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층간 소음 스트레스 사라질까?

시공 기준 강화…두께·소음 동시 충족해야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8-17 11:57:57

정진영(35ㆍ직장인) 씨는 모 아파트로 이사한 후, 매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교통도 편리하고, 시장도 가깝고, 단지 내 조경도 아름다운 등 모든 면이 정 씨의 마음을 사로잡았기에 이 집을 선택했으나,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층간 소음’ 문제였다.


정 씨는 “윗집 아이들은 잠도 없는지, 밤새 뛰어다닌다. 낮이나 초저녁에 뛰어다니는 경우, 주말에 뛰어다니는 경우는 ‘어린 아이라서 그러겠거니’ 하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밤 12시가 다 되도록 소음을 내니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푸념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정 씨는 윗집에 항의하러 올라갔지만 더욱 절망스런 사실만 알게 된 채 돌아와야 했다. 아이의 부모는 맞벌이를 하느라 아침 일찍 출근해, 자정이 다 된 시간에야 집에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그 아이들을 돌보는 이는 80세의 할머니였는데, 이 할머니는 고령으로 인해 청력이 매우 어두워진 탓에, 아이들이 뛰는 소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TV 소리도 최대한으로 키워야 겨우 들을 정도라고 했다. 정 씨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래서 매일 새벽 6시만 되면 윗집에서 TV 소리가 들렸구나…”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로 인한 주민 간의 다툼과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3월 15일 층간 소음 갈등을 중재하는 ‘이웃사이센터’를 열었는데, 센터 개설 한 달 만에 무려 1100건을 넘는 상담 건수를 기록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자 수가 많아진 오늘날, 층간 소음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아파트 층간 소음(바닥충격음)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 바닥 건설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7월 25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동으로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 층간 소음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국토해양부는 공청회 의견을 수렴하고 올 12월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개정해 내년부터 새로운 기준을 시행할 계획이다.


지금까진 아파트 바닥 공사를 할 때 두께를 기준으로 하는 ‘표준바닥구조’와 소음을 기준으로 하는 ‘인정바닥구조’ 중에서 하나만 채택해 시공하면 됐다. 표준바닥은 층간 소음 성능과 관계없이 바닥 두께가 벽식의 경우 210㎜, 무량판(보가 없는 바닥)은 180㎜, 기둥식은 150㎜ 등 일정 기준 이상의 두께로 시공하는 것이다. 인정바닥은 슬라브 두께와 관계없이 실험실에서 성능 실험을 통해 바닥충격음이 일정 기준(경량충격음 58dB, 중량충격음 50dB) 이하를 충족하면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표준바닥과 인정바닥 구조가 통합된 새로운 법정 바닥 기준이 마련되고, 아파트 바닥 공사를 할 땐 새로운 기준에 따라 시공해야 한다. 국토해양부 개선안에 따르면 벽식과 기둥식은 바닥 두께를 현재와 같이 210㎜, 150㎜를 유지하고 비교적 소음이 크게 발생하는 무량판 바닥은 현행 180㎜에서 210㎜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바닥 두께 기준은 물론, 인정바닥에서 적용했던 바닥충격음 기준도 동시에 충족하도록 했다. 두 가지 기준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됐던 과거에 비해, 한층 더 엄격해진 것이다.


바닥충격음 측정 방식도 변경된다. 기존에는 건설기술연구원이나 LH가 마련한 시험동에서 소음 정도를 측정했다. 하지만 이 경우 실제 아파트의 충격음과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소음을 측정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시험동에서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해양부는 “소음 차단 성능이 뛰어난 기둥식 아파트는 최소 바닥 두께인 150㎜만 충족하면 별도의 바닥충격음 성능기준은 배제해주는 등 기둥식 아파트 건축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정부의 이번 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층간 소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닥 두께 기준을 상향 조정하더라도 층간 소음을 유발하는 외부변수가 워낙 많아 기술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강화된 소음 기준에도 여전히 층간 소음에 민감한 입주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새로운 기준으로 벽식 아파트를 시공할 경우 아파트 분양가 증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전용면적 85㎡(분양면적 33평) 기준으로 분양가격이 가구당 200만원 가량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전용면적 85㎡의 경우 정부 발표인 200만원보다 더 높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층간 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만큼 층간 소음 해결은 반드시 필요하다. 향후 새로운 기준으로 시공을 한다면 층간 소음이 상당 수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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