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침해’ 논란…퀵커머스 규제되나
김시우
ksw@sateconomy.co.kr | 2021-10-23 08:00:26
퀵커머스 사업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소상공인들이 ‘골목상권 침해’를 주장하고 나섰고 정부에서도 실태 파악에 나서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내 유통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한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플랫폼 업체와 퀵커머스가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 퀵커머스를 포함한 온라인 유통산업 전반에 대한 실증분석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용역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산업부 국감에서 “배달 플랫폼과 대형 유통업체들이 배송시간 단축 경쟁을 벌이며 골목으로 침투하고 있다”면서 “상권영향평가 등 최소한의 제도적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퀵커머스는 전자상거래 업종이지만 특정 권역 내 근거리 배송이라는 점에서 일반 소매업종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퀵커머스(quick commerce, 즉시배송)는 마이크로 풀필먼트(MFC)를 활용해 30분~1시간 내 고객에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다. 즉시 배달에 유리한 배달 플랫폼들이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퀵커머스는 코로나 대유행과 비대면 소비가 맞물려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다. 실제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퀵커머스 서비스로 거론되는 배달의민족의 ‘B마트’, 쿠팡의 ‘쿠팡이츠 마트’ 등 외에도 여러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일부 지역에 퀵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업계 전반에 걸쳐 시장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퀵커머스가 취급하는 품목이 기존 슈퍼마켓이나 식료품점 제품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점점 성장하는 퀵커머스 사업에 대해 골목상권을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크게 반발했다.
앞서 지난 9월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들이 모인 ‘쿠팡 시장침탈 저지 전국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참여연대에서 발족식을 열고 “쿠팡과 대기업 플랫폼에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책위는 “플랫폼의 창고형 마트와 식자재 납품업을 대기업 진출이 금지·제한되는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포함하고, 소모성 물품 구매대행(MRO) 사업 상생 협약에 쿠팡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동반성장위원회에 촉구했다.
이들은 쿠팡이츠 마트와 배달의민족의 ‘B마트’ 등 서비스를 거론하며 “쿠팡의 무한 사업 확장으로 다른 플랫폼과 기존 유통 대기업까지 ‘쿠팡화’에 속도를 내면서 그 피해는 중소상인 자영업자의 몫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플랫폼 독과점 방지법 제정 등 모든 제도와 법을 통해 쿠팡과 플랫폼·유통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을 막겠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퀵커머스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동반성장위원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제도다.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면 지정 후 5년 동안 대기업 및 중견기업이 해당 사업에 진입하거나 인수를 통해 확장할 수 없다.
그러나 업체들은 기존 수요를 잠식하는 게 아니라 신규 서비스를 창출하는 사업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국감에 나와서 “편의점 매출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계속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어 B마트 서비스 출시가 시장 잠식으로 이어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B마트는 비싼 배달비를 주고서라도 즉시 받고 싶어 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쿠팡 또한 소상공인들에게 쿠팡 입점을 통해 온라인 판로를 열어줌으로써 매출이 성장하는 등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해명했다.
쿠팡 측은 “대형마트 등 대기업에 입점하지 못하는 수많은 소상공인의 상품을 직매입과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온라인 판로를 열어주고 있다”며 “쿠팡과 거래하는 소상공인들의 2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87%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가 쿠팡 대책위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기존 B마트와 쿠팡이츠 마트 등은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퀵커머스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오히려 신사업 창출을 위축시킬 수 있어 신중히 판단해야할 문제”라며 “이들이 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김시우 기자 ks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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