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갑질방지법에 꼬리 내린 구글, "제3자 결제 허용"…끔쩍도 않는 애플?
구글, 개정법 발효하자 세계 유일하게 이용‧개발자에 선택권 부여키로
요지부동 애플은 정부와 갈등 고조될 듯
김동현
coji11@sateconomy.co.kr | 2021-11-07 08:49:09
구글이 끝내 두 손을 들었다. 구글과 애플이 앱 내부결제를 강제 하자, 정부가 인앱결제갑질방지법(이하 갑질방지법)으로 제재에 나서자 구글 측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인앱결제란 구글·애플이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으로 유료 앱·콘텐츠를 결제하도록 강제한 것이 결국 앱운영사로부터 고액의 수수료를 편취하기 위한 꼼수란 지적과 함께 국내 앱운영사들의 집중 비난을 받아왔었다.
이런 상황에 구글이 최근 제3자 결제를 앱 내에서 허용하는 동시에 이용자‧개발자 모두에게 선택권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정부가 지난 8월 강력히 시행에 들어간 ‘갑질방지법’에 굴복, 꼬리를 내린 셈이다.
갑질방지법은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앱마켓 업자가 불가피한 사유 이외엔 실질적으로 앱마켓을 운영하는 앱서비스업체에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할 수 없도록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정부의 강력한 제동에 한 발 물러선 구글
구글이 앱 자체적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인앱결제의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강제 적용을 하면서 논란이 일자, 우리 정부가 갑질방지법으로 구글의 전략에 제동을 건 것이다.
더블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갑질밥지법은 지난 7월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 측은 그동안 이 법이 외교 통상 문제를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론으로 접근해 법안 통과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상임위와 법사위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 8월 3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9월 14일부터는 전격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의 발의에서 시행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갑질방지법은 앱 마켓 사업자의 수수료 징수 행태를 법으로 규제하는 세계 첫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화에 제동을 건 갑질방지법 발효에 대응, 제3자의 결제를 허용했다. 이 조치는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적용되는 것이다. 갑질방지, 즉 공정거래질서 확립 차원에서 세계적인 공룡기업, 구글의 결제 형태에 우리 정부가 메스를 들이댄 모양새다.
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4일 윌슨 화이트 구글플레이 글로벌 정책부문 총괄임원이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화상으로 만난 자리에서 제3자 결제 허용을 골자로 하는 자사 결제정책 변경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면담은 구글 측이 우리 정부에 대한 이행 계획 제출에 앞서 구체적 방안‧일정 등을 설명하길 원한다고 요청해서 마련된 것이다.
외부결제 수수료도 4%p 가량 하향 조정
윌슨 화이트 총괄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개정법(갑질방지법)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가급적 법을 준수하기 위해 새로운 결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신규 정책 취지 및 구체적 시행 방안 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앞서 방통위는 구글‧애플에 대해 특정한 결제 방식 강제를 금지하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준수를 위한 세부적인 이행계획 제출을 구글에 재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방통위는 구글이 제3자 결제 허용 등 준수계획을 냈지만, 구체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구글 측은 “새 결제 정책의 목적이 개발자의 결제방식에 대한 선택권과 이용자의 선택권을 동시에 보장함으로써 개발자와 이용자 모두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변경된 정책에 따라 앱 개발 및 서비스업자는 구글의 인앱결제 시스템에 더해 자신이 선택한 제 3자 결제 시스템을 앱 내에서 제공할 수 있다. 또 이용자들은 각자의 선호에 따라 제 3자 결제 또는 구글 인앱결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구글 측은 또 외부 결제에 대한 수수료도 자사 수수료 대비 4%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이로 인해 항목별로 10∼30%인 결제 수수료는 외부결제 시 6∼26%로 낮아질 전망이다.
한상혁 위원장은 “개정법 입법취지가 충실히 실현되는 방향으로 이번 정책 변경을 실행해주기 바란다”며 “이를 통해 구글이 빅테크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해 국내에서 사업하는 다른 글로벌 사업자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통위는 앞으로도 개정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공정하고 건전한 앱 마켓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구글 입장변화에도 끔쩍도 않는 애플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전향적으로 변경함에 따라 새 결제 정책의 연내 시행을 목표로 약관 변경과 개발자 고지 등 단계적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조만간 구체적 적용 시기 등은 방통위와 협의해 관련 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일단 표면적으로라도 제 3자 결제를 허용하는 선에서 입장 변화를 보인 것과 달리 애플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국내 여론의 집중적 포화를 맞고 있음에도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애플코리아 윤 구 대표가 돌연 사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게 사퇴 이유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순순히 물러설 애플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경영스타일이나 기업문화 자체가 구글과 애플은 큰 차이를 보이는 데다가, 구글스토어에 비해 앱스토어가 사용자나 앱개발자에 대한 로열티가 강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비록 글로벌 앱 마켓을 시장 1위인 구글에 비해 사용자 수, 앱 수 등 여러면에서 떨어지지만, 엄연히 앱마켓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시장지배적사업자"라며 "애플이 갑질방지법에도 불구, 계속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향후 정부와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