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기업인 사면·가석방 논란 '후끈'

김무성 "대규모 기업 투자결정은 총수만 가능" vs 靑 "가석방은 법무부 소관…사면도 들은 바 없어"

송현섭

21cshs@naver.com | 2014-12-26 16:02:21

[토여경제=송현섭 기자] 경기침체 장기화로 2015년 국정 최대과제인 경제 활성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대기업 총수들의 가석방 및 사면논의가 한창이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속된 대기업 총수들의 사면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규모 기업 투자는 총수들만이 할 수 있다면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수감된 기업인의 가석방 필요성을 제기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 <편집자 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성탄절을 즈음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인 가석방 및 사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우선 김무성 대표는 "경제위기 속에서 기업의 투자결정은 총수만이 할 수 있다"면서 "경제위기 극복방안의 일환으로 수감중인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이나 가석방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기업인 가석방 및 사면 필요성을 거론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새누리당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이완구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이는 최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논란으로 반대기업 정서가 확산되는 와중에 정치적 위험을 불사하고 대기업 총수들의 가석방과 사면을 거론한 것으로 주목된다. 특히 김 대표는 사법적 정의와 대기업 총수들의 태도에 대해 악화된 국민감정에도 불구, "이들 2가지 사안은 완전히 별개"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역시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기업인들의 가석방이 필요하다고 청와대에 건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 부총리는 앞서 지난해 9월이후 몇차례 걸쳐 수감된 기업인들의 가석방과 사면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온 바 있다.


심지어 야권 중진인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기업인을 우대하는 것도 나쁘지만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안 된다"면서 "일반 범죄인들은 일정기간 복역하면 모두 가석방해준다"고 기업인 역차별 문제를 거론, 비판적인 당론과 달리 우호적 입장을 보였다.


◇ 청와대 '선긋기' vs 재계 "좋은 시그널"


일단 청와대는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을 결정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권한이라면서 정치권 분위기와 달리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감된 기업인들에 대한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기류에 대해 "법무부 장관의 고유권한"이라고 일축하고, 기업인 사면에 대해서도 "사면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입장은 앞서 각종 비리로 수감된 대기업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 가석방이 자칫하면 국론 분열과 국민감정 악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대통령의 특별사면권한을 남용하지 않겠다면서 비리를 엄단하겠다는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이후에도 정치인과 기업인 특사는 하지 않았다.


반면 정부와 정치권에서 기업인 가석방·사면주장이 잇따라 제기되자 재계는 침체된 경제상황을 반전시키고 투자와 고용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를 반증하듯 한 재계 관계자는 "악화된 최부 경제여건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업인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있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전기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 및 사면이 국내 투자활성화와 기업가의 의지를 살리는데 좋은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기업들이 경제 민주화란 여론몰이에 휘말려 대규모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면서 "건강이 악화되거나 중형을 선고받은 뒤 가석방 요건을 채운 경우라면 허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총수의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적절한 사업기회를 상실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되는 만큼 정부가 이를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최태원·최재원·구본상 등 가석방 거론


따라서 가석방 대상 대기업 총수 중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을 비롯해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현재 2년을 복역하고 있어 역대 대기업 총수들 가운데 최장기 수감기록을 갱신하고 있는데, 건강이 악화됐어도 제때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기업인 가석방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가석방 요건을 갖춰 유력한 대상으로 거론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더욱이 SK그룹은 지난 2013년 최 회장의 구속이후 STX에너지와 경비업체 ADT캡스 인수가 불발되고 SK에너지를 통해 호주 유나이티드페트롤리엄(UP) 지분 인수계획도 무산됐다. 이는 총수 부재로 대규모 프로젝트 무산과 함께 사업기회 상실로 이어져 최악의 경영실적을 내며 위기에 몰린 SK그룹의 절박한 가운데 최 회장의 가석방이 절대 과제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SK그룹은 지난 2011년 6조606억원에 달했던 투자규모가 2013년 4조9283억원으로 급감했으며, 올해도 특별한 전기가 없는 한 실적반전 기대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최 회장은 현재 법정 형기의 3분의 1을 채워야 하는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으며, 최재원 SK그룹 부회장과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도 요건을 채웠다. 가석방 대상은 아니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악화된 건강상태에도 불구, 병원과 법원을 오가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이 회장은 수감도중 지병 악화로 인해 장기이식 수술을 받는 등 위험한 상황에서 범삼성 총수일가가 탄원서를 제출하고 교도소장도 선처를 요구하는 와중에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CJ그룹의 경우 총수 장기 부재로 인해 경영의사결정과 신규 투자 등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데 작년 상반기 1조3700억원의 투자계획 가운데 4800억원이 보류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굵직한 M&A(인수합병)건이 최종 결정만 남겨놓고 무산된 경우도 많아 앞서 2013년 CJ대한통운이 해외 물류기업 인수를 추진하던 도중 협상단계에서 중단된 것이 대표적이다.


◇ "왜 이 시점이냐" 반발여론도 거세


그러나 기업인 가석방 및 사면논의는 정작 소수의 개인적 의견으로 치부될 정도로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 여당 지도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경제가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거듭 기업인 가석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완구 원내대표는 "사면이나 가석방에 대해 정부와 논의한 적이 없다"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으로 여론이 안 좋은데 분위기상 쉽진 않을 것"이라고 이견을 밝혔다.


김재원 원내 수석부대표의 경우 "기업인 가석방은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법무부가 모범수에게 실시하는 것"이라면서 "기업인을 가석방해준다고 경제가 활성화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부정적 견해를 표명했다.


야당 역시 마찬가지로 당내 중진의 견해와 당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고위 공직자이든 기업인이든 가중 처벌을 받는 상황에서 가석방은 평등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성수 대변인은 "경제 활성화와 기업인 가석방은 무관하다"며 "소위 '땅콩 회항'건 등으로 기업윤리를 평가하는 국민의 잣대가 엄격해지는 가운데 여권이 기업인의 가석방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날을 세웠다.


▲ 정치권에서 가석방 및 사면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유력한 가석방 대상으로 거론되는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선례로 힘 얻어


그럼에도 불구, 수감되거나 건강이 악화됐지만 재판을 계속 받고 있는 대기업 총수들의 선처가 필요하다는 재계의 주장은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교사로 본다면 김승연 회장이 최근 일선경영에 복귀한 뒤 삼성그룹과 1조9000억원대 '빅딜'을 성사시킨 것이 총수 복귀에 따른 긍정적 사례로 거론된다.


작년 11월까지 건강회복과 사회봉사에 힘썼던 김 회장은 부진했던 태양광사업 재편과 이라크 신도시건설 프로젝트를 비롯한 현안 챙기기에 나서는 등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재계에선 그룹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복귀가 이뤄졌다는 입자인데,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총수들에 대한 선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태양광사업의 업황이 부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승연 회장이 과감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총수의 복귀로 경영전략의 추진과 의사결정이 빨라진데 따른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전문경영인 체제는 기본적으로 단기적 성과에만 주력할 수밖에 없어 중장기 성장전략 추진이나 대규모 투자에 소극적인 입장이 될 수 있다"며 "총수의 경영일선 복귀는 여러모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총수가 수감된 기업들이 많으면 경제 전반적으로 손실이 커지게 된다"면서 "수출위주의 기간산업이 흔들리면서 위기의식이 확산되자 정부 경제팀도 기업인 사면을 통한 과감한 선제적 투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에서 기업인 가석방 및 사면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재계는 경제 활성화 일조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기업인 가석방 및 사면이 해당기업은 물론 다른 기업인들의 투자의욕을 제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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