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정몽구, 사모펀드에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하는 속사정
일각 '규제 피하기' 시선…현대글로비스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 불확실성 해소 차원"
김현경
envyhk@nate.com | 2022-01-06 12:09:29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종합물류기업 현대글로비스가 약 10%의 지분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에 매각하기로 해 그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뜨겁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업계는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이뤄진 매각이라는 점에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제스쳐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873만 2290주 중 123만 2299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251만 7701주 전량을 시간 외 매매로 처분했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처분 단가는 1주당 16만 3000원으로 정의선 회장의 주식 매각대금은 2000억원, 정몽구 명예회장은 4100억원가량이다.
처분된 주식은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특수목적법인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가 매입했다.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은 자본금이 24원, 자본총계는 4227억원이다. 하나은행으로부터 20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3년 계약)을 받는다. 자기자금 4138억원과 차입금 1974억원으로 총 6113억원의 인수자금 지급이다.
이로써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은 23.29%에서 19.99%로 낮아졌고,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는 지분율 10%를 확보하며 3대 주주가 됐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이번 매매가 현대글로비스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측의 이 같은 '원론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0일부터 발효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맞춰 현대차 오너 일가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정리한 것이라는 해석이 재계로부터 나온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른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수 일가 지분율을 낮춘 행보라는 분석이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은 상장사의 경우 기존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개정됐다.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면 총수 일가 주식이 약 30%에 달하면서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
결국 정몽구 명예회장이 주식을 전량 매각하고,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이 19.99%가 되면서 공정거래법의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는 지분 23.29%를 보유한 정 회장이다. 이어 정몽구 명예회장(6.71%), 현대차 정몽구 재단(4.46%), 현대자동차(4.88%), 노르웨이 해운그룹 빌 빌헴슨 아사의 자회사인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에이에스(11%) 순으로 지분을 갖고 있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칼라일그룹은 현대글로비스의 6대 주주 지위에 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차에게서 자동차 운송업무를 주로 전담 수주하는 현대글로비스가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뜻하지 않게 일감몰아주기로 비쳐질 수 있는 의혹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투자는 이날 현대글로비스에 대해 대주주 지분 10%를 매각하면서 오버행(잠재적 물량 부담) 이슈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목표주가는 25만원,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주주로서는 우호 지분율에 변동이 없어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며 "소액주주들이 우려했던 대주주 지부매각 관련 오버행 이슈를 완전히 해소했고 지분 인수자가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현대글로비스의 장기 비전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평가했다.
한편 현대글로비스는 대주주 지분을 사모펀드에 일부 매각했다는 소식에 상승하고 있다.
같은 날 오전 11시 18분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전날보다 1만3000원 (7.51%) 오른 18만6000원에 거래되고있다. 5일 종가는 17만3000원이다.
토요경제 / 김현경 기자 envyh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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