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미디어, 닌텐도 다음은 자체 IP…정동훈 2세 경영 '제작 회귀'
상반기 닌텐도·유통 매출 1545억…전체 68%
대원씨아이·스토리작서 원천 IP 확보…대원방송·이엠피 영상으로 확장
정욱이 넓힌 유통·라이선스망, 정동훈 시대 과제는 'IP 홀더'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09-18 21:39:48
대원미디어(대표 정욱·정동훈)의 다음 성장축은 닌텐도 판매량보다 자체 지식재산권(IP)에 있다. 창업주 정욱 회장이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출발해 출판·방송·라이선스·게임과 캐릭터 유통으로 외연을 넓혔다면, 경영 전면에 선 2세 정동훈 대표의 과제는 이 유통망을 원천 IP의 제작·영상화·상품화로 연결하는 것이다. 대원은 다시 '파는 회사'에서 '만드는 회사'로 움직이고 있다.
17일 대원미디어의 반기 IR 자료를 분석하면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2270억1000만원이다. 닌텐도 매출이 1003억6000만원, Shop·유통이 541억3000만원으로 두 부문만 1544억9000만원에 달한다. 전체 매출의 68.1%다. 2분기에는 매출 1244억8000만원, 영업이익 69억9000만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실적을 끌어가는 힘이 유통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회사가 최근 채우는 사업 포트폴리오는 유통의 앞단, 즉 IP를 직접 만드는 쪽을 향하고 있다.
대원미디어가 지분 80.2%를 보유한 대원씨아이(대표 황민호)는 출판을 넘어 웹툰·웹소설과 신규 원천 IP 개발, 저작권, 머천다이징 사업을 병행한다. 회사도 사업 방향을 '만화출판사에서 콘텐츠 중심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전환'으로 제시하고 있다.
스토리작(대표 황현수)은 더 직접적인 원천 IP 생산기지다. 대원미디어가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으며 웹툰·웹소설을 제작해 자체 IP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원미디어는 공시에서 “스토리작을 통해 만든 IP를 그룹 차원에서 활용해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명시했다.
영상으로 넘어가는 통로도 있다. 대원방송(대표 곽영빈·정욱)은 애니원과 애니박스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한다. 올해 연결 대상에 새로 포함된 이엠피(대표 김진식)는 모션캡처와 3D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췄다. 대원미디어는 이엠피 편입 목적을 “보유 IP의 OSMU 확장을 위한 모션캡처·버추얼 기술 확보”라고 공시에 적었다.
결국 원작 발굴에서 영상 제작과 방송, 상품 유통까지 하나의 사슬이 만들어지고 있다.
학산문화사(대표 여영아·정동훈·정욱)도 이 구조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원미디어의 연결 자회사는 아니지만 대원미디어가 9.97%를 보유하고 있고 정동훈 대표가 67.06%의 최대주주다. 만화·출판을 기반으로 웹툰과 콘텐츠 사업을 전개하는 학산문화사까지 감안하면 정동훈 대표가 직접 또는 대원미디어를 통해 접점을 가진 원천 콘텐츠 기반은 상당히 넓다.
이 사업 재편은 경영 세대교체와도 맞물린다. 정동훈 대표는 창업주 정욱 회장의 외아들로 2007년 대원미디어에 입사해 2017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현재 부자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지만 사업 운영에서는 2세 체제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산문화사도 2024년 정욱 회장이 보유하던 지분이 정동훈 대표에게 이전되면서 정 대표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때문에 정동훈 대표에게 자체 IP는 단순 신사업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정욱 회장이 구축한 50년 콘텐츠 유통 인프라를 다음 세대의 성장모델로 바꾸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방향은 확인된다.
소니그룹(CEO 토토키 히로키) 산하 크런치롤은 애니메이션 스트리밍·유통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제작 단계까지 올라왔다. 애니플렉스와 크런치롤은 지난해 애니메이션 기획·개발·제작사 HAYATE를 공동 설립했다. 세계 팬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유통망을 확보한 뒤 자체 제작 역량까지 붙이는 구조다.
KADOKAWA(CEO 나쓰노 다케시)는 반대 방향에서 같은 답을 보여준다. 출판을 중심으로 매년 5500개 이상의 신규 타이틀을 만들고 이 가운데 가능성 있는 IP를 애니메이션·게임·상품으로 확장한다. 회사는 이를 '글로벌 미디어믹스'로 규정하고 IP의 생애가치(LTV)를 극대화하는 것을 중기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대원이 참고할 지점도 여기다. 닌텐도와 캐릭터·하비 유통을 버리고 제작으로 이동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유통은 대원이 가진 강점이다. 문제는 외부 IP를 잘 파는 데서 끝날 것인가, 그 과정에서 확보한 팬 접점과 현금을 자체 IP 육성에 다시 투입할 것인가다.
대원미디어는 지난 5월 통합 콘텐츠 플랫폼 '팝콘D플레이'도 출범시켰다. IP 정보와 팝업스토어·전시·행사 예약을 한곳에 모으는 구조다. 이 플랫폼이 단순 예약창구를 넘어 어떤 IP에 소비자가 반응하는지 확인하는 데이터 접점으로 발전한다면 원작 발굴과 투자 판단에도 활용할 수 있다.
대원미디어의 역사를 보면 이 전략은 완전히 새로운 길도 아니다. 회사는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출발해 '떠돌이 까치', '달려라 하니', '영심이' 등을 만들었고 이후 출판과 방송, 라이선스, 닌텐도와 캐릭터 유통으로 사업을 넓혀왔다. 최근 스토리작 설립과 이엠피 편입은 커진 유통사업 위에 다시 제작 기능을 얹는 흐름으로 읽힌다.
결국 정동훈 대표의 승부처는 유통을 줄이는 데 있지 않다. 대원씨아이와 스토리작에서 원작을 만들고, 가능성이 확인된 IP를 대원방송과 이엠피를 통해 영상화한 뒤 대원미디어의 상품·전시·유통망으로 확장하는 선순환을 만드는 데 있다.
상반기 숫자는 대원이 이미 '파는 힘'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힘을 자체 IP로 돌리는 것이다. 정욱 회장이 구축한 콘텐츠 유통망 위에서 정동훈 대표가 얼마나 많은 '대원산 IP'를 만들어내느냐가 2세 경영의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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