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 미래다] 결혼이주민 여성들의 맏언니 '전은희 씨'

부모 반대 심했지만 나이지리아인 음보 윌프레드 나위게(52세) 씨와 혼인
결혼이주민 정착에 도움 주고 싶어 '다문화가정 모임' 만들어 활동
다문화가정의 문제는 '다른 언어'가 아닌 '부부 소통'의 문제... 부부가 함께 교육 받아야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 2022-09-25 22:28:36

▲ 함박웃음을 전하는 전은희 · 음보 윌프레드 나위게 씨 부부와 자녀들 <사진=전은희 씨>

 

전은희(54) 씨. 국경을 넘은 사랑을 했다. 남편은 음보 윌프레드 나위게(52) 씨다. 나이지리아 출신이다. 1999년 12월에 결혼했다. 2남2녀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영화 같다.

1998년 12월 4일. 전 씨가 길을 걷고 있었다. 뒤에서 헬로 하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 봤다. 검은 피부의 남자였다. 첫 인상이 외로워 보였다. 다정스레 말을 받아 줬다. 여러 얘기를 나눴다. 종교가 같았다. 호감이 들었다. 다시 만나기로 했다. 만남은 계속 이어졌다. 사랑이 깊어져 갔다. 뜨거운 밤도 지새웠다.

만난 지 3개월 뒤. 부모님께 인사를 시켰다. 반대가 심했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어머니가 다그쳤다. 혼전관계를 했냐고 물었다. 사실대로 말했다. 어머니가 탄식했다. 알아서 하라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승낙이었다. 그날로 짐을 쌓아 나왔다. 동거에 들어갔다.

1999년 12월 나이지리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교회에서 간소하게 했다. 2명이 증인으로 나섰다. 3개월 간 나이지리아에서 살았다. 한국에서는 결혼식을 못했다. 웨딩드레스도 못 입었다. 경제력이 안 됐다. 무료결혼식을 남편이 거부했다.

결혼생활이 쉽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남편이 무역업을 했다. 나이지리아에 중고품 수출을 했다. 현지동업자가 돈을 떼먹고 도망갔다. 찾을 방법이 없었다.

아이들이 태어났다. 외국인 학교에 보냈다. 남편이 강력하게 주장했다. 인종차별을 막기 위해서였다. 남편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학비가 비쌌다.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었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일반학교로 전학을 시켰다.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았다. 학원비가 없어 등원을 거부당했다.

눈물이 쏟아졌다. 자신의 처지가 원망스러웠다. 성공해서 잘 살고 싶었는데. 주위의 편견을 떨쳐버리려 했는데. 남편에 대한 원망감이 솟았다. 남편은 괜찮다며 여유를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미웠다. 모든 게 무너진 듯했다.

주변사람들과 관계를 끊었다. 자의반 타의반 이었다. 한국 속의 외국인처럼 살았다. 주위를 둘러 봤다. 외국인 남편을 둔 까닭일까. 외국인이 눈에 많이 보였다. 자연스레 외국인들과 생활을 하게 됐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사람이 많았다. 다문화가정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전 씨는 다문화가정에 관심이 쏠렸다. 다문화교육센터에서 강의를 들었다. 다문화가정의 문제점을 연구했다. 후배 결혼이주민을 위해서다. 자신의 경험도 전해주고 싶었다. 이런 노력은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됐다.

전은희 씨는 말한다. “다문화가정의 문제는 부부교육에 있습니다. 부부간 소통이 안 되는 게 큰 문제입니다. 남들은 말하죠. 언어가 달라 소통이 안 된다고 합니다. 언어 문제가 아니에요. 소통의 문제입니다. 부인이 큰 소리를 내면 안 됩니다. 자녀에게 악영향을 주게 되니까요. 조용히 말해야 됩니다. 감정을 죽여서 말해야 돼요. 다문화가정 부부는 함께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야 됩니다. 주위에서 편견 없이 따뜻한 눈초리를 보내는 것만 해도 결혼이주민들은 큰 힘을 얻게 됩니다.”

▲ 편견과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함께 활동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엄마들 <사진=전은희 씨>

 

전 씨는 다문화가정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적극 살려 결혼이주민 정착에 힘쓰고 있다. 결혼이주민은 전 씨를 큰언니라고 부른다. 어려움이 닥치면 전 씨에게 전화를 걸어 해결책을 묻는다. 자녀교육과 부부간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

전 씨는 다문화가정 복지향상에도 열중하고 있다. 다문화가정과 사회단체의 연결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이런 노력에 여러 기업이 동참해 보람을 느끼고 있다.

 

오는 28일에는 뜻깊은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어글리더클링 시범단 발대식을 하게 된다. 서울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다니엘 헤니가 후원한다. 15명의 다문화가족 어머니가 만든 뜨개질 제품을 판매하게 된다.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눈다.


전 씨는 행사준비에 마냥 즐거운 모습이다. 자신이 당했던 다문화가정의 편견이 점차 해소되고 있어 행복하다. 활짝 웃는 웃음에 결혼이주민 큰언니의 넉넉함이 묻어난다.

 

토요경제 /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