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대미투자 다시 협상…반도체는 '기업 판단·국익' 조율
3500억달러 대미투자 "동의 어려운 부분 있어 재논의"
삼성·SK하이닉스 美 추가투자 요구엔 "기업 의견 존중"
부동산 공급 대통령이 매주 점검…레버리지 ETF "정책 부족함"
호르무즈 전쟁 개입 선 긋고 상선·원유수송로 보호 검토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 2026-09-18 21:44:03
이재명 대통령이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 협상에서 '상업적 합리성'과 국익을 최종 기준으로 제시했다. 미국의 반도체 추가 투자 요구에도 기업의 경영 판단을 존중하되 국내 산업전략과 국익을 함께 따지겠다고 밝혔다. 부동산은 공급 확대를 직접 챙기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정책 설계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18일 기자회견의 경제·산업 메시지는 해외투자는 국익, 국내에서는 공급과 성장동력 확보에 방점이 찍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미투자 협상에 대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라고 밝혔다. 특히 한미 간 협상이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최종안을 검토한 결과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좀 있다"며 다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투자 조건이다. 한국이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약속한 대미투자 규모는 3500억달러다. 이 대통령은 투자금 회수 방식과 수익 배분, 손실이 발생한 사업의 처리 등을 구체적인 쟁점으로 제시했다. 한국 측이 합의문에 '상업적 합리성'을 포함시킨 만큼 실제 투자도 경제성이 있는 사업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미투자가 단순 외교 문제를 넘어 국내 산업정책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투자 규모보다 어떤 사업에 자금이 들어가고 수익과 위험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중요해진 셈이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익이 훼손되지 않고 한미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만들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투자 판단을 일방적으로 대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현지 생산시설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며 추가 투자 규모는 "기업의 경영 판단도 있고 대한민국의 산업전략과 관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의견을 존중하면서 국익을 보호할 수 있는 결론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는 용인 등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 투자와 국내 생산기반 사이의 균형을 정책 변수로 보겠다는 의미다. 향후 한미 투자협상의 관전 지점도 총액보다 첨단 제조시설과 공급망이 국내외에 어떻게 배분되느냐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이 부분은 대통령 발언에 기초한 산업적 해석이다.
국내 경제에서는 부동산 공급을 직접 챙기겠다는 메시지가 가장 구체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부동산 문제의 근본 배경으로 경제력과 인프라, 정주 여건의 수도권 집중을 지목했다. 단기 대책으로는 택지개발과 재건축·재개발, 도시정비 등 공급 수단을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이 진행 상황을 매일 확인하고 자신도 일주일마다 구체적인 사업지역의 진척도를 보고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회견 이후 강남 이외 서울 지역의 가격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 상황을 무겁게 보고 있다고 추가 설명했다. 누적된 공급 부족과 일부 지역의 신규 입주 부족을 원인으로 들면서 공급 대책과 공공임대 확대 등 전월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에서는 정책 오류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두고 "부족함이 있었던 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자금을 국내에 머물게 하고 외환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보고받았지만 시장 하락 때 투자자 손실이 확대되는 문제에 대한 안전장치를 처음부터 충분히 마련했어야 했다는 취지다.
정부 경제정책의 무게중심 변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신임 정책실장 인선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경제 회복과 지속 성장,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했지만 앞으로 사회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중심을 일부 옮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장정책 자체를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경제 회복 이후 정책 범위를 민생·사회 영역으로 넓힐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동 정세에서는 산업계가 주목할 원유와 물류 안전 문제를 별도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형태의 파병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한국 상선과 원유수송로, 국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군사 개입과 에너지·물류 안보를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회견을 경제·산업 측면에서 관통한 기준은 '속도보다 조건'으로 압축된다. 미국과의 투자협상에서는 상업적 합리성을 따지고, 반도체 투자에서는 기업의 판단과 국내 산업전략을 함께 보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되 자본시장 정책은 투자자 보호 장치를 보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산업계가 주목할 부분은 3500억달러 대미투자의 구체적인 집행 조건과 반도체 기업의 추가 미국 투자다. 투자금 회수와 수익 배분 방식이 어떻게 결정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국내외 투자 비중이 어떤 방향으로 조정되느냐에 따라 향후 국내 설비투자와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날 대통령 발언에서 경제보다 산업 쪽으로 가장 긴 파장을 남길 대목도 이 부분이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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