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봉지 2000원’ 서민음식 옛말…라면업계에 부는 ‘프리미엄’ 바람
농심‧오뚜기‧하림 등 프리미엄 전략 승부…비싼 가격에 수익성 개선 ‘꼼수’ 지적도
김동현
coji11@sateconomy.co.kr | 2022-02-15 14:04:03
라면 한 봉지에 2000원 시대가 도래했다.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라면이 기존의 가성비 전략을 버리고 프리미엄 먹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라는 개념이 더해지며 저렴하고 간편한 한 끼 대용이라는 개념에서 나아가 고급 요리로서 포지셔닝을 시도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신라면 블랙’을 내놓으며 라면 고급화에 첫 시동을 건 농심에 이어 오뚜기는 고급 라면 브랜드 ‘라면비책’을 선보였으며, ‘더미식 장인라면’을 앞세워 라면시장에 본격 진출한 하림은 업계 최고가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가성비→품질‧차별화 공략
국내 1호 프리미엄라면은 단연 ‘신라면 블랙’이다. 농심은 2011년 신라면 블랙을 시장에 내놓으며 라면 고급화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농심은 신라면 블랙 1봉지당 1600원이라는 고가 전략을 내세워 ‘라면=저가식품’이라는 편견을 과감히 깼다. 신라면블랙은 사골육수를 베이스로 기존 면과 스프의 품질을 개선한 깊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현재 신라면 블랙의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5480원(4개 묶음)으로 개당 1370원으로 책정된다.
오뚜기는 지난해 초 고급 라면 브랜드 ‘라면비책’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신라면 블랙이 기존 인기 제품에 변화를 줬다면 라면비책은 새로운 브랜드와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라면비책은 건더기로 차별화했다. 가정간편식 기술로 구현한 레로르트 파우치를 넣어 풍성한 식감을 구현한 점이 특징이다.
오뚜기가 라면비책의 첫 제품으로 택한 닭개장면은 레로르트에 큼직한 닭가슴살과 대파, 토란 등을 넣어 식감을 살렸다. 또 칼국수 형태의 면발을 사용해 국물이 잘 배도록 한 점도 기존 면발과 차별성을 둔 점이다. 라면비책의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7980원(4개 묶음)으로 개당 1995원으로 책정된다.
하림은 지난해 ‘더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 야심차게 뛰어들었다. 가격은 편의점 기준 한 봉지당 2200원으로 최고가 전략을 내세운 만큼 품질 차별화를 통해 고객을 늘려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시장 선두 주자인 신라면 블랙 등 기존 프리미엄 라면 가격이 1500~1600원인 것에 비해서도 30% 정도 높은 가격이다.
장인라면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5년여간의 연구 개발 끝에 내놓은 프리미엄 라면으로,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등 신선한 재료를 20시간 동안 우려내 농축한 액상 스프를 담은 게 특징이다.
면발의 경우 기름에 튀기는 유탕처리 방식이 아닌 열풍으로 말리는 제트노즐 건조 공법을 적용한 건면으로 열량 또한 상대적으로 낮췄다. ‘더미식 장인라면’의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7800원(4개 묶음)으로 개당 1950원으로 책정된다.
‘가격 저항’ 극복, 남겨진 과제
가성비를 중점으로 두던 라면업계가 프리미엄 제품 개발‧출시에 눈을 돌린 것은 가성비만을 외치던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와 무관치 않다.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를 중심으로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영양소가 풍부한 질 높은 음식을 먹고자 하는 욕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들어 밥상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오며 일각에서는 라면업체들의 이 같은 프리미엄 전략이 전반적인 가격 인상을 대체할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 부담으로 업계 전반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 속 ‘프리미엄’을 명분 삼아 수익성 개선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실제 비싼 가격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각 업체별 프리미엄 라면 출시 직후 온라인 등에서는 “라면치고 너무 비싼 것 아니냐”, “2000원 제 값을 못한다” 라는 혹평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높게 책정된 가격으로 인한 진입장벽은 풀어야 할 숙제다. 앞서 농심은 신라면 블랙을 내놓으며 가격을 1600원으로 책정했으나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에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토요경제 / 김동현 기자 coji11@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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