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괘'로 강제 입양… 23년만에 부모상봉

캠프 케이시 근무 페이스 베스케즈 하사

이정현

wawa0398@naver.com | 2006-06-12 00:00:00

점괘(占卦)에 빠진 할머니에 의해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던 여자 어린이가 미군이 되어 23년만에 친부모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미 군사 전문지 ‘성조’에 따르면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서 복무하고 있는 페이스 베스케즈(23.여) 하사는 최근 한국인 생모 박모(51.대구시)씨를 비롯, 두 언니, 남동생과 극적으로 만났다고 전했다.

베스케즈 하사는 현재 미군방송(AFN) 캠프 케이시 파견대에서 기자 겸 프로듀서로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미국인 가정에 입양돼 고교를 졸업하고 18세 때 미 육군에 입대, 첫 발령을 용산기지로 받게 된다.

성장하면서 출생과 입양 과정을 알고 싶었지만 ‘정신적 충격’을 흡수할 만한 나이가 아니라고 판단한 베스케즈는 남편이 복무하고 있는 캔자스 지역으로 재배치 받아 3년을 지냈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밝혀내야 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한국에 온 그녀는 여러 입양알선 기관에 연락한 끝에 마침내 한국인 가족들과 상봉했다.

베스케즈 하사가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사연은 기구하다.
이미 두 딸을 둔 어머니 박씨는 베스케즈 하사를 임신했다. 그러나 손자를 보길 원했던 할머니는 어느 날 점쟁이에게 손자를 낳게 하는 방법을 물었는데 점쟁이는 셋째 딸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점괘’에 빠져든 할머니는 며느리가 딸을 낳자 즉시 입양기관으로 보냈고 며느리에게는 아기가 죽었다고 했다. 점괘 탓인지 3년 뒤 박씨는 아들을 낳았다.

서울의 한 입양기관을 통해 베스케즈 하사를 입양한 미국인 양아버지는 해군이었다. 자식이 없어 친 딸처럼 여겼던 양부모는 친부모를 찾았다는 그녀의 전화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사랑과 정성으로 키운 딸이 자신들을 멀리하고 친부모를 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휩싸인 것이다.

그러나 베스케즈 하사는 “나를 키워 준 미국인 아버지는 앞으로도 나의 아버지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친어머니 박씨는 “딸을 예쁘게 키워준 양부모에게 감사한다”며 “이제는 시어머니를 용서했고, 다시는 내 딸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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