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대우조선 합병 무산’…韓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은?
수개월 전부터 기업결합 불허설 지속 제기
‘견제용’ 제동 비판 속 한국 조선 장기 충격 불가피
김동현
coji11@sateconomy.co.kr | 2022-01-14 12:26:07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이 유럽연합(EU)의 제동으로 결국 무산됐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EU의 기업결합 불허설이 지속 제기된 만큼 일각에선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전날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형성해 시장에서의 경쟁을 저해한다며 불허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 기업의 결합이 사실상 독점을 야기한다는 의미다.
두 기업의 M&A가 불발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현재의 ‘빅3’ 체제를 ‘빅2’로 개편해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국가 차원의 계획도 물거품이 돼버렸다.
‘3년 노력’ 물거품…빗나간 장밋빛 전망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현물출자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유럽을 포함한 6개국으로부터의 기업결합 심사를 완료하는 것이 인수의 선결 조건이었다.
조선‧항공 등 다국적 기업은 M&A를 진행할 때 주요국 경쟁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조선 고객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유럽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빠질 수 없는 지역이다.
EU 집행위는 기업결합 심사 개시 이후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심사를 세 번이나 미뤘고, M&A의 최대 관건인 EU의 심사가 지연되면서 한국조선해양은 인수기한을 네 번이나 연기해야 했다. 그러던 중 EU 집행위는 지난해 11월 돌연 올해 1월 20일을 데드라인으로 심사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심사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승인될 가능성이 크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이때는 한국조선해양이 심사를 요청한 6개국 중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 무조건 승인을 얻어낸 후라 이 같은 전망에 더 힘이 실렸다. 남은 한국‧일본의 경쟁 당국도 EU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EU 심사가 불승인으로 결정 나면서 3년간 끌어온 두 기업의 M&A가 최종 무산됐고, 경쟁당국의 허가 역시 무의미한 상황이 됐다.
‘LNG선 독점’ 때문이라지만…속내는?
EU가 두 기업의 합병을 반대하는 이유는 고부가치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의 독점 우려 때문이다.
유럽은 LNG선 선사들이 몰려있는 지역으로, 세계 1·2위 조선업체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가장 부담스러워한다. 두 기업 합병 시 LNG선 시장점유율은 60%로 높아진다.
여기에 최근 LNG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인 EU는 선박 가격 인상 시 LNG 운임도 영향을 받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앞서 두 기업의 결합을 승인한 싱가포르 경쟁당국은 “조선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시장지배력을 나타내지 않고, 독점 여부를 판단하려면 유효 경쟁자 존재 여부를 더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결국 EU가 한국 조선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빅2’ 재편 무산…‘K조선’ 경쟁력 타격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 무산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한국 조선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산업은행은 2019년 인수 본계약 당시 국내 조선사 간의 경쟁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빅3’ 체제에서는 국내 업체 간 출혈경쟁과 중복 투자, 저가 수주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빅2’로 재편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계획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 조선시장이 자국 업체 간의 합종연횡으로 규모를 키우는 흐름으로 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두 회사의 합병 무산은 장기적으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토요경제 / 김동현 기자 coji11@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