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대한민국] “경영자와 직원, 모두 살 수 있도록 임금 정책 개선해야”
토요경제 인터뷰|박순근 사장, 문구업에 닥친 불황의 늪을 넘어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 2022-04-27 15:37:07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빛과 그림자는 공존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자연의 법칙이다. 삶의 순환이다. 인류는 지금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라는 질병 때문에.
코로나는 인간의 모든 영역을 침범했다. 평온했던 생활이 무너졌다. 경제를 망가뜨렸다. 모든 업종이 불황에 빠졌다. 문구업계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말한다. 문구업계와 코로나가 무슨 관계가 있냐고. 실상을 알아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박순근(65) 사장. 2002년 현재의 장소에서 개업했다. 올해로 문구점을 한 지 20년이다.
S그룹에서 근무했다. 1996년 퇴사 후 여러 사업을 했다. 번번이 실패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문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문구에 문외한이었다. 여기저기서 돈을 꾸었다. 무모한 도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모험이었다.
문구 종류만 4만 개다. 품목을 익히는 데 6개월이나 걸렸다. 밤낮없이 일하고 익혔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다. 개업과 동시에 손님이 들끓었다. 박 사장의 정성이 실적으로 나타났다. 월 매출이 1억4천만 원까지 올랐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실적이었다.
빚을 내서 매장을 확장했다. 찾는 품목이 많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도 두렵지 않았다. 워낙 장사가 잘돼 걱정하지 않았다. 2년 만에 빚을 다 갚았다. 이런 호황은 2017년까지 이어졌다.
박 사장의 순풍(順風)경영에 위기가 왔다. 2018년부터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몰 영향이 컸다. 인터넷 상품가격과 맞추기 힘들었다. 이익이 거의 없었다. 또 다른 경쟁상대도 생겼다. 다국적 기업이 한국 문구시장에 진출했다. 중국산 제품이 들어왔다. 저가 공세에 맞서야 했다. 여기에 최저임금이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박 사장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불행은 몰려서 온다고 한다. 2020년 괴물 코로나가 엄습해 왔다. 처음에는 웃어넘겼다. 곧 사라질 거라 기대했다. 희망은 절망으로 변했다. 코로나의 위세는 멈추질 않았다. 2년의 긴 세월이 지나도 멈추질 않고 있다. 코로나는 사람의 만남을 가로막았다. 사람들이 직접 만나는 걸 꺼렸다. 매장에도 손님의 발길이 뜸해졌다. 자연스레 매출이 줄었다.
박 사장의 매장은 사무실 밀집 지역에 있다. 주 고객이 작은 사무실이다. 사무실은 코로나로 대부분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출근을 안 하니 문구를 쓸 일이 없었다. 어떤 사무실은 아예 문을 닫았다. 경영의 어려움으로 사무실을 폐쇄했다. 문을 닫은 사무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도 빈 사무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고객이 확 줄었다.
연매출 17~18억 원이 10억 원 정도로 감소했다. 매출로만 보면 중소기업 규모다. 박 사장의 고민은 매출감소에만 있지 않다. 치솟는 인건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신입사원 최저임금이 230만 원이다. 여기에 4대 보험, 연월차 수당. 퇴직연금 적립까지 쌓이면 월급의 1.4배가 인건비로 지출된다. 기존사원도 신입사원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월급인상을 해줘야 한다. 현재의 매출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요즘은 문구도 무인매장이 추세다. 인건비 부담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박 사장은 이런 어려움에도 “매장을 굳게 지켜야 한다. 직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서라도 꼭 매장을 지켜야 한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새로운 마케팅 방법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단골고객 유치를 위해 구매권도 발매했다. 한 번 왔던 고객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판매보다 유리한 즉시 배달 시스템도 강화했다. 인터넷 상품은 주문 후 1~2일이 걸린다”며 말을 이어갔다.
박 사장은 주문과 동시에 신속배달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키워가고 있다. 주문 상품이 없으면 다른 매장에서 구매해 배달하고 있다. 소비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매장판매의 장점을 120% 활용하고 있다. 대면 영업의 장점은 인간적 교류다. 소통의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급변하는 영업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박 사장의 전통적 영업방식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매출도 증가추세다. 기나긴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경영자의 어려움을 고백한다. “최저임금 좀 낮춰 줬으면 좋겠다. 사실 시간 외 초과수당 지급도 힘든 형편이다. 가게가 잘 돼야 직원도 채용할 것 아니겠는가. 현재의 임금체계로는 경영자가 버텨낼 수 없다. 직원과 경영자가 함께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아마도 영업하는 모든 경영자는 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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