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경분리, 2조원 놓고 '신경전'

신용·경제지주 분리 앞두고 정부출자·지분놓고 난항

장우진

mavise17@hotmail.com | 2012-02-17 14:49:35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농협의 신경분리(신용지주와 경제지주사로의 분리)를 2주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출자금 2조원이 여전히 정해지지 않아 난관에 빠졌다.
농협은 내달 2일 1중앙회, 2지주(경제·금융 지주)로의 재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협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신용부문의 부족자본금 중 5조원을 정부에서 지원받기로 했다. 이 중 3조원에 대한 부분은 문제가 없으나 나머지 2조원을 놓고 정부와 농협과의 조율이 이뤄지고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2조원을 비상장·비수익 주식을 출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농협은 산은·기은처럼 현금화가 쉬운 주식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정부는 지원금을 새로생기는 금융지주사에 주겠다는 입장이지만 농협은 모두 중앙회로 출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로 출자되게 되면 중앙회는 경제·금융지주 지분을 모두 100% 확보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금융지주사 지분 일부가 정부보유가 되기 때문에 감시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물출자 2조원, ‘의견 엇갈려’


▲ 서울 중구 충정로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본점
농협은 신경분리(신용·경제 지주 분리)를 하는 과정에서 국제경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신용부문의 부족자본금을 정부 측에 6조원을 요청했으며 5조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정부는 5조원 중 3조원은 농협이 채권을 발행하고, 이자를 정부가 대신 내는 방식으로 문제가 없다.
문제는 나머지 2조원에 대한 부분이다. 신경분리가 2주도 채 남지 않았으나 지원방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2조원을 정부 보유 주식으로 내주기로 했다. 문제는 어떤 주식이냐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도로공사 주식처럼 비상장·비수익 주식을 출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농협은 기은·산은과 같이 현금화가 쉬운 주식을 원하고 있다. 자본금 배정 작업도 수월한 뿐더러 자산건전성도 강화된다는 주장이다.
농협의 이 같은 주장도 일리는 있으나 금융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선 금융위 산하인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기은·산은 주식을 농협 측에 줄 경우, 농협 금융지주는 다른 은행 지분 5%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명시돼 있는 현 금융지주사법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
또 기은·산은은 우량주로써 이를 2조원 규모나 내주게 되면 정책금융공사의 자본건전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
또 기획재정부도 기은·산은 주식을 내줄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기은·산은의 민영화가 예정돼 있고 매각대금이 국가예산으로 잡혀있는 만큼 이를 내주기는 무리라는 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소유 기은·산은 지분은 이미 예산안에 매각에 따른 수입금액이 잡혀 있어 (농협에 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농협-정부, 금융지주 지분놓고 ‘밥그릇 싸움’


또 다른 문제는 이 2조원 규모의 주식을 어디에 주느냐이다. 정부는 새로생길 금융지주사에 주겠다는 방침이지만 농협 측은 중앙회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는 현물출자를 받게 되면 경제·금융지주에 각각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즉 외부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금융지주사에 주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금융지주사의 지분을 일부라도 보유하게 되면 이를 통해 감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2조원은 금융지주에 주게 되면 정부는 약 13%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지주에 준다 해도 여전히 농협중앙회가 절대적인 권한을 갖게 된다”며 “일부라도 지분을 확보해 최소한의 감시망을 갖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 최근 임원진 사퇴에 따른 경영공백도 우려된다.
최근 농협중앙회 신충식 전무이사와 이덕수 농업경제 대표이사, 남성우 축산경제 대표이사, 서인석 조합감사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농협법과 정관에 의거, 김태영 신용대표이사가 21일까지 직무를 대행할 예정이었으나, 김 대표이사마저 사의를 밝혔다.
농협은 “최원병 호(號) 2기 출범과 내달 2일 농협의 새로운 시작을 맞아 변화와 혁신을 위해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에 김 대표도 물러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노조, ‘준비안됐다면 차라리 연기하라’


이 같이 농협 신경분리 작업이 난항을 겪자 금융노조는 ‘아직 준비가 채 되지도 않았다“며 신경분리 연기를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6일 “정부가 농협에 약속한 현물출자 약속을 계속 미루고 있다”며 “약속을 지킬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농협 신경분리를 연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분리 시한은 다가오고 있는데도 현물출자에 대해 명확한 내용이 나오지도 않고 있으며, 보험사 출범을 위한 IT 부문 개발도 미흡해 정상적 사업구조 개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정부가 유동화 가능한 2조원 현물출자를 해주지 않으면 농협 금융지주의 정상적 출범은 불가능하다”며 “여야 합의에도 불구, 정부가 도로공사 같은 비상장 주식을 고집하고 있는데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서로 출자재원의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농협중앙회가 아닌 금융지주에 직접 지원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이는 금융지주의 위험자산을 증가시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낮추고 손익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 3월 새롭게 출범될 신설 보험사의 IT시스템이 겨우 소스코딩만이 완료된 상태라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금노는 “정부 스스로 결정하고 정부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농협 신경분리는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라며 “더 늦기 전에 농협 신경분리 강행의 주범인 농식품부가 책임을 지고 농협 신경분리 연기를 공식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 내부에서도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직원들의 희망부서 쏠림현상이 나타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혼란은 여전하다.
언론에 따르면 최근농협중앙회 직원들의 희망부서 신청현황을 보면 신용부문보다는 경제부문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분야 지원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나 초기 시행착오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