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인 포토로그] 고성~파주, 통일걷기 9일차

강세훈 기자

mart2030@hanmail.net | 2021-11-29 13:12:02

출발 : 철원 서울 캠핑장

도착 : 고대리 자연휴양림 야영장

 

금강산 가는 또 다른 길

길을 걷다 보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단어나 지명이 있다. 나는 Camino, 또는 순례길이라는 단어를 듣거나 노란색 화살표를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리며 떨린다. 아련하게 전해오는 순례길의 추억이 깊숙한 가슴 속에서 올라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단어 말고도 또 하나가 있다. 한국에 있지만 갈 수 없는 곳이며 왠지 꼭 가봐야 할 곳, 평생의 '버킷 리스트'에 올라 있는 장소라면 단연 백두산과 금강산일 것이다. 특히 금강산이라는 단어는 더욱 애닳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갈 수 없으니 말이다. 백두산은 아예 멀기에 가면 가는 거고 아니면 못 가는 거라 생각하니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지만 금강산은 아닌가 보다.

 

'두타연'을 지날 때도 '금강산 가는 길' 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모든 사람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대화를 하며 감격한다. 고성에서는 금강산의 줄기인 해금강을 보면서 감격했다. 

 

그리고 8일차 일정에서 만난 '금강산 철교'를 보면서 또다시 가슴 설레는 시간을 보냈었다면 오늘 일정에는 '금강산철길마을'을 지나갔다. 어제 만났던 금강산 철교와 이어졌던 철길이 지나던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지 저마다 마을 입구에 있는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마을 입구에는 옛 철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철길의 작은 교량처럼 보이는 낡은 다리도 보였다. 아쉬운 것은 좀 더 여유롭게 둘러보지 못하고 쫓기듯 걸어야 했다는 점이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조금만 더 있게 해주지..."


 

<사진= 강세훈 기자>

 

"철마는 달리고 싶다", 월정리역에서 북쪽으로

금강산 철길 마을을 벗어나 도로를 따라 걷는다. 이곳은 위성 지도에는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일반 지도로 보면 얼 추 알 수 있으나 로드뷰 같은 서비스는 안 된다. 민통선 안쪽이다 보니 여러 상식적인 인터넷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인솔 장교가 선두에 서서 같이 걷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특이한 상황인 것이다. 그래도 한적한 도로변을 걸으니 깨끗한 공기는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어디에도 없는 'made in 민통선' 공기이다. '평화누리길 철원구간'도 이곳을 지나고 있지만 우리는 보다 더욱 안쪽으로 걸었다. 

 

군부대의 협조가 있어서 남방 한계선이 바짝 붙어있는 토교저수지 위 제방길을 특별하게 걸는다. 이곳도 제한구역이니 일반인들은 들어올 수 없는 구역인데 그런 곳에 우리는 걷고 있고 호수를 가로질러 북녘을 바라본다.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한정된 범위만 가능하다.





<사진= 강세훈 기자>

 

특별한 경험도 잠시 뿐,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는 '백마고지전적비'까지다. 아직 많은 거리가 남아있어 모두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두루미 마을을 거쳐 철원의 평화전망대에서 점심식사를 한다고 한다. 

 

뜨거운 햇볕을 가리기 위해 우산을 들고 걸었지만 열기는 가시지 않는다. 얼굴에도 열이 올라 땀이 비 오듯 내리고 얼굴은 벌겋게 타 들었다. 그래도 좋았다. 같이 걷는 조원이 있고, 남들은 갈 수 없는 곳, 볼 수 없는 곳을 나는 보았다는 자부심이 컸다. 

 

평화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점심 나절에 버스킹 공연까지 보다 보니 충분히 쉴 수 있었다. 발바닥은 물집이 더 생기고 열이 올라 신발을 벗고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데고 식혔다.  이 것이 현재로썬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그렇게 쉬고 나서 우리는 아무나 갈 수 없는 소초가 이어진 길을 따라 남방한계선을 옆에 두고 걸었다. 

 

'철책선만 없었어도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만 간절했다. 가로막는 철책선이 이렇게나 많다니, 서글프게 보이다니... 월정리역에서 또 한 번의 휴식을 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책에서만 보아왔던 녹슬은 기차가 보인다.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진 기차였지만 전쟁  때는 마지막까지 달리다가 폭격을 맞았다고 하니 말 그대로 역사의 기관차다. "여기부터 더 갈 수 있었을 텐데, 원래 경원선이 아니였던가? 서울부터 원산까지 이어졌던... 상념 만 뇌리를 스쳤다.

 

월정리역에서 백마고지까지 가는 길은 민통선 안 부대의 특별한 배려로 질러갈 수 있었다. 아무나 볼 수 없고, 아무나 갈 수 없는 그런 길. 이 길을 걸은 국민은 얼마나 될까? 돌이켜 생각해도 철원평화전망대에서 부대 내 소초를 거쳐 월정리역까지 걸었던 길은 너무나 생생하게 와 닿는다. 그리고 갈라져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 그런 길이었다. 통일의 길은 통일을 염원하고 기원하고 기도하는 길이다.




 

 


<사진= 강세훈 기자>

 

조장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

결국 '백마고지 전적비'에 도착했다. 숙소는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고대리 휴양림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역시나 숙소에는 땡볕이 내리쬐는 파쇄석 위에 녹색의 텐트가 줄지어 세워져 있다. 

 

스탭진들이 급히 각 조장들을 호출한다. '뭔일이 있나 싶었는 데' 나중에 보니 조장들 고생했다고 실내에 숙소를 마련해 줬다. '오호라 이런 횡재를...' 그런데 왠지 혼자 실내에 있으려니 조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이날은 나름 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해준 하루였다. 마지막 해단식날에는 각 조 조장들은 별도의 '봉사상장'을 받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숙소에 있으니 편하긴 하다. 충전도 마음껏 할 수 있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빨래 말리는 것도 수월했다. 별거 아닌 것이 오랜 야외 활동에서는 모두가 특별해 지는 법이다. 작은 편의가 큰 선물처럼 느껴진 날이다.



<사진= 강세훈 기자>

 

토요경제 / 강세훈 기자 mart20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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