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위한 정책? 카드수수료 인하는 피해 떠넘기는 ‘정책 참사’다”

영세가맹점 카드수수료 0.5%로 추가 인하에 카드사 노조 반발
“자영업자 실익 없고 서비스 혜택 축소와 인력 감축 압박 우려”

문혜원

maya4you@naver.com | 2021-12-27 14:05:24

▲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 등 관계자들이 2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카드수수료 재산정 결과발표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카드사노조협의회 제공>

 

정부가 결국 14번째 카드수수료 인하책을 시행하면서 향후 카드업계 본업인 신용판매업 수익불황에 따른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드수수료 문제가 카드사나 소비자, 자영업자 어느 누구의 손도 들어 주지 못하고 3년 단위로 탁상공론만 불러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정부와 여당이 영세·중소 자영업자에게 내년부터 3년간 적용할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매출 규모에 따라 0.1~0.3%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즉, 3억에서 5억원 이하는 1.3%에서 1.1%로 인하된다.


5억에서 10억, 10억에서 30억원 구간의 가맹점 수수료율도 인하된다. 인하 혜택을 받는 가맹점은 전체의 96%, 연간 4천700억원의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러한 정부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 후폭풍은 카드사 노조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27일 기자회견을 실시한 카드사 노조는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고려했던 총파업을 하겠다던 예고와 달리 일단 파업을 유예하기로 하고, 다만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정책 참사’라 규정하면서 금융당국에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카드사노조협의회 제공>

 

카드사 노조는 이날 “카드사 수수료 인하에 따른 피해는 결국 소비자와 노동자가 감당하게 됐다”면서 “카드사들은 적자 폭을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 혜택을 대폭 줄일 것이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영세상공인에게도 이번 조치가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영업 제한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책은 제대로 된 손실 보상 조치이지 카드수수료 인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카드사 노조는 “진짜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면서 “제도개선 TF를 통해 카드수수료에 대한 합리적 개선방안과 빅테크들과의 형평성 문제,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한 카드 산업의 역량 제공 등 노사정이 함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카드업계에서 이번 수수료율 추가 인하로 비용절감을 위해 희망퇴직 등 인력감축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카드사들 중 희망퇴직을 단행한 곳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조달금리 상승, 가계부채 규제로 인한 대출 수익 감소, 대손 증가 등 시장 악화가 예상되는 탓이다.


실제로 지난달 KB국민카드가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롯데카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카드사수수료인하 후폭풍이 소비자 피해전가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가서비스가 많이 탑재된 신용카드는 연회비가 더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무이자할부 혜택이 대폭 줄어들 경우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내수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혜택이 큰 카드부터 단종되면서 정치권과 정부의 수수료 인하 압박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 역시 제기됐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지했다. 신한카드는 지난 25일부터 33개 신용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이 중 29개의 카드는 재발급 시 유효기간 연장이 가능한 반면 4개 카드는 불가능하다. 발급이 중단된 주요 카드는 '내미래 Simple Platinum #‘, '롯데홈쇼핑 Lady', '코리아나 Lady' '하나투어 HI-POINT' 등이다.


체크카드 29종도 같은 날 신규 발급이 중지됐다. 체크카드 역시 13개는 재발급 시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나머지 16개는 그렇지 않다. 2월2일부터 체크카드인 ‘요기요 신한카드’도 신규 발급도 중지됐다.


지난해 150여개의 신용카드가 단종된 데 이어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단종 속도는 더 빠르다. 올해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신규 발급이 중지된 카드수수료는 지난해의 3분의 1에 달한다.


또 신용카드의 장점 중 하나는 구매 부담을 줄여주는 무이자 할부 혜택이 2018년 시점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대폭적인 축소가 더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우대수수료율 대상은 연 매출 5억 원 이하에서 30억 원 이하로 대폭 확대되고 수수료도 한 단계 낮아졌다. 전체 가맹점에서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는 곳 비중은 31%에서 23%로 줄여졌다.


무이자 할부 승인 금액 역시 72조 원에서 16조 원 가량 줄었다. 최근에는 할인이나 적립 혜택이 많은 ‘혜자카드’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소비자단체를 비롯한 업계 일각에서는 이처럼 단종된 카드숫자가 늘어났다는 것이 카드수수료인하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좋았던 알짜카드들은 이미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카드사들이 다른 새로운 카드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도 부가서비스 같은 혜택은 예전 같지 않고 앞으로는 점점 더 위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정작 자영업자가 얻는 실익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7년부터 14년 간 14번 인하로 이미 연매출 10억 원 이하 가맹점은 세제 혜택까지 고려하면 수수료율이 0%이기 때문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적자는 카드사뿐 아니라 후방산업인 밴사 등에도 전가되고, 밴사들도 수익을 지키기 위해 그간 소상공인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maya4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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