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이건희 '재산싸움 갈등점화'
상속재산 분쟁 놓고 삼성-CJ간 그룹갈등 확대 조짐
김경제
webmaster@sateconomy.co.kr | 2012-02-27 11:14:46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자 이재현 CJ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81)씨는 지난 14일 동생 이건희 (70)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자신의 상속재산에 해당되는 주식을 인도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씨는 “아버지의 타계와 동시에 상속인들에게 승계된 삼성생명 및 삼성전자 차명주식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으로 관리했다”며 삼성생명 주식 824만 주와 삼성전자 주식 보통주 10주와 우선주 10주, 이익배당금 1억원 지급을 요구했다.
이 씨는 소장에서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들은 모르게 단독으로 삼성전자 등의 차명주식을 관리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전환한 뒤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해 매각대금을 수령한 것은 상속권을 침해한 부당이득이자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비운의 황태자 이맹희
그간 재계에서는 이 씨가 이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루머가 나돌았다. 이유는 삼성과 CJ간 털어내지 못한 해묵은 감정의 골 때문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대한통운 인수전이다.
지난해 CJ는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삼성증권과 자문계약을 맺었지만 삼성의 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SDS가 포스코와 손잡고 입찰에 참여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대한통운 인수전은 CJ의 승리로 마무리 됐지만, 앙금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맏형 이 씨와 동생 이 회장 형제 간의 경영권 갈등도 이번 소송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씨는 삼성전자 부사장 등을 거쳐 고 이병철 회장이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1966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당시 그룹의 경영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사카린 밀수사건의 후폭풍으로 장남인 이 씨와 차남 이창희 전 새한그룹 회장은 청와대 투서자로 내부에서 지목되면서 삼성을 떠나게 됐고, 이 씨는 해외를 드나드는 등 야인(野人) 생활을 거듭해오다 결국 삼성에 복귀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삼남이었던 이건희 회장이 경영 전면에 부상하게 됐고, 1987년 이병철 회장이 타계하면서 본격적으로 이건희 회장의 시대가 막이 올랐다. 이 때문에 이 씨는 재계에서 ‘양녕대군’ ‘비운의 황태자’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CJ, ‘개인문제일 뿐’…확산 중재나서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 이맹희(81)씨가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 인도 소송에 대해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사안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양 그룹은 이번 소송전에 대해 개인적인 문제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그동안 양 그룹이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온 점 때문에 이 씨의 소송이 그룹 갈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룹 간의 갈등설로 확산되자 CJ그룹은 중재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CJ그룹은 “이번 소송이 범 삼성가의 갈등처럼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맹희씨 개인 차원의 민사 소송으로 CJ그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룹 내부에서 주도적으로 이맹희씨와 접촉 등을 통해 이번 소송을 취하하는 등의 설득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아직 방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연락 채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이맹희 씨는 CJ그룹의 오너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임에도 불구하고 일체 경영에 간섭하지 않아왔다. 때문에 이번 소송과 CJ그룹은 무관하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이처럼 CJ그룹이 중재자로 나선 이유는, 자칫 이번 소송이 범 삼성가의 갈등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맹희 씨가 오너의 특수관계자인 만큼 삼성그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중재 배경을 설명했다.
◇CJ, ‘삼성이 이재현 회장 미행했다’ 수사 의뢰
한편 삼성의 한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는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아 양측간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CJ 측은 “삼성그룹이 이 회장을 미행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며 “경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한 뒤 오늘 오후에 정식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CJ 측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7시 40분 서울 중구 장충동 CJ 이 회장 자택 앞에서 삼성물산 소속 김모 차장(42)이 이 회장을 미행하다가 수행원들에게 붙잡혔다.
CJ는 소송 직후 낯선 차량이 이 회장 자택 주변에 세워져 있어 수상하게 여겼고, 이날 오후 이 회장은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미행 차량을 유인해 일부러 접촉사고를 낸 뒤 서울중부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모 차장은 이름과 나이 주민번호 등을 밝혔지만 자신이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CJ측은 회사측에서 삼성물산 감사팀 소속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CJ그룹은 삼성측에 공식 해명요구와 경찰 측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처럼 CJ가 강경한 대응에 나섰지만 삼성측은 그룹과 계열사간 거리를 뒀다.
삼성 관계자는 “해명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CJ 측이 삼성물산 직원이 미행했다고 주장한 만큼 해당 계열사에서 대응할 것이며,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이맹희 씨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간 소송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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