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2의 엇갈린 행보, HD현대는 ‘합병 갈등’ 한화오션은 ‘생산 안정’
노사 관계의 온도차가 갈라놓은 조선 빅2
HD현대, 합병·방산 확장 구상 속 노조 반발 직면
한화오션, 하계휴가 전 임단협 조기 타결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 2025-09-04 08:00:23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글로벌 수주가 호조인 가운데 국내 조선 ‘빅2’의 풍경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HD현대는 현대미포와의 합병을 고리로 특수선과 해외 거점을 키우며 규모와 기술에서 ‘초격차’를 노리는 대수선을 본격화했고, 한화오션은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을 하계휴가 전에 사실상 매듭지으며 생산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 HD현대 방산·해외 확장 구상, 노사 갈등으로 진통
HD현대는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의 합병을 의결했고, 12월 ‘통합 HD현대중공업’ 출범을 목표로 임시 주주총회와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는 양적·질적 대형화를 통해 시장을 다변화하고, 최첨단 기술을 선제 개발해 글로벌 경쟁에서 절대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설명됐다. 나아가 2035년 방산 매출 10조원 달성과 싱가포르에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투자법인 설립 계획이 공개됐다.
합병 이후의 생산 배치 구상도 비교적 구체적이다. 회사는 현대미포가 보유한 ‘도크’ 4개 가운데 2개를 군함 등 방산 전용으로, 나머지 2개를 전략 상선용으로 배치하고, 동시에 싱가포르 투자법인으로 해외 생산거점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문제는 노사관계다. 합병 발표 직후 노조는 고용안정 협약서를 요구하며 강경한 기조로 선회했고, 사측은 국내 물량 유출은 없다며 저임금 이점을 활용해 해외는 중형선 중심, 국내는 LNG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에 집중한다는 분업 구상을 제시했다.
노조는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불신을 거두지 않았다. 합병으로 인한 조직 개편과 도크 전용화, 싱가포르 투자법인의 국내 물량 잠식 등의 요인이 고용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여기에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도 노사 간 불신을 심화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이 법은 쟁의 범위를 구조조정이나 합병 같은 경영상 결정까지 확장했기 때문에, 노조가 합병 반발을 공식 쟁의 사유로 내세우는 명분을 제공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통칭으로, 노조가 할 수 있는 쟁의행위인 합법적인 파업·태업 등의 대상을 기존의 임금·근로조건에서 더 넓혀 구조조정·정리해고·사업 통폐합 같은 ‘경영상 주요 결정’까지 포함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말하자면 임금 인상만이 아니라 회사의 합병이나 인력 전환, 공정·도크 재배치처럼 고용과 노동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 자체를 둘러싼 분쟁도 합법적 쟁의의 대상으로 인정받을 여지가 커졌다는 뜻이다.
임단협 테이블에서도 긴장감이 이어진다. 사측은 기본급 13만3000원 인상과 격려금 520만원을 담은 잠정안을 제시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정년 연장, 성과급 산정 기준 변경 등 요구 수위를 높였고, 합병에 따른 고용 불안을 이유로 고용안정 협약서를 병행 요구하고 있다. 교섭이 길어질수록 합병 실행 속도와 현장 운영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와중에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산업 현대화 및 방산 협력 구상)’도 변수로 거론된다. 국내 노사 갈등이 격화할수록 해외 프로젝트의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수주 산업에서 ‘해외 신뢰’는 곧 자산이어서 리스크 관리는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 한화오션, 임단협 ‘조기 타결’로 생산 안정
한화오션은 하계휴가 전 임단협 잠정 합의를 이끌어 냈다. 노사는 기본급 12만3000원 인상과 일시금 520만원에 합의했고, 가족수당·현장수당 인상, 직무환경수당 신설, 특별휴무 1일 등 현장 체감형 제도 개선을 묶었다. 이런 패키지형 합의는 임금만이 아니라 복지와 근무여건을 개선해 노사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회사와 노조는 조인식까지 마무리하며 ‘휴가 전 타결’의 상징 효과를 강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늘어난 수주잔량을 속도감 있게 소화하려면 품질·납기 안정이 필수인데, 교섭 장기화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선제 제거했다는 평가다.
◆ 노사 관계에서 희비교차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HD현대는 합병·방산·해외 거점 강화라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고용안정 협약서·전환배치·도크 재배치 같은 쟁점이 임단협 테이블로 올라오면서 협상이 복잡해졌다.
반대로 한화오션은 임단협을 조기에 타결하면서 생산 차질 가능성을 낮추고, 대규모 수주잔량을 실적과 신뢰로 전환하는 토대를 만들었다. 이 차이는 하반기 실적과 내년 수주전에서 납기 신뢰와 현장 안정성이라는 형태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해외 발주처 신뢰가 핵심 자산”이라며 “만약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마스가 같은 해외 협력 프로젝트 추진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내부 안정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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