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민주통합당 품에 안기나?

무위추대론, 총선 패배… 安은 ‘고민 중’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8-24 15:45:55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유력 대권주자가 됐다. 최근엔 여당 후보로 선출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율을 앞서는 모양새도 보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8월 셋째 주 대선후보 양자대결 조사결과, 안 원장은 1주일 전에 비해 2.7%포인트 상승한 48.8%의 지지율을 기록해 44.5% 지지율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앞섰다.


박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8%포인트 하락했으며, 두 후보간의 격차는 오차범위를 소폭 벗어난 4.3%포인트로 벌어졌다.


안철수 재단에 대한 선관위 유권해석 이후 안 원장은 지지율은 상승한 반면, 공천헌금 논란과 고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논란으로 박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이목은 안 원장의 향후 행보에 쏠려있다. 그 중에서도 아직 대선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음에도 유력 대권 주자가 돼 버린 그가 언제 정식 출마 선언을 할 것인지, 또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 등 야당에 입당하거나, 그들과 후보 단일화를 진행할 것인지가 손꼽힌다.


◇ 민주당 등 야권과 손잡나?
정치 참여 및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등 범야권 시민사회 원로들의 모임인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이하 원탁회의)’는 지난 2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 원장의 조속한 야권연대 참여를 촉구했다.


이들은 “안 원장이 공식 선언 이전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더욱 구체화하고 동행집단에 대한 검증과 피드백을 활발히 수용하며 다른 진보개혁세력과 협력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며 “이제는 안 원장이 돌아설 수 있는 시점이 지났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22일에는 김한길 최고위원 등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내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안 원장 멘토로 알려진 법륜 스님을 초청해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법륜 스님은 “세상에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대통령이 되면 ‘국가를 잘 운영할 사람’이 있다”며 “국가를 잘 운영할 사람과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이 협력하는 길을 모색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와 안 원장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지금껏 정치권과 시민 사회측 ‘결단 촉구’ 주장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자신의 행보를 이어가던 안 원장측은 원탁회의의 입장 발표 촉구 선언이 나오자 즉각 반응을 보이며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안 원장측 유민영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안 원장은 다양한 분야ㆍ계층ㆍ세대ㆍ지역 분들과 폭넓게 만나고 있다”며 “사회 원로들의 말씀도 경청하겠다. 백낙청 교수도 만났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무당파인 안 원장이 결국 기대야 할 야권 시민사회 원로들의 목소리를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다소간의 입장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본격적으로 경선 국면에 돌입해, 시간이 촉박해진 민주당에서는 안 원장의 의사 표명과 관계없이 내부에서 단일화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독자후보론’과 함께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향후 입당한다는 약속이 있어야 야권단일화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안 원장 측에선 ‘안철수 현상’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을 바탕으로 한 것인 만큼 기존 정치권인 민주당과의 직접적 연대는 어렵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과 가까운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치 흐름을 원하는 만큼 안철수 원장이 민주통합당 경선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유권자들이 말하는 ‘기존의 정당’에 민주통합당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위한 임시 가설정당을 만들거나 제3지대 정당 설립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원장과 민주당이 각각 다른 정파에 속해 있거나 안 원장이 무소속으로 나설 경우 단일화 선거를 치르기도 쉽지 않고, 단일화 이후 활동에도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안 원장이 민주당 밖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이 날 경우 152억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도 받지 못하게 된다.


◇ “민주통합당 입당? 글쎄…” 부정적 견해도
안 원장의 민주통합당 입당에 대한 부정적ㆍ회의적 견해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후보는 “안 원장에게 들어오라고 할 상황은 이미 지나갔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민주당이 중심이 돼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 소망이고, 제가 되는 것이 최선이다. 한마디로 안철수 원장을 극복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정치경력이 없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정치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 바로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순간 정치인이 되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라면서 “좋은 정치를 해 온 사람을 잘 봐서 가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선을 시작하기 전에 안 원장이 대통령 되고자하면 민주당에 들어와서 경선해서 후보가 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는데 들어오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 후보는 “추석 전에 민주당 대선후보가 결정되는데, 안 원장과 키를 재봤더니 우리 후보가 키가 크고 안 원장이 작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반대로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은 거기에 있다”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야권연대의 틀 속으로 들어간다면 현재 안 원장을 지지하고 있는 민심의 본질과는 매우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안 원장은 사실 때가 늦었다.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 애매모호하게 대선 정국을 끌고 가는 것은 국민이나 나라를 위해 좋지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감당 못하겠다고 그만 두든지, 민주통합당과 연대를 하든지, 아니면 독자적인 정치개혁의 길로 매진하든지 세가지 선택의 길이 있다”며 “안 원장이 빨리 결정을 해서 대선 정국을 단순 명쾌하게 국민들이 판단을 잘 할 수 있도록 정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 원장을 지지자들은 양대 정당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기대를 모으는 것”이라며 “그런데 안 원장이 그 제도의 틀 속으로 들어가버린다면 의미가 약화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박원순 시장의 지적과도 일맥상통한 내용이다.


또 “안 원장이 독자적인 정치개혁의 길로 나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면 그 때 선진당과 여러 가지 논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선진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한국 사회는 민주화 과정에서 형성된 낡은 지역패권 구도 위에서 양대 정당이 존립하고 있다”며 “이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쥐기 위한 방편으로 보수대연합과 야권대연합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진당은 국민과 함께 독자적인 대선 후보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양대 정당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의 여망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선진당이 감당해야 할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 장고 거듭… 숨어있는 고민 탓
대선이 불과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에도, 안 원장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장고를 거듭하는 배경에는, 안 원장 나름의 숨어있는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을 만난 정치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안 원장은 출마 여부와 관련 아직도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안철수 현상’과 연결해 자신의 거취를 고민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고민이 끝나지 않은 이유는 자신의 위치가 다른 대선 주자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한 마디로 정리하면 ‘무위추대론’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대선 후보로 추대돼 있더라는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안 원장이 ‘남들은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차후 지지를 얻는다. 그러나 자신은 정치를 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지지자가 먼저 나타났더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안 원장이 ‘무위추대론’의 실체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4월 총선 실패’도 안 원장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안 원장은 정치적 행보와 관련, 지난 제19대 총선 결과에 대한 깊은 유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원장은 오찬 자리에서 “총선 결과가 기대와 달랐다”고 말했으며, 특히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운신하기가 훨씬 가벼웠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런 발언을 고려할 때 안 원장의 장고에는 ‘4월 총선’의 야당 패배에도 기인한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총선 이후 승승장구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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