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압박에 '고개숙인 손보사'
4월부터 車보험료 인하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2-27 11:17:12
이달 말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일제 인하가 사실상 확정됐다. 인하는 배기량 1600㏄ 이하 차량을 대상으로 2~4%가량 될 전망이다.
자동차보험료 인하 요구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이 주효했다. 손해율(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아 자발적으로 보험료를 내리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하 혜택이 서민층에 집중될 전망이라는 점도 당국의 의중이 반영됐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업계 일각에선 손해율 수준과 인하 시기를 놓고 “4월 총선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선거용으로 보험료 인하를 압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과 손보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삼성화재와 2위 동부화재는 최근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위한 내부 검토를 마쳐 조만간 보험개발원에 요율 검증을 의뢰하기로 했다. AXA손해보험도 업계 평균을 웃도는 인하 폭을 추진 중이다.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다른 주요 손보사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삼성화재나 동부화재가 요율 인하를 발표하면 동참할 계획이다. 손보사들이 보험개발원에 의뢰할 보험료 인하율은 2~4%가 유력하다. 삼성화재 등 일부 대형사는 검토 결과 3% 안팎의 요율 인하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각 손보사가 (보험료 인하와 관련) 자료를 만들어 검토·협의 중이다”며 “조만간 인하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이달 말 일부 대형 손보사를 중심으로 보험료를 내릴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료 인하에서 3000㏄ 이상 대형차와 외제차는 제외된다. 손보사들은 개인용 경차와 소형차에 보험료 인하를 집중할 방침이다. 자동차관리법을 보면 경차는 1000㏄ 이하, 소형차는 1000∼1600㏄다. 이번에 인하되는 보험료는 오는 4월 신규 가입자부터 적용된다.
한 손보사의 고위 임원은 “금융당국의 인하 압박이 커 이르면 이달 내 발표하겠다”며 “보험개발원 요율 검증과 전산 시스템 개발까지 마치면 4월부터 인하된 보험료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손해율(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대에 머무르는 상태에서 보험료를 내리면 일부 중소형사가 존폐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판단, 온라인 전용 보험사는 보험료를 내리지 않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 김석동 “손보사 이익은 정부 정책 덕”
"손보사들이 이렇듯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손보사의 손해율 하락에 특히 정부가 큰 역할을 했음을 부각했다.
그는 “2010년말 관계부처 합동으로 '자동차보험 종합대책'을 마련, 2011년 초 부터 시행했다”면서 “이 제도개선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떨어지고, 영업손익도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보사의 손해율은 지난 2010년 12월 81.5%에서 지난해 12월 74.9%로 6.6%포인트 감소했다.
이를 근거로 김 위원장은 “손보사들은 정부의 제도개선에 따라 구조적으로 손익개선이 이루어진 점을 감안해 경영여건 개선이 금융소비자를 위한 보험료 인하로 연결돼야 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조만간 업계 자율적으로 이러한 노력이 가시화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 정책이 손해율 안정화 및 금융회사 건전성 제고의 기반이 됐고, 보험회사들은 다수의 보험가입자들에게 그 혜택을 되돌려주는 선순환 사례가 필요하다”며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적극적으로 촉구했다.
◇ ‘관치금융’ 비판에 “당국이 강제할 수 없다”
이번 보험료 인하는 가입자로선 환영할 일이지만 업계에선 “당국이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당국이 4월 총선을 앞둔 “선거용으로 보험료 인하를 압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통상 보험료 조정은 손보사의 연간 실적이 확정되고 난 8월께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보험료 인하는 시기적으로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김 위원장의 “(손보사의) 경영여건 개선은 금융소비자를 위한 보험료 인하로 연결돼야 한다”는 발언도 “관치금융이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의무보험 성격이 짙은 자동차보험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당국이 그동안 가격(보험료) 조정에 공개적인 언급을 꺼리던 것과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올해가 선거 정국이라 보험료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건 업계가 모두 각오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하는 어디까지나 업계가 주도하고 있으며, 당국이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이를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금융감독원은 “정률제를 도입할 당시 정책 변경으로 얻는 효과를 보험료 인하에 반영하기로 당국과 업계가 합의했다”며 “이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해율 수준이 적정 손해율(보험료 인하가 가능한 손해율)인 70.1%는 웃돌지만, 정책 효과의 추세를 고려하면 인하 여력이 생긴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 손보사들 “투자수익 보험료 반영은 문제”
그러나 손보업계의 불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전년도 자동차보험 사업에서 5천여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내년 자동차 보험료 인하까지 겹치면 적자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2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등 14개 손보사는 전년도 1~3분기까지(4~12월) 자동차보험 사업에서 3천21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1회계연도 이후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는 6조5천여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손보사들은 “2007회계연도에 손해율이 70.2%로 개선되자 2008년 하반기에 보험료를 내렸다가 2009회계연도와 2010회계연도에 9천200억원, 1조5천억원의 적자를 기록, 공멸 위기에 몰렸었다”고 밝혔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11회계연도 1~3분기 평균 74.7%로, 80%대 수준이던 2010회계연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적정손해율(71% 수준)을 3%포인트 이상 초과하고 있다.
그러나 손보사들이 막대한 자동차보험 적자에도 보험료 인하 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전체 영업에서는 상당한 수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6개 대형손보사는 2011회계연도 1~3분기에 1조5천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냈다.
삼성화재 5천685억원, 동부화재 3천223억원, 현대해상 3천54억원, LIG손보 1천472억원, 메리츠화재 1천321억원 등이다. 이들 보험사는 전년 동기보다 최소 20%에서 최대 150%까지 순익이 증가했다.
손보사들은 “투자수익을 자동차 보험료에 반영하는 것은 보험료 산정원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당장은 투자 부문에서 수익이 나고 있으나 손실 발생 시 그 부담을 자동차 보험료에 반영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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