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文정부 '탈원전 실패', 원전 산업 기사회생할까
총 매출 19%,수출 3분의1 수준 폭락...업계, 尹정부의 정책 전환에 큰 기대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2-04-21 21:48:48
'원자력산업분야'는 원래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유망 산업군으로 분류돼왔다. 탁월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세계 원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관련업계의 수출이 급감했다. 결국 문 정부는 원자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20일 "원전의 안전성 문제와는 별개로 원자력산업은 확실한 수출역군으로 자리매김해왔는데, 탈원전 정책으로 해외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악화됐다"고 전제하며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의 백지화를 선언한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지원정책도 내놔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수출 10년내 최소 수준으로 줄어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최근 내놓은 ‘2020년 원자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 산업분야 해외 수출 계약금액은 문재인 정부 출범전인 2016년 1억2641만달러에서 4년만인 2020년에 3372만달러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2019년에는 2144만달러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적었다.
원자력산업분야의 매출 역시 쪼그라들긴 마찬가지다. 총 매출액의 경우 2016년 27조4513억원에서 2020년 22조2436억원으로 약 19% 감소했다. 원전 기자재는 2조1449억원에서 1조6992억원, 건설 시공 분야는 1조6141억원에서 7458억원으로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하며 'K-원전'의 기치를 내걸며 급성장했던 국내 원전업계에 강한 제동이 걸린 셈이다.
원자력산업의 수출과 매출의 급감은 관련 협력업체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대표적인 원전건설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협력사들과 맺은 부품 납품 계약건이 2016년 2836건에서 지난해엔 1161건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300개에 달하던 협력업체도 200여 개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내 원자력산업의 생태계 자체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원자력 관련 산업은 다른 업종과 달리 한번 위축되면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책의 일관성 확보 시급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가 불러온 원자력 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되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원전정책의 방향성이 달라져서는 관련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원자력 산업 실태조사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여실이 드러났다. 조사 기업의 절반 이상(55%)이 내외부 제약 요인으로 '정책의 일관성 문제'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다음으로 기술 인력 확보(18.1%), 시설투자 부담(10.9%) 순으로 나타났다.
국가적인 주요 전략산업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원자력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정권의 이념이나 가치에 상관없이 장기 비전을 갖고 일관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게 업계의 얘기다. 원전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보수에서 진보로,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치 이데올로기에 의해 산업의 존폐가 결정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결국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는 짧게는 3~4년, 길게는 5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원전, 나아가 원자력 관련산업을 진흥을 위해 일관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차기정부의 정책적 지원 기대감 고조
다행이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를 선언한만큼 업계의 기대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당내 경선과 대선 경쟁 과정에서 줄기차게 '탈원전의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집권하면 원전 및 관련산업의 육성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실제 이미 인수위에서도 주요 경제정책의 하나로 탈원전의 대안 마련이 적극 추진되고 있으며, 집권 초기에 원자력산업 진흥을 위한 중장기 정책 비젼을 내놓겠다고 전했다.
이와관련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일 설계수명 완료를 앞둔 원전의 계속운전 신청시기를 최대 5년 앞당기기로했다고 발표했다. 설계수명을 다해 원전이 멈추거나 불필요한 설비투자의 문제점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에따라 수명연장 가능성이 있는 원전은 현행 10기에서 18기로 늘어나게 됐다.
전문가들은 원전 산업의 적극적인 재육성을 위해선 우선 제로베이스에서 관련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중장기 비젼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민관합동위원회를 통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중점적으로 청취해 정책에 반영하는 데서 출발해야한다.
정부 차원의 글로벌 원전 세일즈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원전 및 관련제품의 실질 바이어는 주로 해외 정부나 공기업인 만큼 대통령이나 고위 관료들의 외교적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가 미국, 프랑스가 치열하게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체코 원전 사업 수주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사격이 시급하다는게 업계의 주장이 나온다. 체코 원전은 무려 60억 유로(약 8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매머드급 프로젝트란 점에서 우리나라가 수주에 성공한다면 원전산업 르네상스의 신호탄을 띄울 수 있다.
멈춘 국내 원전 공사를 시급히 재개하는 것도 원전산업 재육성에 뺴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당장 원전 건설이 어렵다면 신한울 3·4호기 공사라도 서둘러 재개해야 국내 원전업계에 숨통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한 팬데믹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3년째 총체적인 위축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원전업계의 성장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탈원전의 백지화를 모토로 내건 차기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K-원전' 부활의 절대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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