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업계 4각구도 재편 가능성

신세계, 월마트 인수하자 롯데 '초긴장'

김도유

0038h@hanmail.net | 2006-05-29 00:00:00

아줌마 눈높이 못 맞춘 외국계 10년만에 짐싸

홈플러스·롯데마트 당분간 1위 탈환 힘들 듯

신세계가 월마트코리아를 전격 인수했다.

신세계는 지난 2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마트코리아 지분 전량(점포수 16개)을 825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신세계의 할인점(이마트)은 기존 86개(중국 매장 7개 포함)에서 총 102개로 늘어나게 됐다.

신세계는 월마트를 별도 법인으로 남겨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고용을 100% 승계하는 한편 급여와 복리후생제도를 신세계에 점진적으로 맞춰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협력회사의 경우 공정한 평가를 통해 관계를 설정하되 가급적 거래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독과점 문제와 관련해 신세계는 월마트를 인수한 뒤에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할인점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지 않기 때문에 공정위 승인은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월마트 인수자금과 관련해 신세계는 따로 펀드를 조성하지 않고 자체 유보금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학서 사장은 이날 “이번 인수로 부채가 30%가량 늘어나지만 전체 부채비율은 약 170%를 밑돌 전망”이라며“2~3년 내에 인수에 들인 자금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질문에는“3주간 실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M&A 승인이 나면 잔금을 치르고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고 대답했다.

구 사장은 또 “월마트와 중복 점포가 2~3개에 불과해 국내 출점을 하지 않더라도 안정적 사업구조를 갖추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용진 부사장은 “월마트 인수로 중국사업에 더욱 자신감을 갖고 안정적으로 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날개 단 신세계, 위기 빠진 롯데

“신세계는 날개를 달았다. 롯데는 위기에 빠졌다.”
신세계의 월마트코리아 인수 발표 이후 유통가는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2월 초 상장할 때만 해도 롯데쇼핑은 거액을 조달해 할인점부문에서 신세계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비쳤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로 4개월도 지나지 않아 엄청난 위기에 빠지게 된 것.

이같은 사태는 고스란히 증시로 이어져 22일 롯데쇼핑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4.62% 내려앉은 36만1500원에 마감했다.

롯데 관계자는 “까르푸만 해도 ‘빅3’ 업체가 아닌 이랜드가 인수자가 돼 그나마 충격이 덜했다”며“하지만 신세계가 월마트를 가져가면서 1위와 격차가 좁힐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고 밝혔다.

사실상 홈플러스나 롯데마트가 1위 자리를 탈환하는 것은 당분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가 국내외 102개 점포를 확보하면서 홈플러스(43개)와 롯데마트(45개)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점포를 보유하게 됐기 때문. 뿐만 아니라 총매출에서도 이마트 2005년 기준 8조9000억원으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를 합친 수치 7조9000억원을 훨씬 웃돌아 거의 ‘더블 스코어’로 앞서고 있기 때문.

그러나 롯데의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홈플러스와 이랜드가 치고 올라오면서 롯데의 또 다른 복병이 되고 있는 것.

홈플러스는 올해 말까지 13개 점포를 새로 열어 전체 점포수가 56개로 늘어난다. 연내에 57개 점포를 마련하겠다는 롯데마트와 1개 차이다. 할인점 운영 노하우에서는 홈플러스가 한수 앞선다는 업계의 평가다.

이랜드 역시 만만치 않다. 정통 할인점에 아울렛 형태를 접목, 새로운 방식의 할인점을 오픈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가뜩이나 중복 지역이 많아 출혈경쟁이 심한 상황이어서 이랜드의 전략이 적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 M&A에 분주한 할인점업계

롯데의 경우 업계에서는 '꿩 대신 닭'이라고 롯데가 중소 규모 매물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가설에서부터 '성장 잠재력 비축' 차원에서 부지 확보에 열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백화점과 할인마트 등 7개 점포를 운영중인 그랜드측은 "단언컨대 매각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롯데가 그랜드 점포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롯데는 과거 그랜드 강남 본점을 사들여 현재 강남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전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대해 롯데측은“아직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며 M&A 외에도 지속적 출점과 국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는 25일 46호점인 여수점 오픈을 시작으로 올해에 점포를 55개로 늘리고, 2010년까지 100개 점포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베트남과 인도, 중국, 러시아 등 국외시장 개척에도 나설 계획이다.

베트남시장 진출은 현재 상당부분 진척이 된 상황이며 이르면 1~2년 내로 점포 출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현대식 유통시설은 많지 않은 상태라 시장성이 크다는 게 롯데측 설명이다.

신세계 이마트가 글로벌 1위 유통업체 월마트코리아를 인수함으로써 국내 할인점시장의 독주를 예고하자 나머지 업체들에서도 생존을 위해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합종연횡을 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불거지고 있다. 아울러 지방 곳곳에 있는 중소 토착 할인점 이름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할인점 시장에서 장기전으로 가면 하위업체가 버티기는 쉽지 않다"며 "이마트의 월마트 인수로 이들의 물밑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세계적 유통기업 국내 철수 왜?

세계 소매유통업계 1, 2위인 월마트와 까르푸가 올해 모두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 지난 90년대 '선진국형 유통업태'인 할인점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하며 상륙했던 다국적 유통기업들이 번번이 시장공략에 실패하고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

월마트와 까르푸 당사자들은 "한국의 시장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 햇필드 월마트 아시아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시장의 환경상 향후 5년 내에 업계 2, 3위권 진입이 힘들다고 판단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철수이유를 밝혔다.

필립 브로야니고 한국까르푸 사장 역시 지난달 28일 매각을 발표하면서 "각 국가별로 업계 3위 안에 진입하지 못하면 철수하는 것이 그룹의 전략이다. 솔직히 사업에 실패했다"고 털어놓았다.

월마트와 까르푸가 실패의 원인으로 공통적으로 지적한 ‘한국만의 시장특성’은 바로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

한국 소비자들은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의 가격이 저렴하기를 원하지만 인테리어나 서비스ㆍ품질 등은 오히려 고급스럽기를 바란다. 하지만 외국계 할인점들은 이같은 특성에 맞춰 현지화하려는 노력보다 ‘비용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라는 ‘원칙’만을 고수했다.

진열공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품들을 박스째 쌓아놓거나 인건비 절감을 위해 최소한의 판촉직원만 고용하는 것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한국인의 눈높이에 맞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토종 할인점들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당겼고 단지 싸기만 한 외국계 할인점들은 한국진출 10년 남짓 만에 짐을 싸서 떠나는 초라한 신세가 됐다.

따라서 국내 할인점 업계는 까르푸에 이어 월마트까지 철수함으로써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만이 유일한 외국계 할인점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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