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마지막 구호는 붙이지 않습니다”

김경탁

kkt@sateconomy.co.kr | 2021-12-28 18:20:14

군대를 다녀왔거나, 병영체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악몽처럼 기억될 대사.


“마지막 구호는 붙이지 않습니다. 틀리면 10회 추가합니다. PT 8번, 30회 실시!”


많은 사람이 함께 구령에 맞춰 끝없는 체조를 하고, 단 한 사람이라도 틀리면 모두가 그 벌을 받는다. 불합리하고 억울한 일 맞다. 하지만 그걸 시키는 조교보다 마지막 구호를 외친 이에게 더 많은 분노와 짜증이 쏟아지게 마련인 것도 인지상정이긴 하다.


연대책임은 원래 억울하다. 대부분 불합리하다. 그러나 그게 세상의 법칙인 걸 어쩌겠나.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혹은 연장을 강요하는 ‘유격장의 빨간모자 조교’는 방역당국이나 정부가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와 팬데믹 상황 그 자체인 것을 어찌 하겠냐는 말이다.


정부가 코로나 완전 퇴치는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 코로나와 공존해보고자 11월부터 추진했던 ‘위드 코로나’가 불과 40여일 만에 철회되면서 박탈감과 함께 더 큰 압박감이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다.


팬데믹 상황 초기부터 존재했던 안티백서 음모론자들은 옳다구나 하면서 목소리를 더 높이고, 문재인정부가 하는 모든 일에 어깃장을 놓지 못해 안달인 듯한 일부 언론매체와 대한민국 제1야당은 ‘기승전 방역실패’를 노래하며 오히려 신이 난 모양새다.


코로나 글로벌 팬데믹 이후 ‘돌파 감염’이라는 생소했던 용어가 일상어가 됐는데, 의학계에 따르면 감염 차단률이 100%인 백신은 세상에 없다고 한다. 체내에 항체를 형성시켜 감염률과 중증화 가능성을 낮춰줄 뿐이다. 당연히 코로나 백신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무책임한 이야기를 한다. 확률로 따지면 돌파감염 가능성에 비해 극도로 미미한 접종 부작용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것도 그들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내가 코로나 걸리든 말든 상관없다는데 왜 백신 접종을 강요하냐”며 악을 쓰고, 또 어떤 국회의원은 “청소년은 코로나 위·중증으로 가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왜 부작용 위험을 무릅쓰고 청소년 접종을 강행하냐”며 매일 매일 방역정책 해체를 요구하더라.


정말 몰라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것일까.


교통사고 사례 중에 안전벨트가 고장 났거나 부상 등으로 안전벨트를 풀지 못힌 탑승자가 사고현장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바람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들이 제법 있다고 한다.


이런 사례만 쭉 모아놓고 “안전벨트 만능론 폐기하고 의무착용법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 탈출이 필요할 정도 사고에서 안전벨트를 안 맸다면 이미 즉사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지적해도 못들은 척 딴 소리를 할 가능성이 높겠지.


실제로 2002년 8월 헌법재판소에 자동차 안전벨트 의무 착용 및 위반시 범칙금 납부를 규정한 도로교통법 조항에 대해 “일반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위헌 확인 청구가 제기된 일이 있다.


이 청구는 1년이 넘는 심의 끝에 이듬해 10월 헌재 전원재판부 만장일치로 기각 판결이 났고, 2011년에 뒷좌석까지 장착 의무화, 2012년에 여객자동차 전 좌석 의무화, 2018년 전국 모든 도로에서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등 의무화 범위는 계속 확대됐다.


여전히 안전벨트 착용자 본인의 생명에만 큰 위험을 초래하지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냐며 안전벨트 미착용 규제가 과연 사회공공복리와 관련된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존재하지만 말이다.


2018년 2월 시행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2016년 1월 제정되기까지 안락사 즉 ‘자살할 권리’를 어떤 경우에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른 일도 있다.


코로나 방역에 대한 협조는 안전벨트 착용이나 안락사 허용 문제와 비교할 수 없이 큰 사회적 위험성을 동반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여기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삼청교육대에 끌고 가거나 명단을 공개해서 망신을 주지는 않는다. 식당 밥은 혼자 먹어야하지만 말이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의학적 접종 예외 확인서’ 발급 대상에 아나필락시스 발생 병력자와 면역결핍자 또는 항암제·면역억제제를 투여 중인 사람 등을 포함시킨 것처럼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백신을 맞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정부를 믿을 수 없다’거나, 어쩌면 ‘정부가 하는 일은 다 싫다’는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면서 방역패스 폐지를 주장하거나 불복종을 선언하는 사람들, 더 나아가 방역패스가 직권남용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한 사례에 이르면 말문이 막히게 된다.


중대본이 최근 며칠간 반복적으로 보내고 있는 ‘안전 안내문자’를 본다.


“60대 이상 어르신들의 위중증·사망률이 높습니다. 가족 및 지인들께서는 서둘러 3차 접종을 챙겨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다.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코로나에 걸린다 해도 독감 보다 못한 정도로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지만,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에게 병을 옮길 가능성은 오히려 더 크다고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경우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면서,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역패스 정책은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그리고 공공복리까지 모든 면에서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 방역패스 제도 안에 포함되지 않거나 못해서 생기는 불편함들에 대해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수준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토요경제 / 김경탁 kkt@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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