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본 한국의 하루…핵억제·EU 통상·데이터 리스크가 동시에 부상
한미 핵협의부터 EU 디지털협정, 쿠팡 과징금까지…한국은 안보·통상·플랫폼 규제의 시험대로 조명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06-11 22:53:56
지난 24시간 미국과 유럽 외신에서 한국은 안보와 통상, 데이터 규제의 핵심 사례로 동시에 다뤄졌다. 북한 핵 확장에 대응한 한미 핵협의, EU와의 디지털무역협정, 철강 수입규제 협상, 쿠팡 개인정보 과징금이 주요 이슈였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손흥민과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행보가 별도 관심을 받았다.
가장 무거운 의제는 안보였다. 로이터는 11일 한미가 서울에서 핵협의그룹 회의를 열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번 회의가 “북한의 커지는 무기 프로그램에 맞서 핵억제와 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것”(“strengthening nuclear deterrence and readiness against North Korea’s growing weapons programme”)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새 핵물질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핵전력의 “기하급수적 확대”(“exponential” expansion)를 지시한 점도 함께 언급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EU와의 디지털무역협정이 부각됐다. 로이터는 한국과 EU가 3년 만의 정상회의에서 디지털무역협정을 체결했다며, 이 협정이 “디지털 거래를 더 쉽게 만들고 양측의 경제 관계를 더 굳히기 위한 것”(“make digital transactions easier and further cement economic ties”)이라고 평가했다. 협정은 국경 간 데이터 이동, 전자계약, 전자서명, 소비자 보호 규칙을 포함한다. 한국이 단순 제조 수출국을 넘어 디지털 규범과 데이터 질서의 파트너로 다뤄진 셈이다.
다만 통상 협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철강은 이해충돌의 영역으로 남았다. 로이터는 이재명 대통령이 브뤼셀에서 EU 지도부에 한국 철강업계에 대한 우호적 처리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국 측 설명에 따르면 EU는 한국 요청을 “가능한 한 많이 고려하겠다”(“consider our request as much as possible”)는 입장을 보였다. EU는 무관세 철강 수입 물량을 줄이고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에는 디지털과 방산은 협력, 철강과 탄소규제는 협상이라는 이중 과제가 생긴 것이다.
기업 이슈에서는 쿠팡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로이터는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쿠팡에 62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를 “한국에서 기업에 부과된 최대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the country's largest data breach penalty on a company”)이라고 표현했다. 개보위는 33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 유출과 72시간 내 탐지 실패, 약 1100만명의 온라인 활동 정보 무단 수집을 문제 삼았다.
로이터가 전한 개보위의 판단은 더 직접적이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고도화된 해킹이 아니라 쿠팡의 안전조치와 시스템 부족 때문에 발생했다”(“This accident occurred due to Coupang's lack of safety measures and systems, not sophisticated hacking”)고 밝혔다. 또 “쿠팡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크게 키웠지만, 사업 규모에 맞는 고객정보 보호·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Coupang has grown its e-commerce service significantly based on vast customer data. But the company did not have a system to protect and manage customer information despite its business scale”)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는 한국의 산업외교도 다뤄졌다. 이탈리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보도하며 한국과 이탈리아의 협력 축을 AI와 제조업으로 설명했다. 해당 매체는 제목에서 한국과 이탈리아 관계를 “미래 AI를 위한 서울-로마의 새 축”으로 소개했다. 한국의 반도체·배터리·AI 역량과 이탈리아의 기계·항공우주·디자인 경쟁력이 결합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스포츠 보도에서는 손흥민이 한국의 대표 얼굴이었다. 로이터는 손흥민이 2026 월드컵을 앞두고 은퇴설을 일축했다며, 손흥민의 발언을 “나는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것은 내 선택이 될 것”(“I have never said with words it will be my last World Cup. That will be my choice”)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조별리그에 대해 “우리는 세 경기를 치르며, 모든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뛸 것”(“We have three matches and every match will be very important we will play for our life”)이라고 말했다.
미국 GQ도 손흥민을 별도로 조명했다. GQ는 손흥민을 “한국 축구 아이콘”(“the South Korean soccer icon”)으로 소개하며 LAFC 이적 이후 그의 영향력이 로스앤젤레스 한인 커뮤니티와 MLS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네 번째 월드컵을 앞두고 “아직도 아이 같다”(“It still feels like I’m a kid”)고 말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한국은 하루 사이 세 개의 얼굴로 노출됐다. 하나는 북한 핵 위협 앞의 안보 동맹국이다. 다른 하나는 EU와 디지털 규범을 함께 짜는 경제 파트너다. 또 하나는 거대 플랫폼의 데이터 책임을 시험하는 규제 국가다. 손흥민을 앞세운 스포츠 이미지는 여전히 강하지만, 외신의 중심 프레임은 분명해졌다. 한국은 더 이상 주변국 뉴스가 아니다. 안보, 통상, 데이터 질서가 충돌하는 국제 현장의 한복판에 서 있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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