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F&B 프랜차이즈업계 이대로 괜찮나…피자헛·명륜진사갈비가 드러낸 업계의 그늘

한국에서 프랜차이즈 창업 신중해야 하는 이유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2026-01-24 08:00:49

▲ 경제부 김은선 기자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은 오랫동안 ‘자영업자의 희망 사다리’로 불려왔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한국피자헛과 명륜진사갈비 사례는 그 사다리가 과연 공정하게 놓여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국피자헛은 가맹점주들과의 차액가맹금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며 약 215억원을 반환하게 됐다. 가맹점주 94명이 제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은 본사가 식자재 가격에 가맹금을 숨겨 취해온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수년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돼 온 본사 중심 구조가 사법 판단 앞에서 불공정으로 규정된 것이다.

 

차액가맹금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원재료 등을 사들인 뒤 도매가보다 비싼 가격에 가맹점에 공급하며 발생하는 유통마진을 뜻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질의한 결과, 이번 판결을 계기로 차액가맹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르는 판단 기준도 보다 분명해졌다. 차액가맹금에 대해 계약서에 기재하거나 별도의 합의를 증빙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대법원은 피자헛의 차액가맹금 구조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고, 가맹점주와의 명시적 합의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별도 합의 증빙이 없더라도 거래 관행상 묵시적인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여겨왔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차액가맹금에 대한 별도의 합의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차액가맹금 논란은 피자헛에 국한되지 않는다. ▲롯데슈퍼·롯데프레시, bhc, 배스킨라빈스, 교촌치킨, 푸라닭치킨, BBQ, 굽네치킨, 투썸플레이스 등 굵직한 프랜차이즈들도 유사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명륜진사갈비를 운영하는 명륜당을 둘러싼 논란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드러낸다. 명륜당은 산업은행에서 510억원을 4%대 금리로 조달한 뒤, 특수관계에 있는 다수의 대부업체를 통해 가맹점주들에게 연 10~15%, 일부는 17%에 달하는 금리로 창업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 전자공시에 2025년 게재된 명륜당 감사보고서 단기차입금 내역/표=DART

명륜당은 대략 은행 금융기관으로부터 운전자금을 이자율 4~5%대로 빌렸다. 산업은행이 이중 가장 큰 지분인 510억원을 4%대 금리로 명륜당에 빌려줬다.

 

약 8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이러한 구조를 거쳐 흘러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적자금이 본사와 12개의 특수관계 금융사를 거쳐 가맹점주에게 고금리 부담으로 전가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 대부업체 대표들은 명륜당 전·현직 직원과 협력사 직원, 대표 배우자 등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가맹본부가 지분을 보유한 구조였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구조가 도마에 올랐다. 김용만 의원은 공적자금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특수관계 금융사를 거쳐 가맹점주에게 고금리 부담으로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부당대출 논란과 관련해 엄격한 사후관리를 약속했지만, 이미 구조적 허점은 고스란히 드러난 상태다.

 

문제는 이런 사례들이 일부 기업의 일탈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식·유통 프랜차이즈 전반에서 본사 중심의 물류·금융 구조가 가맹점주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관행은 반복돼 왔다.

 

▲ 명륜당의 특수관계자명 12개의 대부업체 목록/표=DART 오너와 지분 관계가 없거나 제3자 관계면 공시상 특수관계자 주석에 나올 수 없다. 수사 결과 12개의 대부업체 대표들이 명륜당 전·현직 직원, 협력사 직원, 대표 아내 등으로, 사실상 가맹본부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창업자금을 대출하거나 금융을 지원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며 “모양새가 좋지 않아 도덕적 비판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불법대출이라는 표현이 확산될 경우 예비 창업자들의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업계 행태는 ‘업계에서도 흔한 방식’이라는 논리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피자헛 판결이 보여주듯, 관행은 더 이상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 

 

본사가 조달한 자금이 어떤 구조를 거쳐 가맹점주에게 전달되는지, 그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동의가 있었는지, 우월적 지위가 작동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남는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더 이상 사적 계약의 영역에만 머물 수 없다. 가맹점주는 사실상 생계를 걸고 시스템에 편입되는 경제 주체다. 차액가맹금 규제 강화와 함께 본사 자금 운용과 금융 지원 구조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이 요구되는 이유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안전한 창업 모델로 남기 위해서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돼 온 구조에 대해 투명성과 책임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제도적 보완이 불가피하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