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되로 주고 말로 받자" 꼼수열전

대출 금리 인하는 ‘생색내기’…예금 금리 인하는 '쭉쭉'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8-17 12:46:53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은행권의 만행이 또다시 재현되고 있다. 대출금리를 인하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만, 정작 금리 인하 수혜대상을 극소수로 한정해 ‘생색내기용’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편,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정기예금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를 이유로 내세우며 줄줄이 내리고 있다. 게다가 세제 개편안에서 즉시연금보험 비과세 혜택 폐지 등 서민층 감세 축소 내용이 발표되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다.



◇ 은행권 금리 인하… 4%대 정기예금 ‘실종’
은행들은 최근 예금 금리를 줄줄이 인하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에서 연 4%대 금리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을 찾기 어렵게 됐다.


KB국민은행의 'KB스마트폰예금'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4%에서 3.7%로 낮췄다. 지난 2010년 9월에 비해 금리가 0.8%포인트나 내려간 것이다. 하나은행의 'e-플러스 정기예금'의 금리는 지난 10일부터 연 4.3%에서 4%로 낮아졌다. 신한은행 '두근두근 커플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 7월만 해도 3.92%였지만 현재는 3.4%까지 떨어졌다.


은행권이 예금 금리를 낮춘 이유는 지난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하락하자 정기예금 금리도 내린 것이다.


◇ ‘대출금리 인하’ 자랑하지만…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 방침도 밝혔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대출 금리를 약 2∼3%포인트 내린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금리 상한을 연 17%에서 14%로, 기업대출 금리 상한을 연 15%에서 12%로 각각 낮췄다.


하나은행도 이날 오는 13일부터 가계대출 최고금리를 기존 16%에서 14%로 2% 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서민대출 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의 금리도 2% 포인트 내려 최저 연 9%대로 운영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역시 현 17%대의 대출 최고 금리를 낮춘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이미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최고 금리를 연 18%에서 15%로 낮춘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은행권 안에서조차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혜택을 보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연 12~15%의 최고 금리는 연체가 있는 개인이나 부도기업의 대출을 연장할 때 주로 적용하는 금리다. 따라서 이번에 내린 대출 최고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대상은 전체 가계대출의 2.1%, 중소기업대출의 0.4%에 불과하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은 "20조4000억원의 부당 이익을 누린 은행권이 고작 50억원내외의 대출금리 인하를 하겠다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비판했다.


은행들이 최고 금리 인하 행위에 대해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쇼”라는 비판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 교수는 "이번에 은행권이 내놓은 대책은대상자가 극히 적어 수익성에 지장이 없으면서도, 2~3%포인트나 내린다며 생색내기에는 좋은 정책"이라며 "최근 CD금리 담합, 대출 학력 차별, 대출 서류 위조 등으로 비판을 받자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신한은행은 감사원 조사에서 고졸 이하 고객에게 더 높은 금리를 책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3년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내려가는데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부풀려 21조원을 챙겼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들이 내놓은 방안은 모든 신용등급에 대해 금리를 일률적으로 낮추는 게 아니라 금리 상한선을 낮추는 것”이라며 “다른 보정 장치가 없이 상한만 낮추면 신용등급이 낮은 한계 고객들은 되레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 소비자들로부터 ‘일회적인 쇼’라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대출금리의 결정구조에 대한 투명성을 더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정부에서 너무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은행이 대출금리를 일괄적으로 인하하게 하는 행위는 은행들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은행들 입장에서는 금리를 선정할 때 가산금리를 좀 더 투명하게 산정하는 등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