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찜통더위까지···건설업계 '구인난'에 골머리
“3주째 하루도 못 쉬었어요”···인력난에 허덕이는 '건설현장' 속출
신유림
syr@sateconomy.co.kr | 2021-08-12 07:57:50
# “공사 막바지인데 일을 맡길 사람이 없어요. 오늘까지 3주째 하루도 못 쉬고 작업 중입니다. 일용직 인부에 작업지시를 해놓고 돌아와 보니 엉망으로 해놨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뜯고 다시 했죠.” -월드컵대교 공사 관계자 A씨.
# “원청과 약속한 공기는 끝나가는데 일할 사람이 모자라서 초비상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일 안 하려고 해요. 그나마 있는 기술자들은 다 나이가 많고요. 사다리가 끊어졌어요. 우리 같은 하청업체들은 인건비 따먹기인데 이러다 위약금 물게 생겼습니다.” -경기도 한 아파트 공사현장 관계자 B씨.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공사현장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기술을 배우겠다고 나서는 젊은 층은 사라진 지 오래됐다. 어느덧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현장이 멈춰설 정도가 됐다.
A씨는 오는 9월 1일 개통을 앞둔 월드컵대교 건설 노동자다. 그는 10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장 일 20년 하는 동안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50살을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아직도 현장 최일선에서 남들보다 더 고되게 일을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장을 맘 놓고 맡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현장 일이 급해 하루 정도 자리를 비우기라도 하는 날엔 돌아와서 어김없이 재시공을 했다고 푸념했다.
물론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성격 탓일 수는 있으나 이런 이유로 그는 3주째 하루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월드컵대교는 서부간선도로를 포함한 강서권의 교통체증 해결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모든 이목이 쏠려있어 그만큼 A씨도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A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숙련도나 책임감 면에서 믿음이 가지 않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한국의) 젊고 유능한 인력이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30대인 B씨는 중국 국적이긴 하나 국내 2차 협력사 중간 관리인이다. 그는 경기도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벽체와 천장 마감일을 맡고 있다.
한국에 온 지 약 10년 됐다고 밝힌 그는 “한국인, 특히 젊은 사람들은 이런 일을 극도로 꺼린다”며 “꾸준히만 하면 수입이 상당한데 배가 부른 모양”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건설업, 그중에서도 특히 아파트는 공사 기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공기가 늦어지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위약금은 물론 입주민의 호텔비용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받쳐줄 인력이 문제다. 그는 “기술자들은 대부분 60세가 넘어 산재 위험 때문에 업체들이 채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산재 사고 이력은 공사 참여 여부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업체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지금 일하는 인부들의 수준은 돈이 아까울 정도지만 그래도 참도 지낸다”고도 했다. 마감 특성상 타카(못·스테이플러 심과 유사한 고정용 핀을 박는 전동도구) 못이 튀어나오거나 단차가 생기면 안 되는데 대부분 대충 끝내고 가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러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일당 25만원짜리 기술자들을 대거 투입하는 일도 생긴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우리 같은 2차 벤더들은 인건비 따먹기 싸움인데 그런 일당을 주고 나면 뭐가 남겠냐”고 푸념했다.
특히 그는 정부의 비자 발급 정책에 목소리를 냈다.
그는 “물론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입국해야 할 외국인 노동자들이 못 들어오고 있다”며 “심지어 비자 연장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건설현장은 솔직히 외국인들 아니면 제대로 돌아가겠냐”며 “입국 규정을 완화해 주고 취업의 문을 넓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외국인이지만 책임감 하나로 한국에서 버텼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한국인 사장에게 인정받고 승진도 할 수 있었다며 외국인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보편화 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건설업 취업자 수는 210만7000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 2873만명의 7.3% 수준이다.
구인인원은 8만4000명으로 제조업(14만8000명)이나 보건·복지(14만2000명) 부문 등에 이어 상위권에 자리한 만큼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통계에 잡힌 숫자일 뿐 실제 건설현장에서의 체감도는 훨씬 심각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로 취업자 수나 부족 인력 수는 조사기관마다 다를 정도다. 고용노동부 외에 통계청이나 한국산업인력공단, 대한건설협회, e-나라지표 등에서 발표한 건설업 취업자 수는 최소 70만명에서 최대 210만명으로 편차가 무척 심하다. 당연히 부족 인력 통계도 제각각이다.
정부는 신도시 건설과 더불어 대규모 공공주택 확충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인력난은 부실시공과 산재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정부의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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