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숙련 IT 개발자 ‘귀한몸'...업계, "청년 채용 늘려 키워 쓴다"
카카오‧네이버 등 주요 IT기업, 개발자 구인난 '허덕'
채용 연계형 인턴 확대로 자체 인력 양성 박차
김동현
coji11@sateconomy.co.kr | 2021-11-01 12:06:32
IT업계의 개발자 구인난이 심각하다. 즉시 전력 감에 해당하는 고숙련 개발자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덕분에 실력을 떠나 경력이 왠만큼 되는 IT개발자들은 그야말로 '귀하신몸'이 됐다.
미래 유망 분야인 4차산업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AR/VR), 메타버스 등이 미래 기술이자 유망산업으로 각광 받으면서 대기업과 선발 IT업체들이 개발자들을 싹쓸이해가 채용 가능한 전문 개발자가 소위 씨가 말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주요 IT업체 간의 고숙련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넘치다 보니 개발자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부 대형업체들은 베테랑급 개발자를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연봉까지 제시하지만, 전문 개발자 자체가 수급 불균형 상태다 보니,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고액 연봉으로 고숙련 개발자들을 끌어들이는 대형 업체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자본력이 취약한 IT 중소, 벤처기업들은 고액 연봉을 소화하기조차 버겁고, 채용한다 해도 자칫 조직구성원 간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직접 키워 쓰는 '취업연계형 인턴제' 도입 확산
고숙련 개발자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상황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IT업계가 전략을 바꾸고 있다. 고숙련 개발자 스카웃보다 청년 채용, 즉 신입 채용을 늘려 키워서 쓰는 자체 인력 양성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최근 대형 IT업체를 중심으로 청년 채용을 확대할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업무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고숙련 개발자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비록 경력이 짧더라도 청년 개발자를 인턴으로 채용한 뒤, 재교육 과정을 거쳐 정직원으로 전환함으로써 인력 난을 스스로 해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네이버‧넥슨 등 주요 IT업체들이 청년 채용 확대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IT업계 주목을 받고 있는 채용 방식이 '채용 연계형 인턴제'이다.
IT업체들은 일단 전도 유망한 신입 개발자를 인턴 형태로 채용한 뒤, 일정한 재교육 과정을 거친 후 개발 일선에 투입이 가능할 정도로 수준이 올라오면 정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구인 기업 입장에선 일정 기간 비용부담 없이 숙련도를 높여 자체적으로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선다는 의미가 있다. 또 구직자들은 정규 채용에 비해 문턱이 낮아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입사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선호도가 높다는 전언이다.
청년 개발자 채용 비중 갈수록 늘어나
주요 IT업체들의 청년채용 비율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카카오는 지난해 신규 채용한 직원 738명 중 71.5%인 528명이 30세 미만이었다. 카카오 신규채용 인원 중 30세 미만의 비율은 2018년 39.1%에서 2019년 56%로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카아오는 올해도 지난해처럼 70%대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청년 채용 비중이 50% 선은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오는 10일까지 취업 연계형 주니어 AI 인재육성 프로그램 ‘카카오브레인 패스파인더’ 지원자를 모집해 현직 AI 개발자, 서비스 개발·기획자의 전문 멘토링을 제공한다. 현재 22세인 2023년 3월 졸업 예정자에게도 지원 자격을 부여한다. 우수 활동자에게는 정규직 취업 기회를 준다.
네이버 역시 개발자 등 기술직군과 비기술직군을 합해 올해 1500명 정도를 신규로 채용한다. 이 중 30세 미만의 비중은 지난해(68%)와 비슷하거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의 올해 개발 직원 채용 규모는 지난해 대비 300명 늘어난 90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젊은 신입 직원을 뽑을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신입 공채도 연 1회에서 상 하반기로 나눠 2회로 늘린다.
지난해 수시채용만 했던 게임업체 넥슨도 올해 채용형 인턴십 ‘넥토리얼’을 통해 세 자릿수 규모의 인턴을 뽑는 등 신규 채용을 대폭 늘렸다.
넥슨의 넥토리얼은 대우 자체가 파격적이어서 청년 구직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단순 인턴 수준이 아니다. 거의 정규직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급여‧복지를 제공한다. 인턴 과정에서 능력과 자질이 검증된 인재는 모두 정직원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이다.
국가차원의 전문인력 양성 대책 나와야
대기업인 시스템통합(SI) 업체 포스코ICT는 내달부터 진행되는 ‘청년 IT전문가 아카데미’ 1기의 교육생을 대상으로 내년 5월까지 비트교육센터에서 자바(Java), DB 개발 등을 무료 교육할 예정이다. 훈련수당‧중식비도 제공하며 프로그램을 수료한 우수 교육생에게는 입사 기회를 제공한다.
앞서 포스코ICT는 지난 7월부터 2개월 동안 자체 채용 연계형 ‘스마트스쿨’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해 수료생 중 10명을 지난달 초 신입직원으로 채용한 바 있다. 이 밖에도 포스코는 인재창조원에서 운영하는 ‘청년 AI·빅데이터 아카데미’를 통해 양성한 우수 인재도 선발해 채용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IT기업들이 심각한 구인난 속에서 전문 인력을 자체 양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지만, 신입개발자를 즉시 전력감으로 키워내는 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불가피하다. 그런 만큼 업계의 기회비용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4차산업 등 첨단 기술분야는 기술발전과 진화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는 점에서 정부차원의 보다 강력한 IT전문인력 양성 정책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의 자체 인력 양성으로 전문인력난을 해결하기엔 글로벌 IT시장트렌드의 변화가 전광석화처럼 빠르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IT전문인력 수급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날이 갈수록 고급인력 구인난은 심각해질 것이며, 이에 따라 인력문제가 자칫 국가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인력문제는 핵심 인프라에 해당하는 만큼 관련 업체에 맡겨두지 말고 정부가 나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김동현 기자 coji11@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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