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들의 ‘럭셔리 휴가’ 따라잡기

럭셔리 마방에 보양식까지 “그야말로 천국”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8-24 10:41:52

연일 30도를 넘는 찜통더위에 걸어 다니기만 해도 땀으로 범벅이 되는 요즘,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무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로 휴가를 떠나는 행렬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한 마리의 가격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는 KRA 서울경마공원의 경주마들도 돈을 아끼지 않는 마주들 덕분에 천국이 따로 없는 휴양지에서 최고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운동생리학적으로 볼 때 경주에서 전력 질주하는 경주마는 단시간 내 고강도의 무산소 운동을 하는 셈이다. 때문에 평균 한 달에 한 번 경주에 출전하는 경주마는 다음 경주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특히, 말은 더위에 약해 여름을 잘못 보내면 체력이 떨어져 경주마로써의 생명이 짧아지는 등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때문에 넓은 초지와 경주마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설 갖춘 외부 목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경주마가 외부 목장에서 쉬는 것을 ‘경주마의 휴양’이라고 한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7월부터 10월까지 한달 평균 100마리가 휴가를 떠날 정도로 절정을 이룬다. 사람으로 치면 여름 피서인 셈이다.


◇ 최대한 쾌적한 분위기 조성
일부 사무직 근로자들이 책상 앞에서 구속감을 느끼는 것처럼, 일부 경주마들 또한 속박의 느낌을 싫어해 마방을 뱅글뱅글 돌거나 좌우로 흔들흔들하는 등의 행동도 보인다. 또 악벽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는 것은 물론, 체력저하, 질병발생 및 상처 등으로 경주마의 수명까지 단축시킬 수 있어 마필관계자들이 특히 염려하는 부분이다.


휴양목장의 최대 장점은 경주마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넓은 초지가 있다는 것. 목장 내 민간 수의사가 상주하고 있어 매일 경주마의 건강을 살피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도 있다.


경주마들이 생활하는 마방의 구조와 환경도 여타 목장은 물론 경마장과 비교해도 월등히 나은 수준이다. 여름엔 대형선풍기, 겨울엔 온풍기를 틀어 일 년 내내 섭씨 20도의 쾌적함을 유지한다. 한낮의 땡볕을 피해 차양막을 치는 것은 기본이고, 깔짚 또한 자주 갈아줘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여름철 무더위 못지않게 경주마를 괴롭히는 것은 다름 아닌 모기. 모기떼가 극성을 부리면 경주마도 밤잠을 설치고, 심지어는 스트레스를 받아 몸무게까지 줄곤 한다. 그래서 마방마다 모기를 쫓는 전자파 전등은 물론 방역용 소독기까지 설치해 모기 퇴치에 나선다.


심지어 경주마의 안전과 관리를 위하여 목장 이곳저곳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여 목장의 모든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패덕의 형태도 8각형으로 제작하여 모서리에 경주마가 다치지 않도록 배려했다.


이 밖에도 하마대 시설의 탄력소재 외벽이나 바닥의 2만여 평의 부지 전체에 우드칩(목재를 칩형태로 잘게 부순 것)을 깔아놓은 것은 비싼 경주마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여기에 각 마방별로 숯을 비치하여 마필이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 ‘11가지’에 이르는 영양제 매일 7차례 공급
휴양지에서의 경주마들은 여름철 보양식도 따로 먹는다. 각종 미네랄이 함유된 특별 사료와 인삼 가루, 비타민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허브, 홍삼 등 11가지에 이르는 영양제가 매일 7차례씩 공급된다. 목장 측에 따르면 위탁관리비의 60%가 사료 및 영양제에 쓰인다고 한다.


특히 간식으로 공급되는 귀리와 보리는 목장 내 발아장에서 3일간 직접 발아시켜 공급되는데, 발아실에서 숙성된 사료는 풍부한 영양은 물론 경주마의 소화흡수율을 높이고 산통을 방지하는 등 스테미너 증강 효과가 뛰어나 채식상태가 좋지 않던 환마들의 빠른 회복을 돕는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고가의 경주마들은 각종 운동기 질환 치료 후 회복을 위해 서울 인근의 외부목장으로 휴양을 가게 된다”며 “특별?대상경주 우승마 등 큰 대회를 치른 경주마들도 마주와 조교사의 배려로 넓은 초원이 있는 목장에서 휴가를 보낸다”고 밝혔다.


또 “경주마들에게 휴양은 컨디션 회복을 위한 레이스 사이클에서 매우 중요해 마주와 조교사들은 경주마의 휴가를 더 필수적인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컨디션 조절과 부상 및 질병 치료 위해 실시”
경주마의 휴가는 주로 경주마의 컨디션 조절과 부상 및 질병 치료 목적으로 실시한다.


단순 컨디션 조절 목적의 휴양마는 넓은 초지에서 방목을 실시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워킹머신을 활용하여 기본적인 체력훈련을 병행한다.


한편 치료 목적의 휴양마는 목장에 상주하고 있는 수의사의 진료에 따라 질병 치료를 하며, 질병 및 부상의 완쾌 후 체력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휴양목장들은 모두 자체적으로 계약을 맺은 수의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대개 휴양마들은 조교사의 판단에 따라 휴양 여부가 결정되고, 휴양목장에서 짧게는 2주에서 1, 2개월 정도 특별관리를 받게 된다.


예전 같으면 마방 내에서 치료와 휴식을 병행했을 가벼운 운동기 질환을 앓는 마필들도 스트레스 해소와 좋은 경주 성적을 위해 최근에는 부쩍 외부 휴양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휴양목장으로는 수도권의 궁평목장(대표 류태정), 송암축산(대표 지원철), 흙마축산(대표 조용찬), 태극호스파크(대표 신승렬)를 들 수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경우는 다양한 말 목장에서 휴양마를 관리하고 있으며, 함안군에서 운영 중인 경주마휴양조련시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주요 휴양목장들은 서울 근교 지역으로 1시간~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월 90~108만원의 휴양비와 별도의 수송료를 받고 있다. 이들 목장은 경주마 휴양목장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일반인들을 위한 승마장과 경주마 생산목장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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