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론스타 비리찾기 언제 끝나나?

외환카드 주가조작, 론스타 임원 '감자설' 의혹 제기 진념 전 경제부총리 계좌서 수상한 금융거래 포착

황지혜

gryffind44@hotmail.com | 2006-09-25 00:00:00

7개월째 검찰의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매입 의혹'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외환은행이 2003년 외환카드를 합병할 당시 주가조작을 한 혐의가 포착돼, 금융감독당국이 조사중에 있고, 검찰은 진념 전 경제부총리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이는 등 검찰이 전방위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며 론스타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핵심 몸통은 건드리지 못한 체 겉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최경환, 이종구 의원(재경위)은 지난 19일 외환은행 이사회 의사록과 금융감독원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합병비용을 줄이기 위해 감자설을 유포, 외환카드 주가를 떨어뜨리는 등 주가조작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 금감원은 "검찰의 의뢰로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흡수합병 당시, 주가조작 혐의를 조사중에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론스타는 2003년 11월 14일 이달용 당시 외환은행장 직무 대행을 통해 금감원에 '외환카드사 향후 처리방향 제출'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대주주인 외환은행과 올림푸스 캐피탈의 지분은 완전감자하고, 소액주주들은 20:1로 감자하겠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된 내용이었다.

이후 시장에 외환카드 감자설이 퍼지면서 2003년 11월 17일부터 7일 동안 외환카드 주가는 6,700원에서 2,550원으로 폭락하고, 거래량은 폭증했다. 이때 외환은행은 2대 주주인 올림푸스 캐피탈과 소액주주들로부터 싼값에 주식을 사들였다.

그러나 8일후 외환은행은 감자 없이 외환카드를 흡수 합병하기로 전격 결정해, 결과적으로 '감자'라는 허위사실을 사전에 유포해 합병 인수 가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주가조작을 통해 론스타는 단 며칠만에 수백억원의 합병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돼, 주가조작에서의 론스타의 적극 개입설도 증폭되고 있다. 당시 론스타는 한달 전에 외환은행 인수대금을 전액 지급을 했던 때라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외환카드 처리문제에 관심을 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 조작건과도 관련해 2003년 11월 20일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모 이사가 "합병을 발표하면 외환카드 주가는 상승하고 외환은행의 주가는 하락하게 될 것이 뻔해 합병 전에 감자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외환은행의 이사회 임원 대부분이 론스타 임원으로 채워져 있었다.

최 의원은 "당시 이사회에서 외환카드 감자에 대해 언급한 익명의 이사가 스티븐 리,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재표라는 의혹이 있다"면서 "필요할 경우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이번 건을 수사하고 있는 금감원이 지난 2004년 1월 외환신용카드 노조조합이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가 올 4월 검찰의 의뢰가 들어오자 뒤늦게 수사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 제대로 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1일 금감위는 오는 27일에 증권선물조사심의위원회에서 나올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 앞서 "론스타가 주가 조작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득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그러나 우리는 주가조작의 개연성이 높다는 정도의 결론만 내린 것이지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조작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은 검찰의 몫으로 넘길 것"이라고 말하며 한발 물러났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도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흡수합병 과정에서 주가조작 혐의 적용이 어려워, 사실상 '론스타 잡기'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감자 검토와 실제로 합병과정에서 감자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주가조작을 밝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일부에선 당시 카드업 전반에 걸친 경영 악화 상황을 감안할 때, 감자를 하지 못하고 합병을 추진한 론스타 측에도 어느 정도 금전적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론스타가 또 한번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줬다.

한편 검찰은 론스타 사건과 관련해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대한 계좌추적을 하고 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뚜렷한 정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계좌추적은 론스타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은 진 전 부총리의 차명 계좌에서 일부 수상한 돈 거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그는 2000년부터 2002년 사이에 재경부 장관을 지낸 후 외환은행 매각 당시 론스타 펀드의 자문을 맡았던 회계법인 삼정 KPMG의 고문으로 재직했다.

때문에 감사원과 검찰은 문제의 계좌를 이용해 진 전 부총리가 외환은행 매각 관련자들과 돈 거래를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만일 부정거래 정황이 포착되면 그를 소환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외환은행건과 연관지을 만한 정확한 거래 내역을 포착하지 못해 수사가 지지부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작은 로비로 볼 수 있는 흔적들은 드러나고 있지만 큰 로비의 흐름이나 로비 자금원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구속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나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선에서 외환은행 매각이 결정됐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의 '론스타 잡기'는 '외환은행의 비자금 조성' 의혹 관련 수사에서도 진행 중이다. 외환은행이 차세대 금융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시스템 장비 비용을 부풀려 계산하는 방법으로 외환은행이 비자금을 조성 혐의를 포착, 이번달 초 외환은행 본사와 IT 시스템 용역업체인 LG CNS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한데 이어 외환은행 IT사업본부장과 LG CLS 전ㆍ현직 임직원을 소환했다.

그럼에도 올 3월 론스타코리아 본점 압수수색 이래, 7개월째 끌어오고 있는 론스타 사건은 수사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반면 오히려 그로 인해 핵심인 론스타에는 미치지 못하고 주변만 돌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외환은행 매각자문사였던 엘리엇홀딩스의 박순풍 대표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되는 것을 시작으로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연원영 전 캠코 사장, 김재록 인베스투스글로벌 금융컨설팅 대표 등 회계법인 대표나 정계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수뢰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외환은행 매각,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일 뿐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 의혹을 둘러싼 당시 고위 정책당국자와 론스타측과의 공모 여부, 인수 과정에서 론스타의 형사적 책임 소재 유무는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수사의 본체인 론스타에 대한 검찰의 접근은 3월 론스타 자회사 및 임원 자택 압수수색, 계좌추적, 소수의 론스타 관계자가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것이 전부다.

그나마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탈세 혐의가 포착돼 체포영장이 청구됐으나 이미 작년 9월 '일신상의 이유'로 론스타 코리아 대표직과 외환은행 이사직을 내놓고, 미국으로 도피한 상태다. 검찰측이 뒤늦게 주미 한국대사관에 스티븐 리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서를 8월 중순에 보냈으나 여전히 답보 상태다.

또 5월 영장이 한 차례 기각됐던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영장도 두 달 넘도록 재청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연일 소환 조사중인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부행장,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 주형환 전 청와대 행정관으로 부터도 기대 이상의 진술을 듣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상당수 국민들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에 론스타-국내 관료-법률 및 회계 자문회사의 관계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검찰과 그 외 수사기관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투기자본감시센터 허영구 대표는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외환은행 불법매각과정의 론스타측 불법행위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수사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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