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하기도 ‘셀프 서비스’ 열풍

권리관계ㆍ하자유무 등 정확히 확인해야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8-24 14:19:15

대학원생 정지원(29) 씨는 포털사이트의 한 ‘방 구하기’ 카페를 통해 원룸 월세방을 구했다. 정 씨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하면 좀 더 편리하게 구할 수는 있겠지만, 작은 원룸 방 한 칸 구하자고 공인중개사의 힘을 빌리기엔 금전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박철욱(32ㆍ치과의사) 씨는 최근 신혼살림을 꾸리기 위한 아파트를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직접 구입했다. 박 씨는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고,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하는 것보다 빨리 거래가 성사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들은 “부동산 직거래가 최근에서야 유행하기 시작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도 담벼락이나 전봇대 등에 벽보를 붙여 부동산 직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 실제로 지금도 고시촌이나 대학가에는 ‘원룸’, ‘하숙’ 등의 단어가 적힌 벽보를 흔하게 접할 수 있다.


◇ ‘부동산 직거래’ 급증한 이유는?
‘부동산 직거래’가 예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들어 유난히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를 통해 거래하는 횟수가 늘고 있는 모양새다. 불황으로 중개수수료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부동산 직거래 웹사이트는 700개가 넘는다. 부동산 직거래 카페도 3000여개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카페와 직거래 사이트 등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매물 수가 월평균 10만건이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웹사이트의 경우 회원 가입비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카페는 회원 가입이 무료이고 이용하기 편한 게 장점이다. 대학생들의 경우 원룸을 구할 때 직거래 전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대학별 커뮤니티 사이트를 주로 활용한다.


부동산 직거래가 이처럼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서 중개수수료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매매도 그렇지만 전월세 거래를 할 때는 중개수수료가 상당한 부담이다. 현재 주택 임대차 거래의 경우 중개수수료는 △5000만원 미만은 0.5%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은 0.4% △1억원 이상~3억원 미만은 0.3% 등으로 책정돼 있다.


최근 직거래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는 김수양(44) 씨는 “내가 사는 서울 관악구의 K아파트의 경우, 105㎡(약 32평) 전세가가 2억8000만원에 이른다. 이 경우, 중개수수료만 무려 84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84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하는 것보다 신속한 계약이 가능한 것도 매력이다. 공인중개사에게 의존하는 대신 먼저 입주하고 싶은 집을 골라놓고 집주인을 만날 수 있다. 집주인과 직접 연락해 입주 시기나 가격을 조절하기 수월하다. 중개수수료를 내야하는 것은 집주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괜찮은 세입자만 들인다면 직거래가 훨씬 이득이다.


최근 직거래 시장에서 인기 있는 상품은 다가구주택 전월세다. 과거에는 인터넷 직거래 장터에 올라오는 매물이 원룸, 오피스텔로 한정됐고 이용자도 대학생이나 혼자 사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단독ㆍ다가구주택, 아파트 등 방 2~3개짜리 전월세 주택을 비롯해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상가, 사무실 등으로 직거래 대상이 늘어나는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 부동산 직거래 시 주의할 점
부동산 직거래는 중개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주의해야할 점도 많다.


첫째, 권리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경매로 이미 넘어갔거나 넘어가기 직전의 물건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이 많은 경우 자칫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집주인이 얼마나 대출을 받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계약하기 전 집주인 신분을 확인하고 등기부등본상의 실제 소유자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등기부등본상 저당권이 잡혀 있는지, 가압류된 것은 아닌지도 확인하자. 등기부등본은 집주인과 함께 직접 떼는 것이 좋다.


서울 용산구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등기부등본을 위조해서 행사하는 사례가 가끔 있다”며 “등기부등본을 반드시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아침에 확인했을 때 권리관계에 문제없었던 등기부등본이라도, 같은 날 저녁엔 한 당사자가 발견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인터넷 등기소 (http://www.iros.go.kr) 웹사이트는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니, 수시로 확인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집주인 신분을 확인하려면 신분증 외에도, 최근 2~3개월간의 공과금 및 관리비 영수증을 요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실소유주 여부 뿐 아니라, 체납된 공과금 및 관리비가 있는지의 여부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둘째, 주택 내부 구조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거래할 때는 공인중개사가 주택에 하자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임차인에게 설명해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직거래에서는 임차인 스스로 흠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일단 주택 설비나 마감재 등에 문제가 없는지가 중요하다. 하자는 계약서상에 기록해두는 것이 편하다.


서울 관악구의 한 원룸에 5년 간 거주했다는 김목화(28) 씨는 “퇴거할 때 집 주인이 화장실 벽에 난 금, 장판의 훼손 등을 문제 삼으며 보증금 일부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 마침 계약서에 이 모든 하자들을 작성한 후, 양 당사자가 자필 서명해둔 것이 증거가 됐다”며 “계약서에 작성된 증거가 없었다면 보증금 때문에 얼굴 붉히는 일이 생길 뻔 했다”는 경험을 전했다.


셋째, 거래 시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모든 거래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특히 부동산 직거래를 할 때 정확한 시세를 모른 채 계약하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해 막심한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넷째, 각종 사기, 범죄 노출에 유의해야 한다. 직거래를 하게 될 때 매물을 내놓는 사람은 주소와 전화번호를 포함한 개인 신상정보를 올린다. 하지만 혼자 사는 여성의 경우 신상정보를 밝히지 않는 게 좋다. 예상치 못한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사이트에서 적용되는 ‘안심번호 서비스(050으로 시작하는 임시 번호를 할당해, 개인 신상정보를 보호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직거래를 한다면 웹사이트나 카페에서 아이디나 댓글, 등록된 전화번호 등을 검색해보는 것이 좋다. 한 네티즌이 여러 개 매물을 올렸다면 부동산중개업자일 가능성이 크다.


직거래가 불안하다면 중개업자에게 계약서 작성을 맡길 수도 있다. 통상 10만원 내외 비용을 들이면 중개업소에서 기본적인 권리관계를 파악해준다. 그러나 이는 공식적인 부동산 중개가 아니라 ‘대서’ 서비스일 뿐이어서, 중개업자가 거래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직거래를 통해 중개수수료를 절약하려다 오히려 추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항상 조심할 필요가 있다. 계약할 때뿐 아니라 추후 퇴거 시 하자보수에 대해 시시비비가 나타날 수 있어 허가된 중개업소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개수수료를 아낄 것인가, 중개수수료를 투자해 안전한 거래를 할 것인가. 선택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