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한국 대통령 ‘호르무즈 불개입·美투자 상업성·북미대화’ 집중 조명
로이터 “전쟁 개입 파병 없다”·FT “美 압박 속 3500억달러 협상 난항”…日 정부는 직접 논평 없이 호르무즈 자유항행 원칙 재확인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 2026-09-18 21:56:26
이재명 대통령의 18일 기자회견을 두고 해외 주요 매체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북미 대화 가능성을 핵심 쟁점으로 다뤘다. 18일 오후 9시 현재 미국과 일본 정부가 기자회견 자체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은 것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양국의 기존 입장과 이날 외교 일정상 한미 투자·호르무즈 문제가 후속 협의의 중심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는 이날 오전 2시(UTC·한국시간 오전 11시) 서울발 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중동 분쟁에 한국군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점을 가장 먼저 부각했다. 이 대통령은 “전쟁에 개입하는 파병은 없을 것(There won't be deployment that would involve or enter war)”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선과 원유 수송,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여는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는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역할 확대를 검토하면서도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은 선을 그었다고 전했다.
대미 투자 협상은 별도 기사로 다뤄졌다. 로이터는 이날 오전 3시(UTC·한국시간 낮 12시) 이 대통령이 3500억달러 투자 패키지의 최대 쟁점을 ‘상업성’으로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협정 문구에 “상업적으로 합리적인(commercially reasonable)” 투자를 명시할 것을 요구했고, 수익 회수와 이익 배분, 손실 프로젝트 처리 방식이 막판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국익을 해치지 않으면서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구조(intense discussions…in a way that doesn't harm South Korea's national interests)”를 만들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미국 투자도 기업 경영 판단과 한국 산업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이 대통령이 미국의 압박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nights)”을 보내고 있다는 표현을 제목에 사용했다. FT는 3500억달러 투자 집행뿐 아니라 미국의 한국 반도체기업 추가 투자 요구, 호르무즈 해협 기여 압박까지 한미 간 긴장 요인으로 묶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상업성이 없는 사업에는 자금을 넣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협상의 핵심으로 봤다.
블룸버그는 재팬타임스를 통해 이날 회견을 국내 정치의 ‘리셋’ 시도로 해석했다. 이 대통령의 사과와 낮아진 지지율을 전면에 놓으면서도, 미국이 호르무즈 기여와 투자합의 이행을 동시에 압박해 정책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국민은 언제나 옳다(the people are always right)”는 취지로 사과하고 국정 운영 방식의 변화를 약속했다.
알자지라는 외교·안보 쪽에 더 무게를 뒀다. 이날 보도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Trump clearly wants dialogue with North Korea)”고 말했다며, 한국이 북미 대화를 위한 사전 조율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호르무즈 파병에는 선을 그었다는 점을 제목에 함께 배치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오후 9시48분 현재 백악관과 국무부 공식 채널에서 이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직접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조현 외교부 장관이 워싱턴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18일(미 현지시간) 회담할 예정이어서, 3500억달러 투자와 호르무즈, 북한 문제가 공식 협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다. 로이터는 전날 이 회담이 투자 패키지와 중동·한반도 현안을 폭넓게 다룰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도 이날 이 대통령 회견을 직접 평가하지 않았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오후 1시51분 도쿄에서 열린 정례회견에서 한국이나 이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서는 “추가 비용 없이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이 회복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오는 23일 유엔총회 계기 해양안보 외교장관회의에서 일본이 국제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 불개입 방침에 대한 논평이라기보다 일본 정부의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기자회견의 해외 관심은 국내 정치보다 한미관계의 세 축에 더 집중됐다. 한국은 호르무즈에서 전쟁 개입은 피하면서 해상안보에는 일정 역할을 열어뒀고, 대미 투자에서는 ‘규모’보다 ‘상업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동시에 북미 대화에서는 중재 의지를 확인했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 군사·경제적 부담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가 이번 회견 이후 외교 현안의 핵심으로 남았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