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발 고강도 ‘대출조이기’ 부작용 우려... ‘실수요자 구제책’은 언제?

은행들 신용대출 이어 전세대출도 연쇄 중단..‘대출 문턱’ 옥죄기 지속
청원 게시판 ‘대출규제 풀어달라’글 빗발..빚투·영끌 등도 불만 폭증
금융당국 “실수요자 혼선 없는 방향으로 피해구제 대책 고심 중”

문혜원

maya4you@naver.com | 2021-10-01 06:00:38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정부의 고강도 대출조이기로 인해 은행들이 신용대출에 이어 전세대출까지 연이어 중단 선포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지역 중심으로 주택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가계대출 관리 정책에서 대출 수요만 억제하고 공급을 실질적으로 확충하는 정책까지 묶어버린 격이 됐다며 대출조이기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대안 및 실수요자 피해구제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대출 추가 규제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일제히 전세대출 중단도 선언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 중에서 KB국민, 하나은행에 이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전세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데 동참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전세대출이 주요 검토 대상으로 보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대출 추가 규제 계획과 관련 “전세대출이 금리라든지 (대출) 조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어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도 미리 언급 바 있다.


이에 KB국민은행이 지난 29일 먼저 전세대출 제한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 취급 시 담보조사가격 운영 기준도 기존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바꾼다.


통상 KB시세, 감정가액보다 분양가격이 낮아 아파트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의 잔금대출 한도가 대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전셋 값이 4억원에서 계약 갱신 후 5억원으로 올랐다면 이제까지는 5억원의 80%인 4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보증금 상승분인 1억원까지만 가능하다.


하나은행도 이르면 10월 초부터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에 대해 현재 전체 보증금의 80%까지 받을 수 있는 전세대출 한도를 보증금 상승분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IBK기업은행도 지난 23일부터 MCI·MCG 신규 가입을 제한했으며, 영업점이 아닌 개별 모집인(상담사)을 통한 모든 대출 상품 판매도 전면 중단했다.


이처럼 은해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실수요자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실수요자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아낸 글들이 폭증하고 있다.


게시판 글들 대부분에서 현재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일환으로 낸 일괄적인 대출규제가 오히려 서민 부담만 커지게 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게시판에 남겨진 글 중에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피해구제 대책 및 보완제도를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함께 담겨있다.


게시판 글 외에도 일선 은행 영업점에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족 등의 주택 소유 관련 대출 문의전화도 쇄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 실수요자들은 그동안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A씨는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도 오르면서 이자 부담률이 커져 대출 갚는 부담도 말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B씨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문제로 장사도 안되는데 거기에 금리인상 현상도 오면서 이중삼중으로 대출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 청원 게시판 등에서 실수요자들이 ‘대출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데도 당국발 대출조이기 정책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업계에도 가계대출 관리 요구를 재차 함으로써 금융권 대출 문턱이 앞으로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늘(30)일 대형 저축은행 3곳 실무자 등을 불러 “대출 증가율을 낮춰라”라는 식의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이들 3곳 저축은행사들은 SBI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등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4일 KB저축은행에도 대출 관리를 주문한 바 있다. 이들 저축은행사들은 당국이 제시한 기준 총량관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저축은행권에도 대출 규제를 주문하는 모습은 제2금융권 ‘풍선 효과’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이유로 속속 대출 한도를 축소하자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저축은행 업계 가계대출 증가율은 금융당국이 지정한 기준치를 빠르게 넘어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가계대출 총 잔액은 약 36조87억원이다. 작년 말 잔액인 31조5948억원보다 14.0%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대출규제가 서민의 주택 소유 공급 문을 오히려 좁게 하고 있다며 부작용만 낳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당초 10월로 예정된 주택 관련 대책에 실수요자 피해구제 및 대출규제 완화 방안을 신속히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청약을 통해 새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있는 실수요자들 마저 입주 관련 추가 대출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이미 OO지역 분양건의 경우 입주를 포기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문가 관계자는 “이러한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정책당국 등이 현장 답습을 통해 직접 눈으로 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련 전문가는 “빚투, 개미, 갭투 이런 사람들을 억제하기 위해 만든 정책이 오히려 돈이 부족한 서민들의 피해만 가중시키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현재 가장 현실적으로 이들 실수요자들을 고려할 수 있는 방법으론 건설사가 중도금 납입을 연장하는 등 자금 부담을 일부 감당하는 방향으로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정부가 전세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대신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을 제한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일례로,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9일부터 전세대출 한도를 ‘전셋값(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 관리에 들어갔다.


이는 필요한 만큼만 대출을 내주겠다는 것으로, 실수요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전세대출 총량 관리도 어느 정도 가능한 전략이다.


예컨대, 전세대출 2억원을 낀 전세보증금 5억원인 집에서 살고 있는데, 보증금이 6억원으로 1억원 늘어난 경우, 보증금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6억원의 80%인 4억8000만원에서 기존 대출액인 2억원을 뺀 2억8000만원을 추가로 빌릴 수 있었다면 29일부터는 보증금 증가분인 1억원만큼만 추가 대출이 가능한 것이다.


업계에선 국민은행의 이번 전세대출 제한 방식이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강화되고 있고, 시중은행의 대출 제한으로 다른 은행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금융당국은 전세 자금대출을 둘러싼 실수요자들의 반발 및 정책 부작용 우려 목소리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섣불리 피해구제 관련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대출 중단과 관련해 현장에서 나오는 문제들을 모두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대출 규제 발표가 최근 나왔고, 이후 현장 답사 등을 통해 금융사 애로사항 및 다양한 고려사항들을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대책방안이 나오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러나 실수요자들에 혼선이 없는 방향으로 검토 중에 있다”면서 “ ‘가계부채 추가 관리방안’ 대책 안에서 내놓을 예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maya4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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