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역합병 판단 '과거 속으로'

국세청, 1조6천억 세금추징 방침에 하나銀 "2002년 유권해석 받았다"주장

김덕헌

dhkim@sateconomy.co.kr | 2007-09-10 09:23:33

국세청이 2002년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편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판단해 거액의 법인세를 추징할 방침이라고 밝혀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2002년 서울은행과의 역합병 당시 세무당국에 서면 질의를 통해 '문제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합병을 실시한 만큼 이제 와서 '딴소리' 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역합병 논란의 핵심

정부가 합병이 일어났던 2002년의 법인세법상 역합병으로 판단하는 기준은 △결손법인을 존속법인화 △상호변경 △특수관계 여부 등 세 가지다. 이 세 가지에 모두 해당하면 역합병으로 인정돼 이월결손금을 공제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하나은행의 합병 절차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첫 번째 판단 기준인 결손법인 상태인 피합병 법인을 합병때 절차상 존속법인으로 만들면 역합병에 해당되는데 하나은행은 합병과정에서 결손법인을 존속법인으로 남겨뒀다.


두 번째 판단 기준인 합병 등기일까지 합병법인의 상호를 피합병 법인으로 미리 변경하거나 합병등기일 후 2년내 피합병법인으로 상호를 변경할 때 해당되는데, 이것 역시 하나은행은 합병과정에서 절차상 합병법인(존속법인)인 `서울은행`을 사용하지 않고 피합병법인인 `하나은행`을 사용했다. 단지 로고만 변경했다.


이처럼 하나은행은 결손법인의 존속법인화, 상호변경 등 두가지 조건에서 역합병의 기준에 해당되며 때문에 특정인(동일인)이 합병대상 두 회사 발행주식총수의 30% 이상씩을 소유하고 있는 규정 여부가 역합병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도 "역합병에 대한 판단을 위해 특수관계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역합병 판단과 관련,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했던 하나은행의 상환 우선주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는 지난 1998년 말에 5개 부실은행을 인수한 주체들의 BIS 자기자본비율을 보전해 주기 위해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상환우선주를 출자했다. 하나은행은 이 상환우선주를 세 차례에 걸쳐 상환했으며 2002년 4월을 마지막으로 모두 처분(유상소각)했다.


국세청은 하나은행이 서울은행 합병 전에 우선주를 처분했더라도 과세시점을 소급 적용하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의결권이 없는 상환우선주를 발행주식총수에 포함시킬 것이냐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때 보유했던 우선주를 이미 팔아버린 상황에서 이를 소급 적용하는 것도 관건이다. 결국 재경부의 우선주에 대한 판단 결과에 따라 하나은행의 세금 추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반발하는 하나은행

1조6000억원의 '세금 벼락'을 맞을 위기에 놓인 하나은행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2002년 역합병 요건 여부에 대해 세무당국에 서면질의 과정을 거쳐서‘역합병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서면으로 받은 후 합병을 진행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세금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 재경부 세제실에서“서울은행이 하나은행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할 경우, 상호는 서울은행을 사용하는 게 원칙이지만 두 은행이 특수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하나은행을 유지하더라도 이월결손금 승계부인조항(법인세법 45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해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세법학계와 업계에서는 단순히 피합병회사의 지분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과세를 하는 데는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하나은행은 만일 과세로 결정나면 부당청구소송과 함께 행정법원에 위헌 소송까지 낼 것이라고 말해 이 문제는 법정싸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국세청의 주장

그러나 국세청은 하나은행이 서울은행과 합병하면서 당시 흑자이던 하나은행 법인을 없애고, 적자이던 서울은행을 존속시켜 합병한 뒤 상호를 다시 하나은행으로 바꾸는 등 '역합병' 방식을 통해 법인세를 면제받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하나은행이 관련 세법을 어겼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재정경제부에 의뢰했다.
이에 대해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은 지난주 정례 브리핑에서 "하나은행이 2002년 서울은행과 합병 당시 이월결손금 승계와 관련한 질의가 지난 7월 13일 국세청에서 접수됐다"며 "사실 관계를 확정하고 법률 관계를 검토한 뒤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또 "당시에도 정당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하나은행측 주장에 대해 "과거 유권해석도 당시 조건과 전제를 염두에 두었고 그 답변은 정확했을 것"이라며 "당시 상황도 같이 파악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역합병 회사 초긴장

최근 합병을 성사시킨 금융회사들은 정부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6월 합병한 ING와 랜드마크자산운용 합병도 역합병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실상 ING그룹이 랜드마크자산운용을 인수했지만 서류상으로는 랜드마크자산운용이 합병 법인이고 ING가 피합병법인으로 돼 있다.



ING그룹은 랜드마크자산운용이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 이월 결손금이 없다고 밝혔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통합방식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통합한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은 하나은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존속법인은 조흥은행이고 상호는 신한은행으로 채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통합당시 두 은행 모두 흑자상태였기 때문에 이월결손금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세법에서는 법인간 합병을 할 때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피합병법인의 결손금 승계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역합병을 제한하고 있다”며“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편법을 사용하면 세법의 규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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