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금융권, 모두 수도권에 남겨라…흩어놓는 순간 경쟁력도 흩어진다

조봉환

ceo@sateconomy.co.kr | 2026-09-04 21:51:44

▲ 조봉환 토요경제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금융 관련 핵심 기관은 수도권에 남겨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물론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예금보험공사까지 마찬가지다. 지역균형발전이 중요하다고 해서 금융산업의 핵심 기능까지 전국에 나눠놓는 것은 균형발전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분산이다.

정부는 3일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우선 이전 대상으로 제시했다. 금융위는 일단 빠졌지만 이전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4분기 중 이전 기관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금감원과 산은·기은·수은, 예보도 지방 이전 대상으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금융은 다른 산업과 성격이 다르다. 돈과 정보, 기업과 투자자, 금융회사와 감독기관이 촘촘하게 연결돼 움직인다.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빠르게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다. 집적 자체가 금융산업의 인프라다.

숫자가 이를 말해준다. 금감원 노조 집계에 따르면 금융회사 본점의 91.6%, 금감원 현장검사 대상의 88.3%, 금융민원의 81.4%, 상장기업 본사의 72.7%가 수도권에 있다. 이전을 주장하는 노조의 이해관계와 별개로 이 숫자가 보여주는 산업 구조는 분명하다. 금융의 현장이 수도권에 있다는 것이다.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본점이 서울에 있다. 대형 증권사와 보험사, 자산운용사도 대부분 수도권에 모여 있다. 국내 주요 기업 본사와 외국계 금융사, 회계법인·법무법인·신용평가사 등 금융을 움직이는 전문 서비스업도 같은 생활권에 있다.

그런데 금융위는 세종으로, 금감원은 지방으로, 국책은행과 예보는 또 다른 지역으로 흩어놓는다면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금융위는 금융정책과 인허가를 결정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검사하고 감독한다. 예보는 부실 금융회사를 정리한다. 산은·기은·수은은 기업금융과 산업 구조조정, 수출금융을 담당한다. 기관 이름은 다르지만 상대하는 기업과 금융회사는 상당 부분 겹친다. 이들을 서로 떨어뜨려 놓으면 회의와 협의, 검사와 구조조정을 위해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실제 금융기관 이전 논의에서도 본점은 지방으로 옮기고 핵심 업무는 서울에서 처리하는 '역출장'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시장은 속도가 경쟁력이다. 기업의 자금난과 금융회사의 이상 징후, 외환시장 불안, 대형 금융사고는 기관 간 공문이 오갈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에서는 채권은행과 정책금융기관, 금융당국이 얼마나 빨리 판단하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손실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의 방향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반도체는 경기 남부, 자동차와 조선은 울산·경남, 해양산업은 부산처럼 각 지역이 잘할 수 있는 산업을 집중해서 키우는 것이 진짜 균형발전이다. 관련 연구기관과 공공기관도 산업 현장을 따라가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서울도 하나의 산업을 맡아야 한다. 금융이다.

뉴욕·런던·싱가포르·홍콩이 금융도시가 된 것은 은행 건물이 많아서가 아니다. 자본과 사람, 정보와 감독, 법률과 회계가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서울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고 수십 년 동안 말해왔다. 그러면서 정작 금융의 핵심 기관을 전국으로 흩어놓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 서울의 금융 기능을 약화시킬 필요도 없다. 부산은 해양금융, 지역 혁신도시는 지역산업 금융, 각 지방은행은 해당 지역 기업금융을 강화하면 된다. 새로운 금융 기능을 지역에 만드는 것과 이미 형성된 국가 금융 클러스터를 쪼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이 상대하는 것은 특정 지역 기업이 아니다. 반도체·자동차·조선·배터리·항공·석유화학을 비롯한 국가 기간산업 전체다.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전국의 중소기업과 수출기업을 상대한다. 정책금융기관의 위치를 결정할 때는 정치적 배분보다 금융시장의 접근성과 국가 산업정책의 효율을 먼저 따져야 한다.

금융기관 지방 이전 문제를 직원들의 근무지 문제로 축소해서도 안 된다. 이전을 반대하는 직원에게도 이해관계가 있다. 그러나 국가가 판단해야 할 기준은 직원의 편의도, 어느 지역이 기관 하나를 더 가져가느냐도 아니다.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더 강해지는가가 기준이어야 한다.

기관 몇 곳을 지방으로 보내면 지역균형발전 실적에는 숫자 하나가 추가된다. 하지만 그 대가로 정책금융과 감독, 기업금융의 효율이 떨어진다면 국가는 더 큰 비용을 치른다.

지역균형발전은 서울의 것을 하나씩 떼어 전국에 나눠주는 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각 지역에 새로운 경쟁력을 만드는 정책이어야 한다.

금융은 서울과 수도권이 맡으면 된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는 그 지역이 세계와 경쟁할 산업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것이 지역도 살리고 서울도 살리는 균형발전이다.

금융을 흩어놓지 말라. 집적이 바로 금융의 경쟁력이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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