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평가 11위' 한화건설은 웃는다
10위권 규제 부담…“오히려 실속 차릴 수 있어”
이준혁
immasat@naver.com | 2012-08-17 13:13:45
최근 대한건설협회가 2012년 건설사 시공능력평가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건설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업계 순위인 시평순위에서 낮은 순위를 보였을 경우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받기 마련이지만 ‘부동의 업계 11위’ 한화건설과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12위로 떨어진 두산건설의 경우 오히려 낮은 순위가 “실속을 차릴 수 있다”는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10위 건설사가 10대 건설사로서 책임만 진 채 실속은 얻지 못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10위 건설사가 현대, 삼성, 대우 등 이른바 ‘빅6’와 동등한 입장에서 컨소시엄 주관사가 되는 것은 각종 심사와 평가에서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 한화건설 시공평가 3년 연속 11위
대한건설협회가 전국 1만 540개 종합건설업체의 공사실적, 재무상태, 기술능력 등을 종합평가해 업체별 시공능력을 산정한 결과, 종합건설업 대표업종인 토목건축업종에서 현대건설이 11조 7108억원으로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012년 종합건설업체 시공평가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해외수주 실적이 순위변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건설업 시공능력평가 제도는 건설업체의 공사실적, 재무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해 공시하는 제도로 발주자가 적절한 건설업자를 선정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되며, 공공공사의 등급별 유자격자 명부제, 중소업체의 균형발전을 위한 도급하한제 등의 평가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업계 순위인 시평순위에서 낮은 순위를 보였을 경우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받기 마련이다. 지난 2000년대 중반 ‘부동의 건설업계 1위’ 현대건설이 1위 자리를 내주자 “시공능력평가순위 산정에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낮은 순위가 홀가분한 건설사도 있다. 바로 ‘부동의 업계 11위’ 한화건설과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12위로 떨어진 두산건설이 그들이다. 10대 건설사는 이에 선정됐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지만 그에 따른 의무도 있다. 바로 컨소시엄을 형성할 때 주관사가 돼야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건설업계에서는 1위부터 9위까지가 기술력이나 브랜드 네임벨류에서 높은 가중치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 업체들끼리 서로 순위를 바꿔가고 있을 뿐 신규 건설사의 9대건설사 진입장벽은 매우 높다. 이 때문에 10위 업체는 별다른 존재감이 없는 상태다.
실제로 올해 시공능력평가 결과를 보면 9위 SK건설은 10위 두산중공업과 비교할 때 시공능력평가액에서 26%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7~9위까지가 약 20% 안팎의 시공능력평가액을 기록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차이는 크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브랜드 가치까지 감안한다면 10위 건설사가 현대, 삼성, 대우, GS, 포스코, 대림산업 등 이른바 ‘빅6’와 동등한 입장에서 컨소시엄 주관사가 되는 것은 각종 심사와 평가에서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이에 따라 이들 건설사들은 주관사로 직접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보다는 ‘빅6’가 주관사를 맡은 컨소시엄에 2대 건설업체로 들어가는 것을 더 바라고 있는 상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같은 10대 건설사라도 기술력과 자본력, 그리고 영향력의 차이가 너무 큰 만큼 주관사로 나섰다간 사업 수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며 “차라리 10대 건설사에서 빠져 실속을 챙기는 만 못하다”고 말했다.
올해 사업부진과 재무리스크로 인해 10대 건설사에서 빠진 두산건설의 상황도 이를 잘 반영한다. 두산건설은 10위를 차지한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은 불과 18% 적었지만 사업실적은 크게 낮았다.
두산건설이 10위에 처음 입성한 때는 지난 2004년이다. 당시 두산건설은 회사의 전신인 두산산업개발과 고려산업개발을 합병, 회사의 규모가 불어 10위 진입에 처음으로 성공했지만 이후부터는 11~15위권을 형성했다. 이후 2010년에 들어 10위 건설사로 진입했다.
하지만 이는 두산건설 위에 랭크돼 있던 일본계 타이세이건설이 한국 면허를 포기하고,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으로 회사사정이 나빠지면서 생겨난 일로, 두산건설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는 점이 희극적이다.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는 두산건설의 10위권 탈락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화건설의 10위권 첫 진입이 예상됐지만 한화건설 역시 이를 썩 달가워하지는 않은 상태. 한화건설 관계자는 “업계 순위를 우리 마음대로 조작할 수도 사양할 수도 없지만 실속을 챙기기 위해선 굳이 10위권에 진입할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1년간 10위권 건설사 간 공동도급 제한 규제는 두산건설이 아닌 두산중공업이 받는다.
한화건설은 2002년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뒤 매년 2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4000억원 안팎에 그쳤던 수주액이 5조원을 돌파했고, 시공능력 평가순위도 2000년 35위에서 작년엔 11위까지 급등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10위의 저주’가 이어질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위 건설사가 10대 건설사로서 책임만 진 채 실속은 얻지 못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 10위 건설사로 뛰어오른 두산중공업은 이 같은 불안감이 그다지 높지 않다. 업역 상 건설사라기 보다는 플랜트 업체 성격이 강하고, 수주도 국내 공공공사나 주택사업이 아닌 해외수주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업체 속성을 볼 때 건설사로 읽기가 어려워 10대 건설사의 ‘문제점’인 컨소시엄 주관사 등은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며 “오히려 국내 건설업계 10위라는 점이 해외 수주에 홍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10위권이라는 순위가 업체에게 이익이 되느냐 손해가 되느냐의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민간공사와 공공공사 등에 따라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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