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전경련 ‘거리두기’ 5년

김영린 논설실장

youngkim@sateconomy.co.kr | 2022-03-17 06:06:10

  

과거, 경제단체에는 ‘서열(?)’이 있었다.

대한상의, 전경련, 무역협회, 기업중앙회 순이었다. 이를 ‘경제4단체’라고 불렀다. 여기에 경영자총협회가 참여, ‘경제5단체’가 되었다. 그랬으니, 전경련은 ‘경제단체 서열 2위’였다.

그러나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왕따’가 되었다. 이를테면 5년 동안의 ‘거리두기’가 되고 만 것이다. 코로나19도 거리두기가 완화되는데, 전경련은 예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경련은 더 이상 경제계를 대표할 자격과 명분이 없다”며 대한상의가 ‘우리나라 경제계의 진정한 단체’라고 했었다. 전경련은 ‘미운털’이었다. 어떤 장관은 “경제계의 맏형은 대한상의”라며 전경련을 외면하기도 했다.

전경련은 경제계 모임에서 사사건건 제외되고 있었다. 국무총리와 5개 경제단체 간담회에서도 전경련이 참석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장관이 바뀌면서 경제단체장과 만날 때도 전경련 회장은 빠져 있었다.

이번 대선 때도 다르지 않았다. 대선 후보들이 ‘친기업’을 표방하면서 경제단체들과 만날 때에도 전경련이 포함되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었다.

유일하게 전경련이 주목받은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축통화’ 발언 때뿐이었다. 이 후보가 전경련 자료를 인용, 우리나라가 곧 기축통화국가가 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물론, 전경련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었다. 전경련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이후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했다. 존립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으로 몰리기도 했다. 오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더라도 나라 경제가 힘든 상황이었다. 코로나19로 닥친 어려움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모두의 힘이 필요할 수 있었다. 백짓장도 맞들면 가벼울 수 있다고 했는데, 전경련은 5년 내내 이른바 ‘패싱’이었다.

일자리 정책만 봐도 그랬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강조하면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기구표(안)’을 만들었다. 그 ‘유관기관 명단’에 대한상의와 기업중앙회, 무역협회, 기보, 신보, 농협, 중소기업진흥공단, 산업은행, 기업은행, 창업진흥원 한국벤처투자 등이 두루 포함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전경련과 경총은 제외된 적 있었다.

그러고도 일자리가 넉넉하게 ‘창출’되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는 충분하게 늘어나지 못했다. 예산 풀어 만드는 ‘노인 일자리’만 많이 늘렸을 뿐이다.

전경련은 과거 정권에서 일자리 창출의 ‘총대’를 메기도 했다. 2010년 3월, ‘300만 고용창출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8년 동안 새 일자리 300만 개를 창출, 인적자원 활용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키우겠다던 위원회였다. 문재인 정부의 ‘전경련 패스’가 아니었다면, 전경련도 어쩌면 청년 실업 해소에 조금쯤 보탬이 될 가능성이 있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윤석열 차기 정부에서도 전경련의 위상이 좀 달라지지 못할 경우 ‘전경련 거리두기’는 초장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나라 경제 전체로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토요경제 / 김영린 논설실장 youngki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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