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 미래다] 한지붕 두 언어…갈등 해결은 엄마 몫, 이정화씨
아빠는 중국말만, 아이들은 한국말만 …소통 부족은 조선족가정의 공통 문제
중국내 소유 재산 때문에 '귀화 결정' 쉽지 않아
한국 출생 자녀만이라도 한국인으로 인정 받아 안정적으로 키우고 싶어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 2022-10-25 23:53:54
“우리 집은 1가구 2나라에요. 남편과 아이들이 싸워요. 남편은 중국 사람이라고 합니다. 아들과 딸은 한국 사람이래요.
국적을 갖고 싸우는 겁니다. 대화도 잘 안 돼요. 남편은 한국말을 잘 못합니다. 조선족 자치구에 살았지만 중국학교를 다녔습니다. 애들은 중국말을 못 해요. 제가 통역을 해야 대화가 됩니다. 자연히 남편과 애들이 멀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올해로 한국생활 15년차인 이정화(42) 씨의 푸념이다. 이 씨는 2007년 한국에 왔다. 한국에서 남편 박성봉(42) 씨를 만났다. 산업공단에서 교육을 받다 인연이 됐다. 두 사람 모두 조선족이다. 옌벤 출신이다. 국적은 중국이다. 2011년 결혼했다.
두 사람은 1남 1녀를 두고 있다. 아들 박준의(11) 딸 박준영(9)이다. 모두 한국에서 태어났다. 부모를 따라 중국 국적이다. 문제는 남편과 아이들의 생각 차이다. 남편은 국적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아이들은 자신을 완전한 한국 사람이라고 믿는다. 중국에 관해 조금도 관심을 쏟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조선족 부부의 공통된 문제다. 부모와 자녀의 다툼이 생긴다. 조선족 부부는 재외동포로 등재된다. 중국 국적의 재외동포다. 자녀들도 중국인으로 인정된다. 한국 사람이 아니다. 중국 국적의 조선족 부부는 다문화로 인정받지 못 한다. 한 사람이 국적을 바꾸면 다문화로 인정된다.
다문화가정이 되면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적변경에 머뭇거리는 이유가 있다. 중국에 소유한 재산 때문이다. 국적을 바꾸면 중국내 재산 처분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문제에도 요즘은 조선족 부부가 국적 취득에 신경을 쓰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자녀의 교육 때문이다.
젊은 조선족 부모의 자녀는 대부분 초등학생이다. 한국식 교육을 받고 있다. 의식과 생활방식 모두가 한국인이다. 중국말도 못 한다. 자녀가 중국에서는 적응하기 어렵다. 가정생활도 마찬가지다. 부모와는 완전히 생각이 다르다.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정착해야 될 형편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한국의 수준 높은 사회 환경이다. 한국은 의료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이다. 공공기관 업무도 편히 볼 수 있다. 중국이 따라 올 수 없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코로나 터지기 전에 옌벤에 갔어요. 저도 불편해서 못 살겠더라고요. 한국과는 너무 차이가 납니다. 관공서 일을 보는 데 어찌나 시간이 오래 걸리던지. 한국은 공무원이 친절하게 안내하고 일도 빨리 처리해 주지 않습니까. 한국의 공공기관 정말 대단합니다.” (이정화)
이정화 씨는 최근 들어 부쩍 귀화할 생각이 커졌다. 자녀의 장래가 걱정 돼서다. 자녀들을 중국에서 교육시킬 생각이 없다. 한국의 교육수준이 높아서다. 사교육비 부담이 크지만 자녀를 위해 희생할 생각이다.
자녀는 한국인으로 키웠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씨의 귀화 고민 이유는 또 있다. 다문화가정이 되면 여러 혜택이 있다. 주택 구입에 우선권이 있다. 조그만 아파트라도 내 집 마련을 하고 싶다. 개인주택의 불편함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전세 생활 청산은 부수적 효과다. 자녀들 교육비도 많이 줄어든다. 다문화 지원센터에서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씨는 귀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우선 영주권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주권을 따면 귀화가 쉬워 진다. 영주권 취득을 위해서는 일정 조건이 필요하다. 연간 소득이 4천만 원을 넘어야 한다. 4대 보험도 들어 있어야 된다.
이 씨는 목표 달성을 위해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2016년에 개업한 중국식품 가게 매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 종식이 되면 번성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귀화를 고민하는 이 씨의 바람이 있다. 안 될 거지만 답답한 마음에 한 마디 하겠다며 웃는다.
“한국에서 태어난 애들만이라도 국적을 줄 수는 없을까요.”
토요경제 /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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