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도 껴있어서 믿었는데”…소비자·자영업자, ‘머지포인트 사태’ 혼란
김시우
ksw@sateconomy.co.kr | 2021-08-18 12:00:00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지난 11일부터 이어진 ‘머지포인트’ 사태 후폭풍으로 많은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최악의 경우엔 법적 분쟁까지 시사되며 사태가 빠르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머지포인트는 선불 결제를 한 뒤 받은 포인트로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머지포인트는 평균 20%의 할인율로 누적 이용자 수 100만 명을 기록하고 매달 300억∼400억 규모가 거래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지난 11일 “서비스가 전금업에 해당한다는 당국의 가이드를 수용했다”면서 포인트(머지머니) 판매를 중단한다고 기습 공지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이에 12일부터 환불 요구가 밀려들었고 피해를 우려한 이용자 수백 명이 서울 영등포구 소재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아 환불을 요구하며 아수라장이 벌어지기도 했다.
4만 명 이상 가입된 머지포인트 피해자 카페에는 피해 인증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머지포인트에 40만원을 충전한 한 소비자(경기, 27세)는 “큰 액수는 아니지만 할인율이 높아 구매했던 게 이렇게 돌아올 줄 몰랐다”며 “여전히 남아있는 포인트 때문에 환불을 신청했지만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소비자 또한 “돈 몇 푼 아끼려 구매했던 포인트인데 환불을 받지 못할까봐 답답한 상황”이라며 “편의점,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제휴사로 있어 믿었는데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신청자를 대상으로 포인트 환불 절차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이용자 상당수는 환불을 받지 못해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피해를 우려하는 것은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들은 머지포인트로부터 정산을 받지 못하면 그 손실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커뮤니티의 이용자들이 머지포인트 사태에 대해 모르고 포인트를 받는 업체를 공유해 대거 물품을 구매하거나 결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이와 함께 머지머니와 머지플러스 구독권을 판매한 이커머스 기업들은 머지포인트가 선불전자지급업 미등록 업체인데도 이를 검증하지 않고 판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이용자들에 따르면 티몬, 위메프, 11번가, 지마켓 등은 수시로 다양한 ‘딜’과 추가할인을 내세워 머지포인트를 대량 판매했다.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이커머스 업계는 “상품판매 경로일 뿐 판매 상품에 대한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오프라인 환불을 받지 않겠다고 공시한 상황이다.
■금감원 “선불업에 해당하는 영업 사례 파악·점검할 것”…뒷북 대처 비판도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오후 수석부원장, 전략감독·중소서민금융·소비자보호 담당 부원장보 등과 함께 머지플러스 상황을 점검하는 대책회의를 열고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머지포인트 사태가 감독대상으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에서 야기된 문제이긴 하나 환불 및 영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하여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유도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불업에 해당하는 영업 사례를 파악·점검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다수 업종에 사용될 수 있는 전자지급수단(포인트, 상품권 등)을 발행하는 업체 중 규모가 큰 업체를 우선적으로 조사해 전금법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않은 사례가 있는지 파악에 나선다.
등록된 선불업자에 대해서는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 준수 실태를 재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등록된 선불업자는 65개사이며 이들의 선불 발행 잔액은 2조4000억원이다.
정은보 원장은 “선불업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면서 “이번 사태를 디지털금융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금감원의 대처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후에야 나온 것이라서 ‘뒷북’ 대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등에서는 “등록도 안 된 머지포인트가 큰 규모로 사업을 벌여오는 동안 금감원은 왜 인지를 못 한 것이냐”, “금감원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등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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