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2027 메모리 선점…삼성·SK하이닉스 장기계약 확대

리사 수 CEO "향후 몇 년 높은 수요"…3~5년 앞서 공급망 준비
삼성전자 D램·낸드 생산능력 60~70% 다년계약 추진
SK하이닉스 10여 고객 LTA…마이크론 내년 생산량 75% 이상 확정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10-06 22:24:50

▲ 미국 반도체업체 AMD의 리사 수 회장 [연합뉴스]

AI 기업들이 수년 뒤 메모리 물량까지 선점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능력 자체가 거래 대상이 되고 있다.

 

6일 로이터(Reuters)에 따르면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는 대만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7년 반도체 공급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만에서는 폭스콘과 TSMC 등 공급망 업체들과 생산능력 확대를 논의하고 한국에서는 필요한 메모리 물량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수 CEO는 "향후 몇 년간 매우 높은 수요가 보인다(There's very, very high demand for the next several years)"며 AMD가 3~5년 뒤를 내다보고 공급망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MD의 움직임은 AI 반도체 공급 경쟁의 병목이 GPU와 CPU 생산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산칩을 늘려도 HBM과 서버용 D램을 확보하지 못하면 AI 시스템 공급을 확대하기 어렵다.

실제 메모리 업체들의 미래 생산물량은 빠르게 계약으로 묶이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30일 2026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027년 생산량의 75% 이상이 이미 고객에게 확정됐다고 밝혔다. 고객과 진행 중인 공급 협상의 상당 부분도 2028년 물량으로 넘어갔다.

전략고객계약은 지난 6월 16건에서 26건으로 늘었다. 계약 관련 고객 금융약정도 220억달러에서 320억달러로 증가했고 아직 매출로 인식하지 않은 잔여수행의무(RPO)는 1000억달러에서 1500억달러로 확대됐다.

특히 RPO 1500억달러는 마이크론의 2026회계연도 연간 매출 1331억9000만달러를 웃돈다. 메모리 업황을 판단할 때 현물가격과 재고뿐 아니라 몇 년치 생산물량이 어떤 조건으로 이미 계약됐는지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삼성전자도 같은 방향으로 계약구조를 바꾸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상위 5개 데이터센터 고객과 다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추가로 주요 AI 고객 5곳과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진행 중인 계약까지 마무리되면 D램과 낸드의 다년계약 물량이 중장기 생산계획 기준 생산능력의 60~70%까지 올라갈 것으로 회사는 예상했다.

기본 계약기간은 5년이며 매년 협의를 통해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계약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상당 규모의 선급금도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핵심 고객을 포함한 10여개 고객과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하고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AI 수요 확대에 맞춰 생산능력을 늘리는 동시에 고객별 장기 물량을 먼저 배분하는 구조다.

세 회사의 움직임은 이번 메모리 호황이 과거와 다른 지점을 보여준다.

기존 메모리 시장에서는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업체가 뒤늦게 증설에 나선 뒤 공급과잉으로 다시 가격이 떨어지는 사이클이 반복됐다. 지금은 AI 고객이 증설 물량이 나오기 전에 선수금과 다년계약을 통해 미래 공급량부터 확보하고 있다.

AMD의 한국행은 이 변화를 현재 시점에서 보여준다. AI칩 업체가 2027년 공급 확대를 위해 이미 3~5년 뒤 공급망을 살피고 필요한 메모리를 선점하려는 단계에 들어섰다.

물론 장기계약이 메모리 사이클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신규 생산시설 가동과 AI 투자 속도에 따라 수급은 다시 변할 수 있다. 계약가격 역시 일부는 시장가격 변화에 연동된다.

달라진 것은 협상의 주도권과 시점이다. 생산된 메모리 가격을 놓고 주문하던 구조에서 고객이 몇 년 뒤 생산능력을 먼저 확보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다음 경쟁력도 단기 가격 상승폭에만 있지 않다. 제한된 생산능력을 어느 고객에게 얼마나 오래, 어떤 가격과 조건으로 배분하느냐가 AI 메모리 호황의 수익성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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