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대한민국] 김은숙 대표, “지켜주고 인정해주는 사람들 위해 다시 일어나려"
토요경제 인터뷰| 23년 여행 전문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 2022-04-29 10:25:43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하늘길이 열리고 있다. 공항이 북적거리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환한 미소가 널리 퍼진다. 형형색색의 옷차림이 화사함을 더해준다.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밝은 얼굴이다. 최근의 공항 분위기다.
여행업은 코로나로 치명타를 맞았다. 수많은 여행사가 문을 닫았다.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오라는 곳이 없었다.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아직도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마지못해 회사 문을 열고 있는 경영자도 있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김은숙(49) 대표다.
김 대표는 23년째 여행업에 몸담고 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여행사에 취직했다. 국내 굴지의 회사에 공채로 입사했다. 2011년 개업했다. 직원 1명과 푸른 꿈을 키워 갔다.
기업을 찾아가 단체상품을 소개했다. 처음에는 문전박대도 당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고객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고객이 마음을 열었다. 계약이 쏟아졌다. 일손이 모자랐다.
직원이 5명으로 늘었다. 회사는 쑥쑥 성장했다. 1년 매출이 15억까지 올랐다. 호황기에는 한 달 매출이 3억까지 치솟았다. 2개의 사무실을 운영했다. 일하는 보람을 느꼈다. 이런 성장세도 코로나로 멈춰 섰다. 멈춘 게 아니다. 회사가 사라졌다. 직원도 떠났다. 그래도 사무실은 운영 했다. 본사와 계약기간이 남아서다. 텅 빈 사무실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한 달 손실액이 700~1000만 원에 달했다. 적자는 계속 쌓여갔다. 처음 1년은 버틸 수 있었다. 그동안 벌은 돈으로 유지했다. 손실액이 1억 원에 이르렀다. 김 대표는 그래도 희망을 가졌다. 1년이면 코로나가 끝날 거라 예상했다.
현실은 거꾸로 돌아갔다. 코로나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하늘 길은 꽁꽁 막혔다.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통장의 잔고도 바닥났다.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은행 문을 두들겼다. 1억 원을 대출 받았다. 피눈물이 났다. 마음을 다잡았다. 나만 당하는 아픔이 아니다. 어차피 겪어야 할 시련이다. 악으로 버텨나갔다.
고진감래(苦盡甘來)였을까. 예약이 조금씩 들어왔다. 사무실 운영비도 안 되는 작은 규모였다. 수익은 적었지만 희망이 보였다. 이런 희망의 꿈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미크론이 엄습했다. 예약취소가 줄을 이었다. 전화 받기가 두려웠다. 또 다시 고통의 시간이 찾아왔다. 의욕이 상실됐다. 여러 번 똑같은 상황이 발생해서다.
언론에서는 보도한다. 여행업계에 희망의 불쏘시개가 타오르고 있다고. 김 대표는 믿지 않는다.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보도라며 쓴 웃음을 짓는다. 출입국에 제약이 많아 여행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출입국 때 PCR 검사를 해야 한다. 서류준비가 복잡하다. 검사비용도 추가된다. 번거로움에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현재 출국하는 대부분 사람은 업무나 유학 때문이다."
김 대표는 올 여름에는 조금 풀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가을 겨울에는 좋아질 거라고 전망하면서도 "사실 이런 예상도 필요 없다.사실 코로나 변이가 또 발생할 수 있다. 지금은 천재지변성이다.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허공을 바라본다. 23년 경력의 전문가가 내린 냉철한 진단이다.
김 대표의 현재 심정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봄이 왔지만 아직 봄 같지 않다. 꽃이 피었지만 진정한 봄은 아니다. 마음속에는 아직도 찬 서리가 내려져 있다.
김 대표는 무표정하게 말한다. “지금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앞날을 설계한다. 코로나가 풀리면 스포츠 분야 고객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한다. 코로나 발생 전 전지훈련지 제공으로 큰 호응을 받아서다. 지금도 많은 감독이 연락한다. “코로나가 풀리면 전지훈련지 제공은 무조건 김 대표 몫이다”며 용기를 북돋워 준다.
인터뷰 말미에 김 대표는 장밋빛 설계를 밝히며 환하게 웃는다. “지켜주고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다시 일어나야 한다. 그 길만이 고마운 이들을 위한 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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