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인재 뽑기에 허기진 은행권, '장애인·상고출신'은 배제(?)
디지털 변화·블라인드 등 채용 트렌드 변화에도 보수적 시각은 여전해 ‘쇼맨쉽’ 불과 지적
문혜원
maya4you@naver.com | 2021-08-19 12:00:00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은행권 채용문화가 ‘디지털 전환 속도’에 맞춰 기존 전통금융업무 보다 IT 분야 인재고용에 집중되고 있다. 또 블라인드제도 도입 후로 스펙과 학벌을 보지 않는 공정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고용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자평도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채용 트렌드 변화에도 여전히 내부에선 상고출신, 장애인 채용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혁신을 표방한 채용공고가 생색내기에 불과한 시대착오적 ‘쇼맨쉽’에 불과하다고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 은행권 공채 사라지고, IT인력 수시 확충으로 추세 전환
2021년 하반기 은행권 채용시즌이 다가왔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이미 치러진 공채채용에서 NH농협·IBK기업은행을 제외하곤 시중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예전보다는 적게 뽑거나 아예 고용을 하지 않았다.
이번 하반기 공채시즌에도 상반기와 별다를 게 없는 채용구조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구직자들 사이에선 ‘금융사 취업하기가 ‘바늘구멍 뚫기’처럼 쉽지 않다’는 말까지도 나온다.
은행들은 공개채용 방식보다 ‘수시채용’ 위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모양새다.
‘수시채용’은 특히 디지털·IT부분에 집중됐다. 이는 은행들이 비대면 거래 확산에 따라 점포 축소를 진행에 따라 전반적인 금융업무가 디지털화로 체질 변경이 이루어지면서 인력 채용 흐름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은행들은 2018년 이후로 공채 규모를 늘리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2018~2019년 상반기 각각 200~300명 규모의 신입 행원을 채용했으나,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오히려 채용인원은 급격하게 줄었다.
통상 은행들은 공채 일정을 상·하반기로 나눠 대규모 신입 인력을 채용했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연 1회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작년에는 일부 은행의 경우 아예 공채 진행을 건너뛰는 경우도 생겼다.
올해에는 은행들이 점포 통폐합 및 폐지를 급속히 진행하면서 2600명 넘는 인력을 감축했다. 대신 디지털 분야 고용을 대폭 늘렸다. 일부 은행은 IT부서에서 일하게 될 직원들의 연봉을 높이고, 워라밸 확보 등 복지조건을 내세우며 인력 확충에 공을 들이고도 있다.
먼저,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디지털·ICT(정보통신기술)분야의 신입 또는 경력직 직원 100명 이상의 신규 채용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전체 신규 채용 인원에서 디지털과 ICT 인력 비중을 40~50%까지 확대한다고 알린 바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상반기에 이미 ICT와 데이터 부문 신규직원 200여명 채용을 진행했으며, NH농협은행은 디지털·IT인력 선제 확보를 위해 채용연계형 인턴과정도 실시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디지털 인력을 1000명 넘게 뽑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앞으로는 은행의 디지털 전환으로 IT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큰 상황임에 따라 채용 형태가 디지털 인력 배치 중심으로 아예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블라인드 도입 역행? 고졸 출신 비중은 낮아져
그런데 은행권의 디지털 인력 고용에는 관심이 증대한 반면, 블라인드 도입 후 오히려 상고출신 고용비중은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시중은행보다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고졸 채용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고졸채용 여부와 장애인 채용에 대해서는 정권에 따라 영향을 받는 부분이 커 은행들의 ‘생색내기용’ 채용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실에서 분석한 ‘은행권 채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기술보증기금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한 주요 금융기관들은 2019년부터 고졸 채용을 아예 하지 않거나 매우 적은 인원만 선발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신입 행원 정규직으로 특성화고 출신 5명을 따로 채용했지만, 2013년 산업은행 고졸 채용인원이 55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들어든 수준이었다.
수출입은행은 같은 기간 신규 채용에서 고졸 출신은 아예 선발하지 않았다. 2013년에는 정규직 79명 중 6명을 고졸로 채용했지만 2017년 이후 고졸 출신 신규 채용자를 선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만,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고졸 채용을 3년 만에 재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고졸채용으로 20명을 고용하면서 다른 은행에 비해 다소 적극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예전만큼 많은 비율은 아니므로 은행권 고졸 채용신화는 사라질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 장애인 고용은 ‘無채용’으로 전락
이처럼 디지털 환경 등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장애인 고용은 옛날 수준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내부는 여전히 보수적인 인력채용 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배진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감에서 지적한 내용을 보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등 9개 주요 금융공공기관 중심으로 장애인 고용율은 최저인 상태로 집계된 바 있다.
특히 산업은행은 지속적으로 민간은행에 비해 장애인 고용율이 낮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왔다.
산업은행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하고 있을 정도로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배진교 의원실에 낸 자료를 보면 산업은행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단 16명의 장애인만 신규 채용했다. 2013년에 12명의 장애인을 신규 채용한 이후 5년간 4명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시중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 중 농협은행만 빼고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장애인 채용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거나 일부 은행 텔러 직군이나 디지털 퍼플리싱 분야의 장애인을 우대하는 정도일 뿐이다.
퍼블리싱 분야의 경우에는 웹 디자인에 속하는 그래픽 분야로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일반인뿐만 아니라 장애인들도 전문적인 자격만 갖춰져 있으면 지원할 수 있는 분야라는 장점이 있다.이에 몇몇 은행들이 장애인 고용을 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시중은행들의 채용율은 2016년 이후 크게 변동사항이 없는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5개(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시중은행의 장애인 고용률은 평균 1.04%에 불과하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근로자 100명 가운데 3.1명은 장애인으로 뽑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은행은 한 곳도 없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7%,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9%, 올해는 3.1%로 소폭 인상됐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은행들 채용고용 행태는 정기채용보다는 수시채용으로 진행하거나 한시적으로 필요 직무시 뽑는 정도다.
이에 일각에선 여전히 은행들이 보수적인 시각에서 머물러 있어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 채용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금융업무 특성상 장애인을 채용해도 업무배치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크다”면서 “이를 테면, 숫자를 판가름 하는 업무가 대다수여서 일반인도 실수할 수도 있는 업무를 장애인들이 하기에는 힘들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러나 지금은 간편업무 디지털시대로 변화됐기 때문에 퍼플리싱과 같은 특수 디지털 분야도 전문조건만 가능하다면 장애인들을 지속적으로 뽑아 배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는 등 다각도로 장애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