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보유 유지’…빚투도 유효할까

SK하이닉스 고점 대비 36.9%·삼성전자 29.7% 하락
두 종목 신용융자 10.8조원…담보선 무너지면 장기투자 불가능
버핏식 장기투자도 ‘좋은 사업·적정가격·빚 없는 자금’이 전제

조민규 기자

jo1427955@gmail.com | 2026-07-19 00:06:24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하이닉스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갖고 있으라”는 조언은 빚을 내 투자한 이들에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금 투자자는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만, 신용 투자자는 담보비율이 무너지면 반대매매나 추가 담보 부담 때문에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18일 토요경제 기업재무분석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주가 흐름과 신용거래융자 잔액, 증권사 담보유지비율을 분석한 결과, 레버리지 2.22배를 적용한 투자자는 주가가 매수가격보다 약 23% 하락하면 담보 부족 구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두 종목이 고점 대비 30% 안팎 급락한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의 장기 보유론이 현실성을 가지려면 빚이 아닌 자기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150% 오른 뒤 37% 급락한 SK하이닉스

7월 17일은 제헌절 휴장일이었다. 따라서 18일 현재 국내 증시의 마지막 가격은 7월 16일 종가다.

 

SK하이닉스는 4월 20일 116만6000원에서 6월 22일 291만9000원으로 150.3% 상승했다. 이후 7월 16일 184만2000원으로 내려왔다. 종가 고점 대비 하락률은 36.9%다. 6월 25일 장중 최고가 298만7000원과 비교하면 38.3% 떨어졌다.

 

삼성전자도 4월 20일 21만4500원에서 6월 18일 36만2500원으로 69.0% 올랐다. 7월 16일 종가는 25만5000원이다. 종가 고점 대비 29.7% 하락했다.

 

그러나 출발점을 4월 20일로 잡으면 결과는 달라진다. 7월 16일까지 삼성전자는 여전히 18.9%, SK하이닉스는 58.0% 오른 상태다.

 

같은 주식을 보유했어도 투자자의 처지는 정반대다.

 

 

4월에 자기 돈으로 산 투자자는 상당한 수익을 남기고 있다. 6월 고점에서 신용으로 산 투자자는 원금 대부분이 훼손됐거나 이미 추가담보 요구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장기투자 성패는 종목만이 아니라 매수가격과 자금 구조가 결정한다.


두 종목 신용융자, 두 달도 안 돼 47% 증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들어간 신용자금은 주가가 가장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에 급증했다. 두 종목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5월 21일 7조3188억원이었다. 삼성전자 4조2751억원, SK하이닉스 3조437억원이었다.

지난 8일에는 합계 10조7596억원으로 불어났다. 불과 6거래일 동안 6990억원이 늘었고, 삼성전자 잔액은 5조5236억원, SK하이닉스는 5조2360억원이었다. 5월 21일과 비교하면 두 달도 안 돼 3조4408억원, 47.0% 증가한 것이다.

다만 이 숫자로 전체 주주 가운데 신용 투자자의 비율이나 실제 반대매매 계좌 수를 계산할 수는 없다. 신용융자 잔액은 빌린 금액이지 투자자 수가 아니다. 공개 자료에는 두 종목에서 실제로 강제청산된 금액도 별도로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자자의 상당수가 이미 반대매매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정확한 표현은 

10조원이 넘는 신용잔액이 급락 구간에 노출되면서 반대매매뿐 아니라 이를 피하기 위한 추가 입금과 자진매도가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강제매도 물량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더라도, 매수자가 줄어든 급락장에서는 가격을 결정하는 한계 매도물량이 될 수 있다. 반대매매가 하락의 최초 원인은 아니지만 낙폭을 키우는 증폭 장치가 되는 이유다.

SK하이닉스 37% 하락, 2.22배 투자자는 원금 82% 훼손
레버리지의 위험은 단순 계산으로 드러난다.

 

자기자본 45만원에 증권사 돈 55만원을 빌려 100만원어치 주식을 샀다면 레버리지는 약 2.22배다. 주가가 10% 떨어지면 보유 주식 가치는 90만원이 된다. 빚 55만원을 빼면 자기 돈은 35만원만 남는다. 주가는 10% 내렸지만 자기자본 손실률은 22.2%다.

이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점 대비 하락률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 [토요경제 기업재무분석실]

 

이자와 수수료를 제외한 단순 계산이다. 보유 주식 외에 다른 담보가 없고 대출금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했다.


신용 보증금률 45%, 담보유지비율 140%인 계좌라면 주가가 약 23% 떨어질 때 담보 부족이 발생한다. SK하이닉스의 고점 대비 하락률 36.9%에 도달하기 훨씬 전에 추가담보를 넣거나 주식을 팔아야 했다는 의미다. 증권사와 종목 등급에 따라 담보유지비율은 150%나 160%가 적용될 수도 있어 실제 위험선은 더 빨리 올 수 있다.

최 회장의 말대로 계속 보유했다면 언젠가 회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용 투자자는 그 언젠가까지 갈 수 없다. ‘SK하이닉스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느냐와 신용 투자자가 살아남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2배 ETF와 신용융자는 다른 위험
최근 논란이 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2배 ETF를 자기 돈으로 샀다면 가격이 크게 떨어져도 증권사가 강제로 팔지는 않는다. 대신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기 때문에 급등락이 반복되면 복리효과로 원금이 훼손되는 이른바 변동성 손실이 발생한다.

반면 신용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을 샀다면 일일 복리 문제는 없지만 담보비율이 무너지면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두 구조는 다르지만 시장에서는 동시에 작동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월 27일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6개의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 4조4000억원에서 지난 15일 11조9000억원으로 2.7배가 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9%에서 52%로 올라갔다. 금융당국이 계산한 연율화 변동성은 SK하이닉스 113%, 삼성전자 96%였다.

금융당국은 결국 지난 16일 신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상장을 잠정 중단했다. 이는 레버리지 ETF가 급락의 단독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주가 상승기에 자금 유입을 확대하고, 하락기에는 운용사의 일일 재조정과 투자자의 손절매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급락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6월 말 고점에서 20% 넘게 내려 약세장에 진입했다. 로이터는 AI 설비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 차익실현, 개인 신용거래와 레버리지 ETF·단기 옵션에 쌓인 레버리지를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최근 하락은 다음 세 요인이 겹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AI와 메모리 실적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기대가 실제 이익보다 앞서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
방향이 꺾이자 신용과 레버리지 상품이 하락 속도를 높였다.


버핏은 ‘무조건 들고 있으라’고 말하지 않아
최태원 회장의 발언은 워런 버핏의 장기투자론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버핏의 논리는 단순한 장기 보유가 아니다. 7월 공개된 CNBC 인터뷰 전문에서 워런 버핏은 중요한 것은 “좋은 사업을 적정한 조건에 매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기업의 기준도 장기간 높은 자본수익률을 내고 실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뒀다. 그는 또 시장이 투자자를 키우는 것보다 도박성 거래를 부추기는 데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 CNBC 인터뷰에서도 버핏은 투자 환경이 좋지 않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기회는 그냥 지나친다고 설명했다. 즉 버핏식 장기투자는 세 가지를 요구한다. '좋은 기업, 적정한 가격, 기다릴 수 있는 자금'이다.

워런 버핏이 키운 미국의 대형 복합기업 '버크셔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는 시장이 급락해도 증권사가 담보 부족을 이유로 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구조가 아니다. 필요하면 거액의 현금을 들고 몇 년씩 기다릴 수 있다. 개인투자가가 신용융자로 고점에 진입한 뒤 “버핏처럼 장기투자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모순이다. 버핏은 시간을 갖고 있지만 신용 투자자는 시간을 빌린다.


실적은 무너지지 않았다…문제는 기대의 가격
최태원 회장의 장기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실적 근거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2분기 잠정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발표했다. 두 회사 모두 AI와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따라서 최근 급락을 곧바로 반도체 실적 붕괴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다. 오히려 현재 주가 조정은 실적이 나빠졌기 때문이라기보다 ‘좋은 실적이 너무 오래, 너무 빠르게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과도하게 선반영됐던 측면이 크다.

주식은 현재 이익보다 미래 이익을 산다. 현재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여도 시장이 이미 그 이상의 성장을 가격에 넣었다면 주가는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기대가 충분히 낮아진 뒤 실적이 유지되면 주가는 다시 회복할 수 있다.

결국 최 회장의 메모리 수요 전망이 맞더라도 SK하이닉스 주가가 곧바로 전고점으로 돌아간다는 뜻은 아니다. 장기 산업 방향과 단기 주가 경로 사이에는 금리, 투자비, 공급 증가, 고객사의 AI 설비투자 수익률과 투자자의 매수가격이라는 변수가 놓여 있다.

향후 주가, 실적보다 먼저 봐야 할 세 숫자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주가 하락에도 신용잔액이 다시 늘어난다면 저가 매수보다 추가 청산 위험이 커진다. 반대로 주가가 조정되는 동안 신용잔액이 줄면 강제매도 물량이 정리됐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향후 흐름은 세 가지 숫자가 좌우할 전망이다. 첫째는 신용융자 잔액이다. 주가 하락과 신용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간이 가장 위험하다. 둘째는 HBM·범용 D램 가격과 고객사의 AI 투자계획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AI 설비투자를 계속 늘리고 메모리 공급계약이 유지되면 실적은 주가의 하단을 지지할 수 있다. 반대로 투자수익률 논란이 실제 투자 축소로 이어지면 단순한 수급 조정을 넘어 이익 전망 하향으로 번질 수 있다. 글로벌 시장도 다음 주 주요 기술기업의 실적을 통해 AI 투자 지속성을 다시 평가할 예정이다. 마지막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규모와 괴리율이다. 상품 규모가 줄고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에 수렴하면 수급 왜곡도 완화될 수 있다. 가격만 반등하고 레버리지 자금이 다시 급증하면 다음 조정 때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 [토요경제 기업재무분석실]

 

이는 목표주가가 아니라 현재 확인되는 위험요인을 바탕으로 한 조건별 분석이다.

장기투자의 첫 조건은 ‘팔지 않아도 되는 돈’
최태원 회장의 말은 SK하이닉스의 장기 사업 전망에 대한 자신감으로 읽을 수 있다. 최 회장도 다음 달 주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현실적인 투자 조언으로 바꾸려면 한 문장이 앞에 붙어야 한다.

"빚내지 말고,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산 뒤가만히 보유하라."


현금 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지면 판단할 수 있다. 기업 전망이 변했는지 살피고 계속 보유할지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신용 투자자는 선택권이 없다. 가격이 담보선을 넘으면 증권사가 대신 결정한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등락이 남긴 교훈은 주가가 결국 오르느냐가 아니다. ‘그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느냐’다. 장기투자는 오래 들고 있는 기술이 아니다. 팔지 않아도 되는 돈으로 시작하는 자금관리다.

 

토요경제 / 조민규 기자 jo142795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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