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위기 앞에 장사 없다”
이건희 회장의 하반기 경영 전략 해부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8-17 11:41:39
IOC 위원으로 런던올림픽 참관을 위해 출국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15일 입국했다. 입국 현장에서 이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한 대답은 하지 않았으며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의 보고를 받으면서 공항을 빠져 나왔다.
이달 초에 미리 귀국했던 장남 이재용 사장도 함께 이 회장을 영접했으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 등도 자리에 함께 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런던 올림픽 일정을 위해 출국했지만 유럽, 일본 등을 거치면서 하반기 경영구상을 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에도 한 달 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입국하면서 “유럽 경제를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어렵다”면서 “삼성이 이럴 때 일수록 경쟁력을 강화하고 위기에 대처해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가 분기 최고 실적을 올렸지만 내부에서는 "유럽 경제 위기의 불확실성과 애플과의 특허분쟁 등으로 하반기 경영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에 이 회장은 이번 출국을 통해 글로벌 위기 돌파를 위한 신경영 구상과 하반기 정기 인사에 대한 고민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연말 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장이 삼성그룹의 성장 동력 사업 중 하나인 자동차 전장사업에 심혈을 기울이며 그룹 전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회장의 업무 복귀 후 어떠한 경영 로드맵과 미래 전략을 선보일 것인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 위기 심화 시 ‘구조조정’ 가능성도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는 ‘갤럭시S3’의 세계 판매를 동력으로 사상 최초 매출 200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 역시 모바일·정보통신 분야의 호조로 매출이 220~230조원, 영업이익이 22~2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 내부적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내부에서는 이번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심각하다면 ‘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지난 2008년 딱 한번 분기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을 때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임원 승진을 못한 채 정년이 되기까지 근무하고 있는 고참 부장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원을 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음 분기에서 적지만 흑자로 돌아선 덕분에 구조조정이 실제로 실행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만약 현재의 위기상황이 지난 2008년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장기화 될 경우 구조조정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졸면 죽는다”라며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삼성이 이정도 상황이라면 다른 기업들을 말할 필요도 없다는데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소규모 개방 경제 체제인 한국의 특성상 작은 규모인 내수보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경우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최근 유럽발 경제위기를 최대 관심사로 놓고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 체제로
삼성이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지점에서 관측된다. 최근 김순택 전 미래전략실장이 퇴진하고 여기에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새롭게 미래전략실장으로 발령이 난 것 또한 ‘위기대응’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삼성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순택 전 실장은 미래전략실을 이끌면서 빠르고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해 비슷한 역할을 담당했던 과거 이학수 부회장과 많은 비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구글과의 협력과 애플과의 소송 등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려온 최지성 부회장의 미래전략실장 교체는 향후 삼성의 의사결정에 신속과 과감성을 더하기 위함이라 분석된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대표 제품군을 책임지고 있는 신종균 사장과 윤부근 사장이 이를 받쳐주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최지성 부회장의 미래전략실 발령으로 현재 삼성전자 내 완제품(DMC) 부문을 총괄하는 부회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아 있는 상태로, 신종균 사장과 윤부근 사장이 이 자리를 두고 물밑 경쟁을 하는 구도가 그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글로벌 1위를 차지한 모바일 사업부의 신종균 사장보다 생활가전에서 1등 도약이라는 특명을 받은 윤부근 사장이 그룹 내에서 더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신 사장의 앞길엔 애플과의 소송과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편중된 수익구조의 개선, PC·디지털카메라 등 다른 제품들의 경쟁력 강화등의 과제들이 주어져 있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직접 지시 했을 만큼 중요도가 높은 사업이다.
반면 윤 사장의 경우 이미 TV시장 1등을 일궈낸 배경을 바탕으로 앞으로 올라갈 길만 있다는 분석이다. 취임 하자 마자 내놓은 지펠 냉장고가 한달만에 1만여대가 팔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그에게 플러스 요인이다. 그는 이번에는 LG에 뒤쳐져 있는 세탁기 분야에서 역전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신종균-윤부근 사장 경쟁 구도 주목
오는 8월말 독일에서 개막하는 국제가전박람회(IFA) 전시회에서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축인 권오현 부회장이 불참할 것으로 알려져 업계는 “자연스레 두 사장간 균형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국제가전박람회 ‘IFA 2012’에서 신종균 사장은 ‘삼성 모바일 언팩’행사에서 직접 발표를 진행하긴 하지만, 윤부근 사장 역시 삼성전자의 공식 프레스 컨퍼런스와 국내 기자간담회를 책임진다. 또 공식 프레스 컨퍼런스에서는 앞부분의 기조연설 뿐이지만 불참이 예상되는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의 역할을 일정 부분 대신 소화하는 셈이 된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지만 부품(DS) 부문까지 총괄하고 있어 가전 행사인 IFA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사장은 현재 TV와 생활가전을 모두 총괄하는 소비자가전(CE) 담당이라 가전박람회인 이번 IFA에 특히 적합한 인물로 판단되고 있다.
덕분에 이번 행사는 윤 사장이 처음 단독으로 간담회를 주재하는 데뷔전이 되는것은 물론 ‘윤부근표 가전’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의 임명은 ‘이재용 시대’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실장은 삼성 내에선 ‘이재용의 가정교사’로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삼성전자 근무 당시 두 사람은 가장 의사소통이 잘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해 이재용 사장은 불편히 여기며 “이재용 시대가 온다는 건 소설”이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미 과거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의 관계처럼 이재용 사장과 최지성 실장의 관계도 흘러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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