거대책본부장이 배석했다.


민주당 신경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전국적·포괄적으로 야권 단일후보를 만들어 반드시 함께 승리하자는데 합의했다”며 “양당 대표가 전권을 갖고 함께 결단하고 책임도 함께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괄적이라는 것은 진보신당을 포함해 시민단체까지 연대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야권연대…지분 나눠 먹기 꼼수?
4·11 총선 야권연대에 대한 반발로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쓰러졌던 민주통합당 고연호 예비후보(서울 은평을)가 지난 8일 당 지도부에 통합진보당과의 경선을 요구했다.


고 예비후보는 이날 오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적이고 당당한 경선을 요청한다”며 “끝까지 이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야권연대는 통합진보당의 몇몇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의 꼼수 때문에 특정인을 위해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며 “야권연대의 정신이 사라지고 지분 나눠먹기 꼼수로 전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천호선(통합진보당) 후보로 이재오(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여론조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며 “이것을 무시하고 이상한 판단을 하는 지도부에 정식으로 항의한다”고 역설했다.


또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김대중 대통령을 제왕적 총재라고도 비난했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분이 총재였던 시절에도 당원이나 후보가 만나자고 하면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현 지도부는 전화 통화는커녕 당직자들조차 만날 수 없다”며 당 내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은평을은 현재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의 야권 단일화가 논의되고 있는 지역구다.


민주통합당에서는 고 예비후보와 민병오 정책실장, 최승국 녹색연합 전 사무처장, 송미화 전 서울시의원, 최창환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등이, 통합진보당에서는 천호선 대변인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양당은 서울 관악을(이정희 공동대표), 노원병(노회찬 대변인), 은평을(천호선 대변인), 고양 덕양갑(심상정 공동대표) 등을 민주통합당 무공천 지역으로 정하는 방안을 협의해왔다.


이에 고 예비후보는 지난 7일 오후 은평구 진관동 자신의 집에서 수면제를 다량 복용하고 강북 삼성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고 예비후보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한편 통합진보당 후보인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겠다”며 “양당의 중앙당 차원에서 가장 합리적인 경선 방식을 결정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野 공천명단 발표…후폭풍 거세
민주통합당은 모두 6차에 걸쳐 공천명단을 발표했으며, 127곳의 지역구에 단수후보를 공천했다. 80곳은 경선지역구로 선정했다. 아직 공천이 결정되지 않은 지역구는 39곳이다.


민주통합당에서는 공천에서 탈락한 호남지역 의원들이 공천 심사 결과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5일 강봉균(전북 군산), 김영진(광주 서구을), 최인기(전남 나주·화순), 김재균(광주 북구을), 신건(전주 완산갑), 조영택(광주 서구갑) 의원 등 현역 의원 6명의 공천을 탈락시켰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원칙과 기준 없는 밀실 코드 공천”이라며 “우리는 향후 지역 주민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공천 결과에 강하게 반발했다.


또 당내 구 민주계 출신 인사들이 공천에서 잇따라 탈락하면서 당권을 쥔 친노(노무현)계와 비주류 간의 갈등도 본격화되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구 민주계 중진들은 공천 심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며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한광옥 상임고문(서울 관악갑)과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서울 중랑을)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 의사를 밝혔다.


또 지난 7일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서울 동대문갑 공천에서 탈락한 서양호 전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이 당 대표실에 난입하는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 도중엔 전략지역으로 거론되는 영등포을의 진재범 예비후보가 회의장에 들어와 전략공천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도 공천에서 떨어진 현역의원과 구 민주계 출신 인사들이 공천결과에 대해 강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탈당 뒤 무소속 출마도 불사한다는 각오를 내놨다.


민주통합당 문성근 최고위원은 지난 6일 당의 공천 심사 결과에 대해 “새로 정당권에 들어오신 분들이 충분한 경쟁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문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대통합 운동을 벌여온 사람으로서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가 구성된 이후 비판을 받아온 여러 행보가 누적돼 실타래가 크게 얽혀버렸다”며 “이 과정에서 제 부족함을 솔직히 고백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모두 깊게 반성하되 해결책은 실타래를 풀려 노력할 것이 아니라 단번에 잘라내는 것”이라며 “(한명숙)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 최고위원이 임종석 사무총장 등 비리 의혹 연루자들에 대한 공천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다 한 대표의 만류로 취소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이해찬 전 총리가 최근 민주통합당의 4·11 총선 공천 결과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금명간 이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탈당을 통해 공천심사 결과와 당 지도부의 지분 나누기에 강한 비판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전 총리의 한 측근은 “이 전 총리는 당의 공천심사에 원칙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최근에는 분노하는 수준을 넘어 폭발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측근은 “공천결과를 보면 국민 경선원칙은 완전히 사라졌다”며 “경선지역보다 단수 공천지역이 훨씬 많고 통합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완전히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시민사회와 통합하면서 지분나누기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공천 결과를 보면 완전히 기득권의 지분 나눠먹기”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이 전 총리의 입장은 최근 한명숙 대표 등 지도부에 전해졌다. 당 관계자들도 그의 탈당 여부에 대한 진위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 전 총리는 야권 통합의 한 축인 시민통합당 측이 공천에서 다수 탈락한 것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의 무기력한 총선 국면 관리에도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의 측근은 “최근에는 한 대표 측과 일체 연락을 하지 않았고, 탈당 의사를 전하지도 않았다”면서도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는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임종석 사무총장이 지난 9일 총장직 사퇴와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 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통합당의 총장으로서, 서울 성동구 총선 후보로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천탈락자들이 탈당해 구심점이 없는 당을 창당해 출마할 경우 그 위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공천 탈락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를 하거나 신당을 창당해 총선에 나올 경우 여야는 지지표가 분산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여야가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이탈을 막고 오는 4·11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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