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스 ‘족집게’ 비결은… 문제 유출

충남대 영문과 교수가 해커스교육그룹 회장 ‘충격’

토요경제

webmaster@sateconomy.co.kr | 2012-02-20 18:06:09

[온라인팀] 국내 굴지 유명 어학그룹이 내부 직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토익 등 영어시험 문제를 불법 유출해 온 사실이 검찰에 적발된 이후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해커스교육그룹 회장이 충남대 영문과 교수라는 사실이 드러나 교육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충남대는 한 달 내로 징계위원회를 개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학 측은 해커스 그룹을 몰래 운영한 점을 들어 공무원의 영리업무 및 겸직 금지 규정 위반에 대한 징계도 진행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김영종)는 지난 6일 토익·텝스 영어시험 문제를 상습적으로 불법 유출한 혐의(저작권법 위반 등)로 조모(53) 해커스어학교육그룹 회장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김모(42) 해커스어학원 연구소 대표 등 4명과 해커스어학원, 해커스어학연구소 법인 2곳을 같은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첨단·특수장비 동원, 보안각서로 ‘입막음’


해커스그룹은 지난 2007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6차례에 걸쳐 토익과 텝스 시험문제를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유출했다. 시험문제 유출 횟수만 토익은 2007년 10월28일부터 2011년 12월18일까지 49회, 텝스는 2007년 12월2일부터 2012년 1월7일까지 57회에 걸쳐 각각 유출됐다.


이 같은 문제유출이 가능하게 된 데에는 해커스 그룹의 회장 조모(53)씨의 치밀한 수법이 돋보였다. 그는 이미 2000~2001년 일부 학원가에서 ‘데이비드 조(David Cho)’라는 가명으로 ‘족집게 강사’라는 명성을 얻어 학원가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 인물이었다.


조씨는 학원가에서 체득한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2002년 해커스어학원을 설립한 뒤 조직적인 시험문제 유출계획을 구상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독해·청해(듣기) 등 각 파트별로 암기 부분을 미리 할당한 뒤 독해는 각 연구원마다 암기를 부여받은 2문제만 외우고 시험이 끝난 후 1시간30분 이내에 인터넷으로 총괄담당자에게 전송토록 했다. 토익암기는 18명, 텝스 암기는 20명이었다.


듣기 파트의 경우 연구원 대신 어학원 마케팅 직원들이 동원됐다. 이들은 토익과 텝스 각각 2명씩 총 4명이 소형녹음기를 이용해 듣기평가 내용을 은밀히 저장·녹음했다. 녹음내용은 3시간 내에 외국인 연구원에게 전송해 문제를 복원토록 했다.


영상녹화를 위해 마이크로렌즈가 장착된 만년필형 녹화장비를 이용하거나 해외에서 구입한 특수녹음기를 변형할 만큼 수법이 치밀해 시험 현장에선 쉽게 발각되기 힘들었다.


이렇게 유출한 시험문제는 해커스학원 내부통신망(인트라넷)의 마케팅팀 게시판에 한데 모아졌고, 유출문제들은 외국인 연구원 검토를 거친 뒤 시험후기게시물(문제, 정답) 등으로 복원됐다.


이는 응시생들이 시험을 마친 당일 학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시험문제와 정답을 체크하고 문제 복원률이 높을수록 실력 있는 학원으로 선호하는 심리를 감안한 것이다.


해커스 측은 이렇게 유출한 문제를 일부 내용만 각색한 뒤 시중에 판매했다. 2010년 매출 1000억원, 당기순이익 360억원을 거둔 실적의 일부분은 이 같은 시험문제 불법 유출에 기인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조씨는 보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험문제 유출 작업에는 일반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고 마케팅팀 직원들과 영어실력이 검증된 연구원만 동원했다. 특히 연구원들은 강의보다는 주로 문제유출을 위한 목적으로 처음부터 채용했다.


직원들이 외부에 불법 유출 사실을 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개개인마다 일종의 보안각서인 ‘영업비밀서약서’를 받았고 시험 유출에 가담한 연구원과 직원들에겐 특근비, 교통비 등을 지급했다.


검찰 관계자는 “다른 학원들은 단순히 시험을 본 뒤 암기해서 기억나는 것만 (게시판에)올린 것과 달리 조씨는 직원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문제를 유출했다”며 “ETS는 문제풀(pool)에서 출제하기 때문에 향후 시험에 (유출문제가)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증거’만을 토대로 시험문제 유출기간을 2007년부터 올해 초까지로 한정했지만, 토익이나 텝스뿐만 아니라 다른 시험에서도 추가로 시험문제를 유출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해커스 측은 2016년부터 수능시험을 대체하고 2014년부터 순경 공채시험에 적용되는 국가영어능력시험(NEAT)이 향후 블루오션일 것으로 판단, 이 시험에 대해서도 일부 문제 유출을 시도한 정황이 파악됐다.


이와 함께 해커스학원의 일부 강사들이 유출문제를 기초로 강의자료를 만든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위해 일부 강사들도 영업비밀서약서를 작성했다.




◇토익시험 유출 쉬쉬하는 풍조가 문제


연간 토익시험 응시자는 200만 명, 텝스 응시자는 20여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험생들은 단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족집게 학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실력 있는 강사를 찾기 위해 학원을 옮겨 다니는 불편도 감수한다.


검찰이 해커스를 상대로 한 수사를 놓고 일부 수험생들과 네티즌 등은 학원가의 문제 유출을 범죄로 규정한 시각에 대해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해커스의 문제 복기는 이미 학원가에선 상당히 보편화된 것으로 인식될 만큼 원생들에 대한 일종의 서비스라는 입장이다. 이는 곧 학원가에서 오랫동안 쉬쉬하며 불법으로 시험문제를 유출한 실태가 관행으로 굳어져 온 현실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저작권 침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각의 밑바탕에는 지적재산권을 중요시하지 않는 잘못된 사회 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고득점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험생들의 중압감도 해커스의 불법을 묵인하거나 거든 셈이 됐다. 학원 측이 제공하는 모의시험문제와 실제 시험과의 유사한 문제출제 비율이 높을수록 입소문을 타 금세 유명세를 타는 현상도 학원 측의 불법을 재촉했다.




◇시험문제 유출수사 학원가 전체로 확대?


검찰은 ETS 한국토익위원회의 요청으로 해커스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한국토익위 측은 2006년부터 해커스 측에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오히려 해커스 측은 문제의 동일성 판단을 위해 문제 풀(pool)을 보여줄 것을 요청하며 적반하장 태도로 일관했다.


ETS 측은 한국 응시생들의 영어실력에 의심을 품고 매년 한국인을 위한 특별시험 용도로 7회차 문제를 별도 개발해 66만5000달러(약 7억4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손실을 입은 ETS측이 해커스그룹에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통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영어 시험문제 유출과 관련된 수사를 일단 해커스 그룹으로만 한정하고, 향후 다른 학원가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ETS 측이 다른 학원들에 대해선 문제유출 의혹을 제기하지 않은 점도 검찰은 고려했다.


검찰 관계자는 “ETS 진정을 받고 나서 수사에 착수했다”며 “ETS 산하 한국 토익위 측에서 해커스를 상대로 계속 항의공문을 보냈다. 다른 어학원에는 그렇게까지 항의공문을 보내지 않았는데 ETS는 해커스가 문제 있다고 본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향후 시험문제 유출 등 저작물 침해사범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해커스그룹은 검찰 수사가 영어시험 문제에 대한 정보 독점을 정당화시키고 수험생의 알권리를 침해할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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