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산업, 경쟁국에 밀리고 있다”
글로벌 IT시장 분석업체 아이플라이 창립자 데릭 리도우 사장의 충고
한정훈
hjh0160@empal.com | 2006-05-29 00:00:00
지난 25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서울디지털포럼 2006’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차 내한한 글로벌 IT시장분석업체 아이서플라이 창립자인 데릭 리도우(Derek Lidow) 사장은 전날인 24일 서울디지털포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한국 IT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리도우 사장은 “한국이 평면화면 TV, 모니터, 휴대폰 등 일부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경쟁 국가들에게 빼앗기고 있다”며 “시장변화에 조속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의 데릭 리도우 사장은 24일 서울디지털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들어 한국의 IT산업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LCD 패널·LCD TV·휴대폰 등 일부 분야에서 오히려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실례로 아이서플라이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LCD 패널 생산 부분에서 세계 1위였지만, 지난해 3분기 대만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고, 휴대전화는 북미-유럽업체들의 점유율이 다시 상승하는데 반해, 한국 업체들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은 유럽에 이어 휴대전화 생산에 있어 세계 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리도우 사장은 “현재 유럽과 미국 휴대폰 제품이 한국에 비해 보다 성공적으로 시장에 침투했기 때문”이라며, “이에 반해 한국 업체들은 다양한 종류의 휴대폰만 출시할 뿐 한 가지 제품에 주력하는 효율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결과 노키아, 모토로라 등 세계 유수업체들의 마케팅 효율성이 2004년 한국업체와 비교할 때 4.5배 수준에서 지난해에 5배까지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선전하고 있는 저가 이머징(emerging) 시장에 대해서 한국 기업들은 전혀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리도우 사장의 발표대로 노키아ㆍ모토로라 등 선두 업체와 삼성전자ㆍLG전자 등 한국 업체들간의 매출 격차는 2004년 1억6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억달러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이런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 리도우 사장이 제시한 것은 한국이 지금보다 기업가 혁신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마진이 적은 상품은 줄여 하이테크 산업위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경쟁력 있는 투자펀드나 산업적 인센티브 방안을 강구하고, 정부와 기업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그 가까운 예로 휴대폰의 경우 막연한 제품 출시보다 정확한 타킷을 선정해 한정된 모델로 승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리도우 사장은 “한국은 각종 인프라에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5년 이상 앞서 있으므로 이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신제품과 콘텐츠 등을 적극 개발해 외국에서 인프라가 구축될 때 집중공략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위험성이 높더라도 보다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간의 긴밀한 대화가 필요하다”며, “신생 또는 고성장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자금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 세계 IT하드웨어 시장은 1조3000억달러, 콘텐츠 시장은 4000억달러 규모로 큰 차이를 보이나, 향후 5년 안에 1대1 수준이 될 것”이라며 “콘텐츠 산업이 급성장하고 하드웨어는 콘텐츠를 전달해주는 일용품으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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