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3%,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공급금융 확대…‘돈의 방향’ 시험대
기준금리 두 달 연속 인상…수도권 집값·가계부채 경계
가계대출 증가 목표 1.5→3% 조정하되 투기수요 규제 유지
금융위, 28일 5대 은행·PF 증권사 소집…주택공급 자금지원 주문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08-28 22:23:00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올린 다음 날 금융당국은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취급 상위 증권사에 주택공급을 위한 적극적인 자금 공급을 주문했다. 한쪽에서는 금리를 올려 가계부채와 수도권 집값 상승을 제어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주택을 짓는 데 필요한 금융을 확대하는 정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현재 금융정책의 핵심은 신용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주택 매입과 공급 사이에서 돈의 흐름을 얼마나 정교하게 나눌 수 있느냐에 있다.
28일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PF 취급 상위 증권사, 금융감독원, KDB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참석한 금융·건설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13일 발표한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권에 “주택공급을 위한 확실한 자금공급”을 주문했다. 금융위는 20개 금융지원 과제 가운데 11개를 이달 중 우선 추진하고 다음 달 1일부터 금융감독원과 KDB산업은행에 PF·건설사 금융애로 해소센터도 운영한다.
불과 하루 전 한국은행의 메시지는 긴축이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 7월 2.50%에서 2.75%로 인상한 데 이은 두 달 연속 인상이다. 한국은행은 수출과 내수 회복으로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금융안정 위험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동산이 금리 결정의 한 축으로 다시 올라왔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수도권 주택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금리로 집값을 잡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금리 인상이 가파른 주택가격 상승세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가계대출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다시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들어온 것이다.
겉으로 보면 금융당국의 정책과 방향이 엇갈린다. 금융위는 지난 13일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관리 목표를 당초 1.5%에서 3% 수준으로 조정했다. 동시에 PF 보증과 자금공급 규모를 기존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α로 확대했다.
공급 구조도 구체화했다. 올해 PF 보증 23조원, 내년 33조원을 공급하고 캠코 PF정상화펀드 3조원, 은행·보험권 신디케이트론 5조원, 금융업권 자체펀드 10조원 등을 활용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을 포함한 은행권과 보험회사, 증권사 등 민간 금융회사가 정부·정책금융기관과 함께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를 가계대출 전면 완화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금융위는 총량 목표를 높이면서도 전세대출 관리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련 제도와 금융회사 자본규제 등을 통해 투기적 주택대출 수요를 계속 억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늘어난 대출 여력은 주택공급 촉진과 청년 주거안정, 실수요자 애로 해소 등에 활용하겠다고 용도도 제시했다.
정책을 나눠 보면 한국은행은 돈의 가격을 높이고 금융위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금융회사의 돈이 향하는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기존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가계가 빚을 늘리는 것과 신규 주택을 짓기 위해 시행사와 건설사에 PF 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경제적 성격이 다르다.
주택공급이 늘면 중장기적으로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PF 공급금융 자체를 기준금리 인상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정책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신현송 총재도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지출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투자에 사용된다면 반드시 엇박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에 대해서는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앞으로 정책의 성패는 실제 대출 흐름에서 드러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늘어난 대출 여력이 중도금·잔금·이주비 등 공급·실수요 금융에 집중되면 금융위가 설명하는 선별적 지원에 가깝다. 반대로 일반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번져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를 다시 자극한다면 한국은행의 긴축 효과와 충돌할 수 있다.
28일 금융위가 5대 은행과 PF 취급 상위 증권사를 직접 불러 자금 공급 방향을 주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대출을 무조건 줄이는 단계에서 자금의 용도를 가려 공급하는 단계로 정책을 옮기고 있다. 기준금리 3% 시대의 금융정책은 총대출 증가율만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의 돈이 실제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봐야 한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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