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T업계 노동조건 개선 한 목소리…대선 후보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
임재인
lji@satecomy.co.kr | 2021-08-17 16:26:44
[토요경제=임재인 기자] 지난 10일 오전 10시 노동계 인사들이 판교 IT 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식을 갖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 중구 소재 민주노총 교육원 15층에서 이뤄진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 일동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물의를 빚은 네이버?카카오 직원을 비롯해 판교 일대 IT업계 종사자들의 노동 처우 개선과 근로기준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IT업계의 과도한 노동시간과 열악한 환경에 대해 말이 나온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포괄임금제로 점철된 IT업계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곪아가는 중이다.
그 결과로 대표 IT 기업 공룡들인 네이버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카카오에서는 유서를 쓴 직원까지 나오게 됐다. 이에 발족식 참가자 일동은 정부와 지자체에 △괴롭힘 예방교육과 근로감독 △상담치료기관 설립 △근로기준법 개정을 요구했다.
판교 내 IT사업장의 실태는 참혹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 기준 성남지역 IT노동자 규모는 5만1000여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이하 IT위원회)가 성남 판교지역 IT?게임 노동자 8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7.2%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더불어 직장 내 괴롭힘 외 노동법 위반에 해당되는 갑질 경험 역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IT위원회의 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판교지역 IT?게임 노동자 10명 중 3명은 최근 6개월간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갑질과 괴롭힘 경험이 높게 나타났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조차 되지 않는다. 비율로 따져보면 노동자 10명 중 3명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셈이다. 이것은 비단 IT업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수많은 노동자가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착취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유력한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일할 사람은 일하게 해줘야 한다”며 주120시간 근로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자는 윤 전 총장의 생각이 어처구니없고 황당할 뿐이다. 중노동에 시달린 끝에 죽음에 다다른 택배 노동자, 내내 일하고 야근비, 특근비도 받지 못한 채 최장 새벽에 퇴근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애로사항을 알고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선 후보들은 대한민국 땅의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피만 빨리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사람이 먼저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전면에 내세워 승부를 봤다.
대선 후보들은 계층의 위를 선점하고 있는 사람들만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닌 서민들의 고통을 알고 이들의 삶을 알아가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선거철에만 반짝 나와서 서민들에게 보여주기식 친근함을 내보이는 시대는 끝났다. 국민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높으신 그 자리에 앉아있을 게 아니라 여기까지 내려와 현실을 봐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임기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당부하고 싶다. IT업계 뿐만 아니라 일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가 즐겁게 일하며 웃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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