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환대출 플랫폼’ 주문…은행권 ‘시큰둥’
은행 “중금리 한정 요구”…당국 “모든 소비자 대상”
10월 통합 앱 시스템 구축 '무리'…‘반쪽짜리’ 출범 우려
문혜원
maya4you@naver.com | 2021-08-25 13:07:38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서비스를 두고 은행권과 사이에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기존 대출정보 제공을 거부하자,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플랫폼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5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 등과 가진 간담회에서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 대상을 중금리대출로 제한해달라는 은행권의 제안에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 10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당국이 추진 중인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한 경쟁 우려를 전했다. 이들 은행 측의 주장은 “고신용·고소득자들의 가계대출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은행들은 은행 간의 금리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 있고 중금리 대출은 주로 모집인을 통해 받는 만큼 이자를 아낄 수 있어 대환대출 플랫폼은 제2금융권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현직 은행지주 회장들은 당국에게 중금리 대출로 서비스 범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만 하자는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시중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나 고객이 작아서 실효성이 없으므로 전체적으로 시행하는 게 맞다”면서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은 신용대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는 또 “은행권이 제기한 고객 뺏기 등 과당경쟁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보완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융위는 은행들이 은행연합회는 중심으로 만들기로 한 독자적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소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은행과 빅테크 간 의견 다툼으로 당초 ‘소비자편의증대’라는 목적이 흐지부지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따른다.
이에 애초부터 정부가 추진하려던 앱 하나로 모든 대출을 비교해 갈아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반쪽짜리’ 플랫폼 출범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등 여러 금융기관 대출상품을 비교하고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비대면 원스톱(One-stop) 플랫폼을 말한다.
금융결제원이 구축하는 플랫폼에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업체가 운영 중인 대출금리 비교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 금융소비자들은 은행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플랫폼에서 가장 저렴한 대출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업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 탓에 당초 계획대로 오는 10월 제대로 된 출범은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들이 독자적으로 대출금리 비교시스템을 구축키로 가닥을 잡은 데다, 시범 운영방안도 미지수”라며, “이 시스템을 통해 금융사가 은행권과 핀테크의 시스템 중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인지도 아직 확실한 방향도 없어 10월 출범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최근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독자적 공공플랫폼 오픈 목표를 12월말로 정했다. 은행들은 이달 중 수수료와 비용을 비롯한 구축 방향 협의를 마치고, 9월부터 제휴 금융사 간 계약 체결, 전산 시스템 구축·연동 등을 거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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