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4778억 VLGC, 도리안 발주 공식 확인…“2030년 선대교체”

9만㎥ 이중연료 3척 2030년 순차 인도…구 파나마운하 갑문 통과 설계
도리안 “신중한 선대교체”…노후선 줄이고 고효율선으로 전환
호르무즈 통항 차질·미국산 LPG 장거리 운송 확대…발주잔량 155척은 변수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09-04 21:27:43

한화오션이 지난 1일 수주한 수천억 원대 규모의 초대형 LPG운반선의 발주사가 미국 도리안LPG로 공식 확인됐다. 발주사가 현재 VLGC 운임 호황을 좇기보다 2030년 이후 연료비와 환경규제, 운항경로 변화에 대비한 장기 투자라는 성격이 더 강하는 얘기다.

도리안은 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한화오션에 9만㎥급 이중연료 VLGC 3척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총 계약금액은 약 3억4500만달러로 한화오션이 지난 1일 공시한 4778억원 규모 계약과 일치한다. 선박은 2030년 6월과 9월, 12월에 차례로 인도된다.

존 하지파테라스 도리안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이번 신조선 발주는 장기적인 주주가치 창출을 위한 자본배분 전략과 연계한 신중한 선대 교체 방침을 반영한다(These newbuildings reflect our measured approach to fleet renewal coupled with a capital allocation strategy that drives long-term shareholder value creation)”고 말했다.

도리안은 실제로 올해 오래된 선박을 처분하면서 신조선을 채우고 있다. 지난 6월에는 2014년 건조선 1척과 2015년 건조선 2척을 모두 2억5600만달러에 매각하기로 했고, 같은 시기 HD현대에 2029년 인도 예정인 VLGC 1척을 약 1억1500만달러에 발주했다. 한화오션 계약도 같은 선대 재편의 연장선에 있다.

새 선박은 단순히 오래된 배를 새 배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도리안은 3척 모두 LPG와 저유황 선박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엔진을 탑재하고, 주기관의 동력을 전기로 전환하는 축발전기와 대형 프로펠러·에너지 절감장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연료 사용량과 배출량을 줄이는 설계다.

특히 도리안은 신조선이 파나마운하의 기존 갑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는 이를 원문에서 “파나마운하의 기존 갑문(the old Panama Canal locks)”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걸프지역과 아시아를 오가는 LPG선은 파나마운하 통항 여건에 따라 운항거리와 비용이 크게 달라진다. 기존 갑문까지 이용할 수 있으면 선주는 통항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항로가 늘어나는 셈이다.

이 같은 운항 유연성은 최근 LPG 물류 변화와 맞물린다.

올해 상반기 VLGC를 이용한 북미 LPG 수출은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BW LPG는 올해 전체 북미 LPG 수출이 18%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중동발 LPG 공급은 전쟁 영향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 아시아가 상대적으로 먼 미국에서 LPG를 더 많이 가져올수록 같은 물량을 운송하는 데 필요한 선박 운항일수도 늘어난다.

4일 현재도 중동 해상물류는 정상화되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주요 상품운반선은 4척으로 최근 10일 평균 15척을 크게 밑돌았다. 전쟁 이전에는 하루 약 125척의 대형 상선이 이 해협을 통과했다. 리스타드에너지는 물동량이 11월까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지금의 높은 운임이 2030년까지 계속된다고 볼 수는 없다.

글로벌 VLGC 발주잔량은 현재 155척으로 기존 선대의 약 35%에 달한다. 올해에만 27척이 이미 인도됐고 연말까지 13척이 추가될 예정이다. 신조선이 예상대로 시장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미국 LPG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중동 공급이 빠르게 정상화되면 선박 공급이 수요보다 빨리 늘 수 있다.

노후선 교체는 반대 방향의 변수다. 현재 VLGC 선대는 437척이고 폐선이 전혀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2030년 말에는 이 가운데 127척이 선령 20년을 넘는다. 현재 선대의 29% 수준이다. 신조선 155척이 모두 순수한 공급 증가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노후선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도리안이 한화오션에서 선박을 받는 시점도 2030년이다. 신조선 공급과 기존 선대 노후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점에 맞춰 연료효율과 항로 선택권을 높인 배를 확보하는 셈이다.

현재 운임은 이런 투자를 감당할 현금창출력을 뒷받침한다. 도리안은 9월 말까지 이어지는 분기의 가동 가능 일수 가운데 99%를 하루 8만8000달러가 넘는 조건으로 이미 계약했다고 밝혔다. 체선료 등은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한화오션 입장에서도 이번 계약은 수주금액 이상의 의미가 있다. VLGC 시장에서 선주가 원하는 선박의 조건이 단순한 적재능력에서 연료효율과 환경규제 대응, 항로 유연성까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4778억원의 계약금액이 그대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도까지 약 4년이 남아 있어 후판 가격과 인건비, 환율, 생산성에 따라 실제 건조마진이 달라진다. 이미 발주잔량이 많은 상황에서 건조 슬롯을 어떤 가격과 조건의 선박으로 채우느냐도 중요하다.

도리안이 4일 발주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이번 계약은 단기 운임 상승에 대응한 증선보다 중장기 선대 교체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도리안은 노후선을 줄이고 연료효율과 항로 유연성을 높인 신조선을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한화오션 입장에서는 VLGC 시장의 다음 발주 기준이 단순 적재능력보다 연료효율·환경규제 대응·운항 유연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향후 신규 발주가 노후선 교체 수요로 이어질 경우 고효율 가스선 수주 경쟁력이 추가 수주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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